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마이크, 엄마와의 여행을 준비하다

여행은 떠나는 순간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시작된다.

by 글꽃J

여행을 떠나기 5일 전.

하루 이틀에 끝나는 여행이 아닌, 일주일의 일정이었다.

이번 여행의 관건은 ‘여행지에서 뭘 하며 지낼까’였다.

책은 어떨까?

고민 끝에 엄마를 위한 책을 한두 권 가져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아무리 가족이어도 따로 또 함께의 시간이 필요하니까.


책을 좋아하지 않는 엄마, 책을 사랑하는 딸

사실 엄마는 책을 좋아하지 않으셨다.

그런 엄마에게,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나는

세상에 재밌고 감동적인 책이 있다는 걸 꼭 알려드리고 싶었다.

어린이 책, 청소년 책, 성인 책을 읽으며 “이 책을 엄마께 추천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했다.

그래서 작년에 ‘이 책이다!’ 싶은 걸 두 번 추천드렸다. 짧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엄선해서 고른 그 책에 대한 엄마의 평은 “가슴이 먹먹했다.”, “너무 재미있다.”였다.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이번 여행지에서 읽을만한, 그런 책을 또 찾고 싶었다.

책을 읽고 도서블로그를 운영하는 딸로서의 작은 바람이었다.

하지만 한동안 성인책, 고전 위주로 읽던 나에게 엄마께 추천할 만한 책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 좋아하던 출판사 사이트에 들어가 찾아봤다.

아동이나 청소년 책 중 감동이 있는 책.

후보가 몇 개 보였다.

세 권을 추려내고, 도서관에 대여 신청을 했다.

‘제발 이 세 권 중에 한 권이라도 엄마께 추천할 만한 책이 있었으면.’

여행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라 얼른 빌려서 먼저 읽어봐야 했다.

“여행 준비로 같이 갈 사람에게 책을 추천하려고 책을 읽는 사람이 또 있을까?”

하지만, 나는 엄마와의 시간을 그저 소비가 아닌 ‘의미 있는 시간’으로 남기고 싶었다.


여행 예정일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때 문득, 예전에 엄마가 시골 친척집 비닐하우스에서

노래방 기기를 틀고 신나게 놀았다는 말씀이 떠올랐다.

딸도 코인노래방을 좋아하니,

‘그래, 블루투스 마이크를 가져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블루투스 마이크를 왜 진작 떠올리지 못했지?‘


집에서 택배를 받아서 가려면 바로 주문을 해야 했다.

검색창에 “블루투스 마이크 노래방”을 입력했다.

마이크 종류는 정말 다양했다.

손잡이에 네모난 스피커가 붙은 것, 분리형, 세트형, 휴대형… 눈이 뱅글뱅글 돌았다.

‘어떤 게 좋을까?’

평이 좋은 세 가지 모델을 고르고 AI에게 비교 분석을 의뢰했다.

회사 동료가 또 하나 추천해 줬다.

총 네 가지 모델을 비교했다.

결국 기준은 간단했다.

가성비 vs 분위기.


나의 선택은 ‘분위기’였다.

조금 비싸도, 노래방 감성 제대로 살리는 아이템.

아이와 코인노래방을 종종 가는 나에게는 “못 먹어도 고!”의 심정으로 제대로 된 아이템을 선택했다.

물론, 아파트에서는 사용할 수 없지만

어딘가로 떠나야만 쓸 수 있는 물건이라니,

이건 다음 여행의 이유가 되기도 할 터였다.


주문하기 버튼을 눌렀다.

여행지로 바로 받을 수도 있었지만 집에서 테스트해 보고 가져가는 게 낫다.

새 상품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 엄마는 분명 인상 쓰실 테니까.


숙소만 예약해 놓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던 나는 이렇게 생각나는 대로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여행을 자주 다녀본 사람이라면 진작에 다 준비해 뒀겠지.

‘파워 J’라면서 정작 제대로 된 준비는 못 하는 나는 미루기 대장일까,

아니면 여행이 서툰 걸까.


그래도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한 가지는 확실히 다짐했다.

앞으로 더 많은 여행을 하자.

엄마와 프로 여행러가 될 때까지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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