39의 도전이 막이 내렸다.

一場春夢

by 글봉이

시험 D+1일.

시험이 끝났다.




길고 길었던 1년의 기다림 끝에 시험이 끝났다. 사실 한 해 내내 오롯이 이 시험에만 매달리진 않았지만, 항상 머릿속 한쪽에 이 시험이 있었다. 시험이 끝나면 무조건 시원할 줄 알았는데… 이제 알았다. 시원한 건 결과가 좋을 때였다.


그렇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법학적성시험은 시험 당일 오후면 가답안이 나온다. 시험이 엄청나게 잘 풀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작년보다는 낫겠지 생각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심지어 작년보다 못한 점수였다.


인생에서 처음 겪는 실패는 아니지만, 오히려 자주 겪어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조금 느낌이 달랐다. 그냥 시험을 못 본 걸 실패라 부르기 민망하지만, 묘하게 마음이 쓰린 건 어쩔 수 없다.


오늘은 어제보단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복잡하다. 시험 결과에 대한 실망, 이직의 꿈이 조금 더 멀어졌다는 아쉬움, 그리고 내가 생각한 만큼 머리와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세월에 대한 야속함까지.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을 무겁게 하는 건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다. 공부하는 동안 고생한 아내와 아빠와 함께하지 못했던 아이에게 느끼는 미안함이 무엇보다 크다.


시험 후 돌아와 오랜만에 게임도 좀 하고 침대에서 뒹굴어도 보았다.

“자기 이렇게 쉬는 거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아내의 말을 들으니, 내가 그래도 열심히 달려왔구나 하는 위안이 조금 생겼다.


이번 시험 준비를 하며 석사도 마무리 지었고, 오랜만에 열심히 머리를 굴렸으니 얻은 게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아쉬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내년에 한 번 더 안 봐?”

아내의 질문에 선뜻 “그래, 다시 해보자”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다시 도전하더라도 이번처럼 몰두하긴 어렵겠다. ‘한 번 봐 볼까?’ 정도의 생각이 최대치일 것 같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목적지를 향해 달리던 나는 순식간에 방향을 잃었다. 앞으로 며칠은 그냥 멍하니 보낼지도 모른다. 기분 전환으로 간단한 공부를 할까, 아니면 아예 쉬어버릴까, 마음이 갈팡질팡이다.


사실 시험 결과가 안 좋을걸 대비해 들어놨던 보험을 수령해야 한다. 9월부터는 박사 과정이 시작된다. 그럼 또 정신없이 달려야 하고, 논문 주제도 미리 생각해 놓아야 한다. 잠시 쉬고 싶지만 여유가 많지는 않다.


또 한편으론 오랜만에 머리를 좀 썼으니, 이왕 시작한 김에 간단한 자격증이나 플랫폼 강의를 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참 어렵다.


“흔들려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콘셉트로 글을 써왔는데, 그 때문일까? 지금의 나는 정말 오랜만에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모든 도전은 실패의 가능성을 안고 있지만, 사람들은 늘 성공을 꿈꾼다. 그리고 성공하지 못했을 때 찾아오는 후폭풍을 견디며 성장한다. 아직 나에게도 성장할 여지가 남아 있는 걸까?


로스쿨 관련 에세이는 이것으로 마지막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글쓰기는 끝나지 않을 테니, 이제 글의 방향성을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시험의 결과, 그리고 내 마음속의 상실감을 오늘 출근해서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나는 오늘도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치료하며 일을 한다.


一場春夢 꿈을 꾸었다. 그리고 끝났다.


흔들려도 괜찮은 사람의 기록. 글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