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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릭 Dec 24. 2021

미리 크리스마스

주차라인에 들어선 차가 완전히 멈추자 남자가 말했다. “크리스마스에 제주도 갈래요?” 놀란 표정으로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뭐.... 가려면 갈 수는 있지만....” 뜻밖의 물음을 잠시 되새기며 머뭇거리던 여자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근데, 이미 예약이 차서 불가능할걸요.”


“숙소랑 표는 예약해 뒀어요.” 남자가 가르마 반대편으로 삐죽 걸쳐진 여자의 머리카락을 집어 넘겼다.


여자가 가만히 올려보다 눈웃음 지었다. “제가 안 간다면 어쩌려구요?”


“그럼 혼자 갔다 오는 거죠.” 남자가 말했다.


여자의 눈이 커졌다. “네? 나 혼자 내버려 둘 생각이었어요? 크리스마스에?”


남자는 여자의 머리칼을 귓등으로 넘기며 딴청을 피웠다. “아뇨.”


“혼자 간다면서요?” 여자가 물었다.


그녀가 답을 기다리며 쳐다보고 있지만 남자의 목소리는 느긋했다. “안 가면 그렇다는 거죠. 안 가면.”


여자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는 남자의 손을 붙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안 가면 혼자 내버려 둘 생각이었냐고요?”


이제야 여자의 눈을 쳐다보지만 여전히 남자는 느긋하기만 했다. “아니요.”


“그럼요?” 여자가 물었다.


“만약 안 가면 그런다는 거죠. 안 가면.” 그의 손가락 하나가 여자의 이마 쪽 머리칼을 매만졌다.


“그게 내가 갈 거라는 말이잖아요?” 여자가 물었다.


“아뇨.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남자가 대꾸했다.


노려보고 있던 여자가 남자의 어깨를 툭 쳤다. “그게 그 말이지. 말장난하지 마요.”


남자가 정색을 하며 몸을 숙여 고개를 내밀었다. “말장난이라니. 전 아주 진지하게 묻는 건데요. 같이 여행 갈래요?”


“흥! 영악한 사람.” 여자가 콧소리를 내고는 남자의 한쪽 턱을 잡아 정면으로 돌렸다. “내가 갈 줄 알고 예약해둔 거죠?”


“갈 거예요?” 남자가 물었다.


“근데 묻지도 않고 그렇게 정해버려요? 평소 선배답지 않아요.” 이번엔 여자가 남자의 머리칼을 넘기며 가지런히 했다.


남자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묻잖아요.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고.”


“내가 정말 못 갈 수도 있잖아요?” 부드럽게 쓸어 넘기는 그녀의 손을 따라 여자의 눈동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럼 혼자 가는 거죠.” 남자의 눈동자도 차분히 그녀의 눈동자를 뒤따랐다.


“정말이에요? 나 혼자 버려두고?” 여자는 남자의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머릿결을 살폈다.


“만약 못 가면 그런다는 거죠. 만약에.” 여자의 손에 맡겨진 남자의 머리가 움직이지만 남자의 눈동자는 짐벌 카메라마냥 그녀에게 고정되었다.


“자꾸 장난칠 거예요?” 남자의 머릿결을 매만지던 여자의 손이 다시 남자의 턱을 붙잡아 정면으로 돌렸다.


남자가 방긋 웃었다. “갈 거예요?” 입술사이로 가지런한 이빨이 드러났다.


“장난꾸러기.” 여자는 남자의 한쪽 가슴팍을 두드렸다.


그녀의 작은 손을 붙잡으며 남자가 말했다. “물어보기 전에 확실히 해두고 싶었어요. 가고 싶다고 꼭 갈 수 있을 거란 보장은 없으니까.”


“그러다 정말 못 갔으면요?” 여자가 물었다. 남자가 답하려 하자 그녀가 손에 힘을 주며 경고했다. “또 장난치지 말아요!”


남자가 다시 여자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기 시작했다. “기다리던 사람들 중 누군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는 거죠.”


여자가 잡고 있던 남자의 손을 만지작거리다 물었다. “그런데 제주도 갈 생각은 어떻게 한 거예요?”


“저번에 동생이랑 사진 보면서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요. 가고 싶어 하는 거 같아서.” 남자가 말했다.


“음.... 내가 그랬어요?” 기억을 떠올리려는 듯 여자의 눈동자가 허공을 맴돌았다.


“나도 가보고 싶기도 하고.” 머릿결을 만지던 남자의 손가락이 구부러진 마디 하나로 여자의 뺨을 문질렀다. “가족여행으로 가본 적은 있지만 그땐 여름이어서. 겨울엔 어떨지 궁금해요.”


“전 처음이라 벌써 설레요.” 기쁨이 차오르는 목소리를 누르며 여자가 말했다.


“아직 간다고 말 안 했어요. 갈 거죠?” 장난기가 서린 듯 진지한 눈빛으로 남자가 물었다.


여자의 두 손이 남자의 턱을 감싸듯이 받쳤다. “네, 좋아요.” 그녀가 남자의 얼굴을 당겨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우리 첫 여행이 제주도라서 정말 기뻐요. 미리 크리스마스.”

   


# Get Here - Dave Koz &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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