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쟁이가 될 수 있을까
삼일 간 글쓰기모임에 글을 내지 못했다. 오늘에서야 모임을 이끌어주시는 분에게 그간 글을 쓰지 못했노라고 고백을 했다. 가족 여행 등 이런 저런 핑계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 글이 소비되어지고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사실 다른 분들은 내 글을 자세히 읽어보시지도 않겠지만(하하하)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었나보다. 사실 하루하루 느끼는 것을 자연스레 적어 내려가도 됐었던 건데, 미루고 미루다 쌓이기까지 해버렸다.
이러한 생각들은 항상 내 글쓰기의 고질적 난관이자, 여러 해 거듭되어 온 장애물이었다. 나는 늘 글을 통해 나를 표현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길 원했다. 처음엔 쓰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하고 마음이 정갈해지는 것 같았다. 그 뿐이면 됐었다. 그러다가 나 혼자만 쓰는 글들이 쌓이다보면 내 생각과 마음들을 공유하고 싶어졌고, 그렇게 누군가에게 공감을 받던지 혹은 누군가를 보듬어주고 싶던지 둘 중 하나였다. 그런 마음들이 또 모여 글들을 게시하고 점점 글들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쯤이면 나는 돌연히 다 그만두었다. 글쓰기 모임이든, 블로그든, sns에 게시하던 글이든 모두 멀리했다.
내 글이 점점 소비되어지니 보여주기 위한 글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자존감 낮은 사람들이 자꾸 형편에 맞지 않는 명품들로 자신을 치장한다든가, 소위 ‘영끌’하여 값비싼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것 같이 나를 좀 더 멋지고 내 글이 좀 더 좋아보였음 하는 마음에 자꾸 악세서리를 과하게 장착하는 것 같은 마음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쓸 때의 나 자신만이 진짜 나라고 생각했었던 오만이 금세 드러나는 것 같아 숨고 싶어진 것이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이렇게 봤을 때 나는 어쩌면 많은 부분에서 타인을 의식하고 사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기 싫어 시작한 글쓰기로 또 원점이라니. 더 웃긴 것은 사실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내 글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또 모든 것이 가벼워진다.
아이들을 재우고 글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수많은 핑계거리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려는 마음에다가 “stop!!!!!!!!!”을 외치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써나가는 중이다. 휴. 한 달 동안 꾸준히 내 마음과 글에 솔직해지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한 달을 성실히 해 나가면 그 이상도 해낼 수 있을거란 생각에 용기를 냈다. 다시 첫 마음을 기억해야겠다. 언젠가 <시절기록> 책자를 보며 지금을 회상해보았을 때, ‘그럼에도’ 써 내려갔던 마음가짐들을 대견해 할 수 있기를.
드디어 오늘!!! 이겨냈다!!! 하지만 내일은 또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