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초보의 우당탕탕 짐 싸기
6시 30분.
못다 한 여행 준비를 하기 위해 맞춰둔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두 시간이면 충분히 짐을 챙길 수 있겠지.
우선 내 옷을 챙기고, 어제 사온 양념통에 양념을 담았다.
아이가 일어나고 서로의 짐을 챙겼다.
두서없이 짐을 모으다 보니 한 게 별로 없는 것 같은데도 시간이 슝슝 달려갔다.
짐 싸기 초보를 입증하듯, 출발 시간이 임박해진 나는
집에서 쓰던 샴푸와 바디워시 큰 통까지 막 주워 담았다.
차의 트렁크와 뒷자리 절반까지 짐이 꽉 들어찼다.
살림에 서툰 내가 외딴 시골로 일주일 여행 간다는 소식에
걱정이 된 동생은 주꾸미볶음, 갈비탕, 참치, 물티슈 등을 챙겨 기다리고 있었다.
‘음식 협찬’을 받아 들고 드디어 친정집으로 향했다.
갑자기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이렇게 계속 비가 오면 시골길 운전이 힘들 텐데.’
하지만 다행히 소나기였는지, 친정집에 도착할 즈음엔 거의 그쳤다.
엄마와 아이, 나까지 세 대가 모여 점심을 먹고 드디어 여행지로 출발했다.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비 온 뒤의 청명한 하늘이 마치 선물처럼 펼쳐졌다.
큰길을 따라 1시간 반,
마지막 좁은 길 5분을 달려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곳에 도착했다.
닫힌 철문을 비밀번호로 열고 들어가자,
‘생각보다 더 자연친화적인 곳이네…’
속으로만 놀랐지만 기대에 부푼 엄마와 딸 앞에서는 내색할 수 없었다.
수영장엔 우리보다 먼저 들어간 개구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개… 개구리야, 안녕.”
뜰채로 건져내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숙소를 둘러봤다.
컨테이너 구조의 원룸 두 개, 각 방마다 냉장고 하나.
물을 좋아하는 아이는 수영장을 보며 “와~”
농가 생활을 꿈꾸던 엄마는 집 주변 밭을 둘러보신다.
상추, 오이, 고추, 가지들이 싱싱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사장님이 따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던 수박을 갈라보았다.
작은 멜론만 한 크기에 살짝 실망했지만
얇은 껍데기와 새빨간 속살은 반짝이며 설탕가루처럼 빛났다.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는 그 식감.
‘수박도 이렇게 연할 수 있구나’ 처음으로 느꼈다.
저녁으로 준비한 닭갈비를 맛있게 먹고
드디어 대망의 노래방 타임!
이번 여행을 위해 준비한 무선 마이크와 스피커를 꺼냈다.
알록달록 돌아가는 미니볼과 함께 금세 우리 공간은 노래방으로 변신했다.
딸과 나의 노래방 놀이를 가만히 지켜보시던 엄마께 노래를 권했다.
노래 제목을 잘 모르신다던 엄마께 트로트 애창곡 목록을 쭈욱 보여드리자,
하나씩 고르시더니 어느새 마이크를 놓지 않으신다.
웃음소리가 가득한 가족 노래방.
여행지가 엄마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나 마음 졸이던 걱정은
이내 한 줄기 노랫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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