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문을 두드리는 여러 길
2023년 6월 나는 글쓰기는 아무것도 모르던 무지렁이였다.
2024년 1월 신춘문예 당선 작가가 되었다.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평범한 주부가 도전한 6개월간의 신춘문예 도전기
“나는 동화와 동시를 쓰는 작가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아직도 작가라는 호칭 어색하다.
2023년 6월까지만 해도 글쓰기에 쉼표, 마침표 같은 문장부호도 제대로 쓰지 못하던 아줌마였다.
<엄마작가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글쓰기를 시작했다.
우연히 보게 된 지역문화재단에서 모집하던 10회기짜리 무료수업에 솔깃했다.
그때만 해도 그저 무료함을 달래줄 취미인 줄 알았다.
엄마작가 프로젝트는 동화를 쓰는 수업이었다.
2주 차 과제 : 나의 어린 시절의 한 장면 쓰기
국민학교 4학년의 어느 날이 떠올랐고, 그 글을 쓰고서 난 알았다.
글쓰기가 재미있다는 걸.
문장부호도 띄어쓰기도 엉망이고 과거형과 현재진행형으로 뒤죽박죽이지만 그렇게 한 걸음이 시작됐다.
10주 후
수업이 끝나고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글쓰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다.
무언가 더 쓰고 싶었다. 그래서 문학의 문을 두드려보기로 했다.
문학의 문을 두드리는 여러 길
문학의 문은 여러 방향으로 열려 있다.
엽서시 문학공모 사이트에 들어가면 나에게 맞는 공모를 볼 수 있다.
(엽서시문학공모전 - 백일장, 신춘문예, 소설, 웹소설, 동화, 시나리오, 드라마)
매해 12월 열리는 신문사의 신춘문예
매년 10월 열리는 여성 전용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지정일에 마로니에 공원에 보여 주제 글을 쓴다.)
격년으로 열리는 동서문학상
각 지역 문학상(김유정 신인문학상, 혜암아동문학상, 천강문학상 등)
한국 안데르센상, 출판사 공모전, 문학잡지 기고, 출판사 투고, 자비출판 등 다양한 길이 있다.
브런치 연재(브런치는 내가 신춘문예 도전할 때는 몰랐다.)
왜 신춘문예였을까?
그중 나는 신춘문예를 택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다른 공모전 이름은 대부분 생소했다.
하지만, 신춘문예는 들어본 적이 있었고 그 단어가 묘하게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막막함의 시작
그러나 막상 도전하려니 두려움과 막막함이 밀려왔다.
난 문학 전공자도 아니고,
써 둔 원고도 아직 없었으며,
어떻게 써야 하는지,
진짜로 원고지에 써야 하는가?
위의 것들이 고민이었다. (보통 원고지 30 매라는 문구만 보았기 때문에....)
그 정도로 무지했었다.
정말 원고지가 아닌 한글파일로 쓴다는 걸 알았을 때는
글자 크기도 걱정할 정도였다. 10pt? 11pt?
응모는 직접 갈까? 우편으로 보내나? 이메일은 안되나?
그런 의문과 불안 속에서 나는 첫 글을 썼고, 그 과정을 정리했다.
나처럼 막막한 초보들에게, 글쓰기의 문이 조금이라도 가깝게 느껴지길 바라며....
다음 편부터 A부터 Z까지의 이야기를 하나씩 펼쳐보려 한다.
부끄럽지만 시작의 기록
아래는 부끄럽지만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계기가 됐던 "문제의 글"을 공개한다.
2주 차에 작성했던 나의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다.
금 넘지 마!
"금 넘지 마!"
"내가 언제~"
"팔! 꿈! 치!"
"안 넘어갔는데~"
은영이와 정호는 4학년 9반 짝꿍이다.
둘은 작은 책상을 두고 매일같이 싸운다.
작고 좁은 책상 한가운데에는 금이 그려져 있다.
금은 서로 넘어가지 않기 위한 약속이다.
마치 지난번 숙제로 반공포스터에 그린 남과 북의 38 선 같다고 은영이는 생각했다.
은영이네 교실에는 금이 그려지지 않은 책상은 없다.
반친구들은 각자 자기 책상의 금을 사이에 두고 은영이와 정호처럼 짝꿍과 매일 싸우곤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은영이는 정호랑 싸웠다.
"아오! 또 넘어왔잖아 한 번만 더 넘어오면 이젠 넘어오는 물건 내 거야!"
"그래라 뭐! 안 넘어갈 거야!"
"어! 지우개 넘어왔다! 내 거야"
"아 뭐야! 내놔! 선생님한테 이를 거야!"
가뜩이나 좁은 책상에 금까지 있으니 얼마나 좁게 느껴지는지
'차라리 짝꿍 없이 지내는 게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다음날 정말로 정호가 학교에 오지 않는 것이었다.
'아싸뵹! 박정호 오늘 결석~! 책상 나 혼자 쓴다 오예~~'
다음날 또 오지 않았다.
'우와~ 오늘도 책상 다 내 거! 야호!'
은영인 책상 하나를 혼자 독차지하다니 남북이 통일되고 세계평화가 온 것만 같았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정호는 오지 않았다.
은영이는 슬슬 정호가 왜 오지 않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해서인지 이젠 짝꿍이랑 금을 사이에 두고 싸우는 친구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며칠이 지나고 정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즈음 드디어 정호가 왔다.
은영이는 내심 반가웠다.
게다가 오랜만에 온 정호는 그동안의 정호가 아니었다.
뽀얀 얼굴은 며칠사이 더 뽀야니 빛이 났고
새하얀 반바지에 무릎까지 오는 흰 양말 그리고
나풀나풀 구불구불 카라에 주름이 잡힌 블라우스는 반짝이는 듯 광택이 흘러서 마치 그림책 속 왕자님 같았다.
은영인 반가움을 넘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아마도 순간 반했나 보다.
은영인 정호를 향해 마음속으로 인사하는 듯 '내 옆에 앉아' 하며 정호가 앉던 의자를 톡톡 손끝으로 두드렸다
그런데 정호는 은영이 옆이 아닌 선생님의 옆에 서있는 것이다.
"얘들아 그동안 우리랑 같이 공부하던 친구 박정호가 캐나다로 이민을 간다고 해 이민 가기 전 친구들 만나서 인사를 한다고 왔단다 건강히 이민 가서 잘 지내라고 작별인사들 하렴"
은영인 한동안 멍~ 했다. 그렇게 멍한 채로 가만히 있는데 정호가 짝꿍일 때처럼 옆에 와 앉았다.
그리고 은영이에게 하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남은영 그동안 너랑 나랑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는데 헤어지니까 섭섭하다. 그래도 잘 지내라"며 손을 잡고 가볍게 흔들며 악수를 했다.
"그래 박정호 이민 갈 줄 알았으면 더 잘해줄걸 그랬네 너도 잘 가"
은영이도 무심하면서도 입에 발린 화답을 해주었다
그렇게 정호는 인사를 하고 교실밖으로 나갔다
정호가 떠나고 은영이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왜 갑자기 눈물이 나지?'
갑자기 눈물이 고여 눈을 비볐다.
혼자 앉은 책상도 너무 커다랗게 느껴지고 옆에 덩그러니 놓인 비어있는 의자도 외롭게 느껴졌다.
한동안 비어있던 은영의 옆자리는 어느덧 자리가 바뀌고 새로운 짝꿍이 생겼다.
은영인 또 새 짝꿍과 싸운다.
"야! 금 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