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개미 Feb 15. 2024

움파룸파를 그렸다.

영화 <웡카>를 보고 쓰는 짧은 감상

 로알드 달의 소설은 꾸준히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팀버튼 감독은 로알드 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 영화를 감독했으며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를 제작했습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를 연출했으며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외 세편의 단편을 묶어 넷플릭스 시리즈로 공개했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마이 리틀 자이언트>를 만들었습니다. 90년대에 제작되었던 영화 <마틸타>, <마녀를 잡아라>는 심지어 2020년대에 다시 리메이크되기도 했습니다.


 로알드 달 작품 중에서도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매우 특별합니다.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로알드 달 소설 중에서도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입니다. 1971년에 만들어진 영화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은 좋은 평가를 받아 아동 영화의 대표작으로 기억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영화인 팀버튼 감독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독특한 분위기로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영화가 되었죠. 조니뎁의 인상적인 연기도 일품이지만 무엇보다 움파룸파의 기괴한 퍼포먼스가 인터넷 짤로 자주 회자되며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2024년에 윌리 웡카의 프리퀄 작품인 <웡카>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최근 헐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배우인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을 맡았죠. <올드보이>, <아가씨>,<언차티드>,<그것>의 정정훈 촬영감독이 촬영을 맡은 것도 특별한 소식이었기에 기대가 큰 작품이었습니다.


 그동안의 로알드 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은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했습니다. 로알드 달의 독특하고 짓꿎은 상상력을 시각 예술인 영화를 통해 환상적인 비주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웡카>는 조금 다르게 출발합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윌리 웡카의 과거사를 새롭게 창조하여 영화로 만든 것이죠. 이는 로알드 달이 쓰지 않은 오리지널 이야기인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은 신선하면서도 우려스러웠습니다. '홍철 없는 홍철팀'처럼 '로알드 달의 상상력을 뺀 로달드 달 원작(?) 영화'가 어떨지 전혀 가늠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웡카>는 우리가 알고 있던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는 조금 다른 맛이지만 꽤 즐길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로알드 달 원작이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이라면 <웡카>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살린 밀크 초콜릿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한 '윌리 웡카'는 캐릭터의 엉뚱한 면모가 사랑스럽고 귀엽게 느껴지도록 연출되었고, 판타지적인 공간에서 이어지는 뮤지컬 장면들은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녹여내어 흥겹고 유쾌한 기분을 선사했습니다.


 휴 그랜트가 연기한 움파룸파는 감초 캐릭터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팀버튼 감독 영화의 움파룸파와는 다른 츤데레 매력으로 새로운 캐릭터의 재미를 창조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비록 분량은 짧았지만 움파룸파가 부르는 뮤지컬 넘버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을 정도로 <웡카>는 원작의 움파룸파 캐릭터를 재해석하여 흥미롭게 등장시켰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움도 남습니다. 영화가 지나치게 착하다고 해야할까요?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갈등이 너무 쉽게 해결되어 긴장감이 살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악역 캐릭터들도 너무 잔혹하거나 위협적이지 않게 표현되어서 가족 영화로써 훌륭할지 모르겠으나 전체적으로는 영화의 이야기가 무난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야기의 소재 자체는 수위가 꽤 있는 편(타락한 종교, 노동착취, 음식 중독 등)인데도 갈등의 중심인 권력자의 횡포나 노동의 가혹함이 너무 두루뭉술하게 순화되어 표현되었고, 그로인해 권선징악의 통렬한 카타르시스를 보여주지 못한 점은 아무래도 아쉬웠습니다. 또한 다른 영화들에 비해 캐릭터가 지나치게 많아 별다른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소모되는 캐릭터들이 발생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로알드 달 소설 원작 영화로서 <웡카>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가족 영화와 뮤지컬 판타지 영화로써는 꽤나 볼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스타 배우인 티모시 샬라메의 매력이 잘 드러난 영화이기도 합니다.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도전적인 시도로 색다른 매력을 가진 영화가 된 <웡카>는 로알드 달의 작품 세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 중요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속편인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레베이터>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앞으로 또 어떤 윌리 웡카의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추락의 해부> 포스터를 그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