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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마 Nov 06. 2015

5장_가을학기, first week

Aug. 24th - Aug. 31th






도서관 앞에는 키가 큰 시계탑이  우뚝 서 있었다


 어느 대학의 학생이든 '개강 첫 주'를 보내는 방식은 비슷할 거다. 내 선택으로 한 학기의 운명이 갈리기 때문에 신중하게 수업의 과제 강도와 교수님의 특성을 살펴야 한다. 나는 시간표 짜는 운이 좋은 편이였는지, 한국에서는 수강신청을 곧잘 성공했다. 또한 나름 모범생인지라 수업 첫날부터 지각해서 교수님께 미운털 박히는 편도 아니었다. 


  

10개월 내내 하도 먹어서 한국 와서는 서브웨이를 잘 안 먹는다


  하지만 미국 대학 생활은 시작부터 꼬였다. 아침형 인간인 내가 새벽 4시에 잠들어 오전 10시에 깨기도 했으며, 수업 첫 주부터 지각을 해서 고개를 연신 숙이며 교실 안에 들어가기도 했다. 더 심한 때는 잠에 취해 아예 수업이 끝난 후에 깨어나기도 했다. 시차jet lag도 더 이상 핑곗거리가 되지 못했다.


  이렇게 생활 패턴은 물론 식습관도 바뀌었다. "아침은 무조건 한식!"을 외치던 나는 어느새 졸린 눈을 비빈 채 스크램블과 머핀을 먹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드문드문 먹었던 파스타와 피자 등이 주식이 되었고 수요일 저녁에만 서빙되는 아시안 푸트Asian food가 별식이 되었다. 12학점credit이라는 느긋한 학교 생활만큼 내 몸무게도 같이 푸근해졌다.





전공 수업을 들었던 콜먼 홀 Coleman Hall 



  미국에서 수업을 많이 들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최소학점이 12학점이라는 사실에는 조금 놀랐다. 내가 다녔던 한국 대학교에선 최저 학점이 18학점이었으며, 원한다면 24학점까지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전공인 영문학English&Lit 수업을 두 개, 평소 배우고 싶었던 아트Art 수업을 한 개, 마지막으로 무난해보이는 생물학bio 수업을 신청했다.




  

솔직히 영문학 수업보다 드로잉 수업이 더 기대됐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지만 한 번도 정규 수업으로는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입구부터 예술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스튜디오에서 다리 긴 의자에 안장 교수님을 기다리는 데 얼마나 떨렸는 지 모른다. 그때 교수님 등장! 딱 봐도 '나 예술합니다.'의 포스에 오오, 절로 입이 벌어졌다. 


교수님은 수업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해주시곤 질문을 받고 수업을 끝내셨다. 매주 과제가 있어서 조금 힘들겠지만 괜찮았다. 수업을 듣고 늘어날 그림 실력이 더 기대됐다.












그 많은 내 돈들을 어디에 썼을까?


  

가을 학기fall semester 동안의 시간표가 정해진다면 이제 등록금tuition기숙사비room&board를 낼 차례다. 한국에서는 이 두개를 낸다면 계산은 다 끝나지만, 미국은 온갖 종류의 'fee'가 붙는다. 책 렌탈 서비스, 기숙사 보안, 운동 센터 이용 비용 등등을 다 포함하여 우린학교는 'general fee'로 매겼는데 그게 참 짜증났다.


아니 내가 학교 운동 센터recreation center(EIU에서는 운동센터를 렉 센터라고 불렀다) 안 이용하면 어쪄려고? 하지만 빼고 넣고가 불가능한 수수료fee를 탓해서 무엇할까. 그저 낸 돈만큼은 운동하자는 생각으로, 난 그때부터 주기적으로 운동했다. 물론 분위기가 그랬다. 한국 고등학생들이 수능 공부 하듯이 미국애들은 운동을 한단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수업시간엔 넋 나가 의자에 기대 있던 친구들이 렉 센터만 가면 열기를 뿜어내며 운동working out을 했다. 그만큼 하는 애들은 미친 듯이 운동을 했고, 안 하는 애들은 한 번도 센터에서 마주칠 수 없었다. 


우리가 인스턴트로 여기는 음식을 주식으로 먹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대체로 비만이고 뚱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내가 실제 경험한 바로도 미국 음식이 한국 음식보다 더 짜고 고칼로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움직인다. 어렸을 때부터 시작한 액티비한 활동을 성인이 돼서도 꾸준히 하는 습관 덕분인지 내 친구들 대부분은 날렵한 체형을 갖고 있었다. (물론 우리 학교가 스포츠 쪽으로 유명하다고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낸 돈이 아까워서, 나도 한 번 쯤은 좋은 몸매를 갖고 싶어서, 결정적으로 이렇게 매일 먹었다간 겨울철 동면 준비를 끝낸 캠퍼스의 통통한 다람쥐처럼 될까지 다로 렉 센터를 열심히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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