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 3대가 함께 수영한 날, 엄마의 미소를 보다

여행으로 알게 된 엄마의 수영실력

by 글꽃J

아침 준비를 하는데 엄마가 텃밭에서 빠알간 고추를 한 움큼 따오셨다.

"엄마~, 그걸 어디에 쓰게?"

엄마는 집에 가져가서 김치 조금씩 담을 때 갈아서 넣을 생각이라고 하셨다.

농산물을 보면 조금씩이라도 모아두었다가 요리할 생각을 하는 생활력 강한 엄마다.

오후에 마당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밖에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고 하니,

더 이상 한 움큼씩 따오는 건 못하시는 새가슴 엄마,

보고 있노라면 귀여움 한가득인 우리 엄마의 모습이다.



아침 먹고 오늘은 엄마랑 딸이랑 셋이서 수영을 하기로 했다.

모두 옷을 입고 물에 들어가려던 찰나,

후두둑 소리가 나더니 이내 쏴~ 하고 세찬 빗줄기가 쏟아졌다.

"아이고! 하마터면 옷만 적시고 나올 뻔했네!"

엄마의 안도감이 담긴 목소리에

"그러게~, 진짜 옷만 적실뻔했네~" 하고 맞장구쳤다.


쏟아지는 비를 우두커니 쳐다보다가

엄마집에서 가져온 옥수수를 쪄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압력밥솥에 물과 설탕, 소금을 넣은 후 휘휘 젓고 옥수수를 넣었다.

잡곡밥 모드로 익혔는데 아직 옥수수 알갱이가 조금 딱딱한 듯했다.

다시 한번, 물만 더 넣고 '고압찜 모드'로 30분을 더 돌렸다.

알갱이가 더 익어 "이제 좀 먹을만하네" 하는

'엄마가 드시기에 괜찮다'는 뜻의 말을 듣고서야 마음이 놓여 나도 와구와구 먹었다.



점심은 도토리묵밥, 육수를 만들고 묵을 썰어 넣어 묵밥을 준비했다.

신 김치에 양념을 해서 묵밥과 함께 후루룩 먹었다.

딸아이는 첫 숟가락을 먹어보고는 맛없다고 했지만,

"이런 데 와서는 주는 대로 먹는 거야"라며 한 그릇을 비우게 했다.

밥 먹고 무료한 시간을 아이와 앞으로의 식단을 짜며 보냈다.

포스트잇에 요일을 하나씩 써주고, 앞으로 요리할 수 있는 메뉴들을 하나씩 적었다.

냉장고에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나씩 붙이고 옆으로 아침, 점심, 저녁을 쓴 포스트잇을 붙였다.

그리고는 일요일 저녁부터 금요일 아침식사까지 메뉴를 쫘악 붙였다.

앞으로 식단 걱정도 끝!



드디어 비가 그치고 수영타임~ 생각보다 물이 차가웠지만, 금세 물 온도에 적응했다.

엄마는 튜브에 올라타려다 자꾸만 물에 빠져버려 다시 안 타겠다고 하셨지만,

내가 잡아주겠다며 튜브 위로 올려드렸다.

엄마는 튜브 위에서 누운 채 둥둥 떠다니다가 이쪽 벽을 손으로 밀어 저쪽 벽으로,

또다시 이쪽 벽으로 튜브와 한 몸이 되어 수영장 구석구석을 여행하셨다.

아이와 나는 물총을 쏘다가 수영대회를 열었다.

사실 말이 수영대회지,

수영장 끝에서 끝까지 수영하다 걷기를 반복하고

앞서가는 사람을 끌어당기며 반칙도 서슴지 않는 비정상경기였다.


수영을 못하는 나는 음식을 포장해 왔던

스티로폼 상자 뚜껑을 수영판 삼아, 수영 연습을 시도했다.

오늘의 수영장 하이라이트는 엄마의 수영!!

양쪽팔에 공기주머니를 하고 스티로폼 물총을 양손으로 잡으시고는

수영장 한쪽에서 다른 쪽까지 발차기를 하며 제대로 된 수영으로 도착하셨다.


놀라워하며 "한번 더!!!"를 외치는 딸의 목소리에

반대편으로 한번 더 이동하신엄마는

"에휴~ 숨이 차서 더 이상 못하겠다"며 밖으로 나가셨다.



잠시 숙소로 들어가신 엄마가 한참이 지나도 나오시지 않아서 들어가 보려던 그때,

문을 열고 나오신 엄마는 아주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뉴케어를 먹으려고 뚜껑을 땄는데, 파리가 보여서 그거 잡으려고 이리저리 팔을 휘두르다가 뉴케어를 먹으려니 하나도 나오지 않더라.

그래서 어머! 이게 다 어디 갔어? 하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한 방울도 남김없이 다 쏟아져 있어서 바닥이 끈적해질까 봐 몇 번이나 닦고 나오느라 늦었어"

"그래서 다른 거 열어서 드셨어요?" 묻자,

일주일살기여서 뉴케어를 일곱 개 가져왔는데,

오늘치의 뉴케어는 쏟아져 못 드셨다고 대답하셨다.

"7일째 뉴케어는 집에 가서 먹으면 되지~!" 하며 얼른 새 걸로 가져다 드렸다.

뉴케어와 파리의 해프닝으로 오후의 한 시간은 또 순삭 됐다.

이후에는 방방(트램펄린)을 타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저녁은 갈비탕.

밀키트 두팩을 한꺼번에 뜯는 걸 보며 엄마가 많을 것 같다고 한 팩만 하자고 하셨지만,

많이 먹자며 두 팩을 모두 넣고 파송송 팽이버섯을 추가로 넣고 푸짐한 갈비탕 그릇을 각자 앞에 놓았다.

나도 갈비탕은 거의 고기만 먹는 편이지만, 엄마도 다 드시도록 하기 위해 국물까지 싹싹 비웠다.

많다고 하시면서도 남김없이 드시는 엄마가 살이 찌기를 바라며...

저녁 식사를 마쳤다.

오늘도 노래방은 열었지만, 엄마는 계속 하품을 하며 졸리다고 하셔서,

노래방 손님은 나와 아이 둘이었다.

목이 아프도록 실컷 노래 부른 뒤 하루를 마무리했다.



역시 여행을 해봐야, 함께하는 사람을 더 잘 알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시간이었다.

엄마가 작은 보조도구만 있으면 수영을 제대로 하실 수 있다는 것.

단순히 물을 좋아하시는 줄만 알았는데,

수영도 제법 할 줄 아시는 분이었다.

'건강이 더 좋아지시면 함께 수영을 다니면 좋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여행 두 번째 날도 안녕!

엄마와 딸과 나, 셋의 여행은 앞으로도 쭉~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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