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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마 Nov 11. 2015

6장_미국 대학 적응하기

Sep. 3th  - Sep. 4th








스티븐슨Stevenson 기숙사에 위치한 식당, '델리Deli'


  부모님이 영상통화를 할 때마다 묻는 질문이 있다. 



밥은 잘 나오니?


그러면 난 대답한다, 돼지가 돼 돌아갈 지경이라고. 초반에는 미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살이 쫙쫙 빠졌지만 지금은 오동통하게 살이 올랐다. 밥이 잘 나오다 못해 지방이 엑스트라로 끼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게 잘 먹고 있어도 한국 음식이 미친 듯이 먹고 싶은 순간이 밤에 덮쳐 오곤 한다. 


  오늘은 기숙사 지하에 위치한 학식당 중에서도 처음으로 뷔페가 아닌 '타워 델리'에서 샌드위치를 투고to go(테이크아웃이라 말 하면 못 알아 듣는다)했다.



멘붕이었던 바이오 수업


 

 이 날은 처음으로 바이오bio 수업에 포함되어 있는 실험lab(laboratory)를 하는 날이라 꽤나 긴장해 있었다. 수업은 최악이었다. 아니, 수업을 듣는 내 영어 수준이 최악이었다. 실험 수업의 전반적인 진행 방향은 그룹 별로 글을 읽고 생각을 정리한 후 각자의 조가 불러주는 것을 종이에 받아 적는 것이었다. 받아 적기라니. 아무리 귀를 쫑긋 세워봐도 들어오는 게 없다. 


멘붕이 파도처럼 몰려든 후에 수업이 끝났다. 진심으로 수업을 드롭drop(취소)하고 싶었다. 





  


조각난 멘탈을 회복하고자 학교 안 유일한 카페테리아 Java자바에 왔다. 난 익숙하게 차가운 차이chai티 라떼를 시키곤 조금은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차이티 라떼는 한 모금 들이키면 쌉싸래한 계피 향이 입맛을 확 돋우고 밀크티와는 다른 부드러움이 포근하다.  미국에서 눈 떠버린 취향 때문에 매번 아쉽지 않게 돈을 쓰고 있다. 학내 카페인지라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창밖으로는 바쁜 학생들이 지나간다. 오리엔테이션 기간 내내 캠퍼스를 뛰어다니던 내가 떠오른다. 지금은 이렇게 카페에서 시간도 보내다니, 꽤나 적응한 모양이다.




내 룸메이트들이 탐냈던 우주 콘셉트 스케쥴러


 

그다음 영문학 수업을 위해 문법 공부를 하는데, what the hell. 두 번째 폭풍이 뇌를 두드렸다. 똑똑,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정말 뭔 말인지 아무리 종이를 읽어도 이해가 안 된다. 하기 싫은 공부 대신 괜히 스케쥴러나 끄적거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한국에서 들었던 문법 수업의 효과 덕분인지 작문composition 수업에서 봤던 퀴즈 점수는 나쁘지 않았다. 역시 한국인은 문법에 강하다는 말이 낭설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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