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쓰는 100자 편지 #12

낭독 감시자

by 글꽃J

오전에 낭독을 해보겠다고 하자,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지켜보던 네가 말했지.

"엄마 세 번 틀리면 그만 읽기야."

눈뜨자마자 내 방으로 온 너와 놀아주지 않고 낭독하는 게 싫었던지,

갑자기 낭독 감시자가 됐지.


나는 바짝 신경을 쓰고 책을 읽었지.

신기하게도 안 틀리더라.

그랬더니 너는 조건을 추가하겠다고 했어.

"실감 나게 읽어줘야 돼."


할머니 등장에 할머니 목소리를 내고

아이 등장에 아이 목소리를 냈지.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금세 세 번을 틀려버렸어.


너는 좋아하며 이제 책을 덮으라고 했지.

그래도 낭독하지 말라고는 안 하고

지켜봐 주던 너.


아침의 정겨운 너의 얼굴이 눈앞에 있어서 좋았어.

다음엔 같이 낭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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