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로망 실현?
아침 메뉴는 샐러드와... 단호박수프(스프라 쓰고 죽이라 부른다.)
수프를 만들려고 했는데 넣어야 할 재료가 하나 없다.
완성된 수프는 어쩌다 보니 죽이 되어버렸다.
평소 수프를 안 좋아하던 아이는 "엄마, 맛있어!" 라며 더 챙겨 먹는다.
집에서와 다르게 아이의 입맛이 관대해진다.
아침을 다 먹었는데, 창밖엔 여전히 비가 쏟아진다.
이런 날의 로망을 떠올린다.
그래, 오늘은 그 로망을 실현해 보기로 한다.
마당 테이블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책 읽기.
엄마는 해먹에서, 나는 테이블에서 각자의 책을 펼친다.
‘아, 이게 힐링이지…’ 하고 느끼는 순간,
평화를 깨는 존재가 나타난다. 바로 벌.
한 마리, 두 마리 날아다니더니
쫓아내도 자꾸만 날아오는 게 아닌가.
10분쯤 버티다가 결국 항복하고야 만다.
벌 vs 인간, 벌의 승리.
우리는 방으로 도망친다.
해가 얼굴을 내밀자마자 텃밭 탐험에 나선다.
그런데 작은 배 하나가 신문지를 벗어던지고 혼자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옆에 있는 다른 배들은 신문지에 곱게 싸여 있는데,
이 녀석만 탈출에 성공한 모양이었다.
‘너, 나한테 먹히고 싶은 거지?’
따서 깎아 먹는다.
과즙이 뚝뚝, 달콤함이 입안에 확 퍼진다.
엄마도 "이거 진짜 맛있네!" 하신다.
아직 어린 배나무라 이 하나로 만족해야 하지만,
직접 따 먹는 맛이 이런 거구나, 새삼 느낀다.
점심 - 카레의 정석
맛있는 카레를 만들기 위해서는 양파를 볶을 때 단맛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포인트이다.
치즈까지 넣어 고소함을 더했더니, 엄마가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우신다.
요리한 보람이란 게 있다면, 바로 이 순간.
내가 요리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
생각보다 큰 행복이다.
저녁 - 삼겹살은 야외에서 구워야 제맛
첫날 바비큐 도전은 젖은 장작 앞에서 무릎을 꿇었지만, 이번엔 마음먹고 도전한다.
휴대용 버너를 꺼내 든다.
비가 와도, 장작이 없어도, 삼겹살은 노릇노릇 잘도 구워진다.
엄마는 텃밭에서 막 뜯어온 상추와 깻잎을 들고 오신다.
이게 진짜 '산지직송' 아닌가.
지글지글 구워지는 삼겹살 위에 마늘을 올리고, 마지막은 역시 볶음밥.
참기름과 치즈 가루를 뿌리니 완벽하다.
"엄마, 맛집 차릴 수 있겠는데?"
아이의 립서비스인 걸 알지만, 기분은 좋다.
시골에서의 하루는 결국 '먹고, 쉬고, 또 먹는' 것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하루의 마무리는 역시 노래방.
엄마와 내가 번갈아 가며 마이크를 잡는다.
웃고, 노래 부르고, 또 웃는다.
내일도 오늘만 같기를…
평온한 하루에 감사하며 잠들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