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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마 Nov 06. 2015

4장 _ 오리엔테이션 기간-2

Aug, 20 - 22. 2015




 

오리엔테이션 위크 두 번째 아침! 오늘은 조금 특별한 일정이 우리를 기다렸다. 바로,


Lunch at the church



  미국은 국교(國敎)가 없지만 국민의 다수가 기독교인Christian이다. 멕시코 출신의 미국인 친구들은 대부분 천주교를 믿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에 있으면 교회 갈 일이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교회를 가게 될 줄은 몰랐다.


초등학생 때 멋모르고 친구 따라 교회에 발을 디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쭈뼛거리며 테이블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강당 끝에는 신입생들을 위해 준비한 파니니와 샐러드, 레모네이드를 가득 담은 볼bowl이 있었다. 


그 음식들을 한국이었다면 자리를 비켜 드려야 할 것 같은 동네 어르신들이 나눠주셨는데serve, 크게 참 감동이었다. 외국에서 학생들이 왔다며, 주름진 손으로 20cm가 넘는 유리병을 들어 레모네이드를 따라주는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 






 

4시가 넘자 태양은 캠퍼스를 주황빛으로 물들이며 사그러들고 있었다. 맛있는 점심 식사를 마친 후에는 북 렌탈 에 갔다. 처음에는 교과서를 학교 측에서 빌려준다고 하길래 얼마나 클까 싶었는데, 정말 미국의 스케일은 역시 언제나 상상 이상이다. 전교생에게 제공할 책을 모아둔 곳이니 그럴 만도 했다. 똑같은 책이 50권은 기본으로 한 칸을 차지했고, 섹션이 미로처럼 펼쳐져있었다.




요 왼편에 있는 컴퓨터 앞 카드 리더기에 내 팬서카드(EIU ID 카드)를 긁자 수강 신청한 과목에 따라 필요한 책들이 리스트로 뽑혀 나온다. 근데, 뭐라고요?


13이요?


종이가 잘못 뽑힌 줄 알았다. 아무리 내가 문학(Lit, literature) 수업을 두 개 들었다 해도 말이 안 되잖아. 다른 애들은 대여섯 권으로 끝났는데, 난 책 수집하느라 셔틀까지 놓쳤다. 물론 골프 카트를 타고 캠퍼스로 무사귀환 할 수 있었지만 두 선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Aug. 22th. 2015


오리엔테이션은 주말만을 남겨둔 채 계속됐다. 오리엔테이션 위크에 대한 설명을 담은 종이를 받았을 때부터 J양과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시간이 드디어 다가온 것이다. 바로 


 6 to 10 P.M : Up All Night!



'up all night'은 우리나라 말로 따지자면 '밤샘'인데 학교에서 신입생들의 학교 적응을 위해 진행하는 밤샘파티 같은 거였다. 파티라니! 내가 아는 '미국의 파티'라는 것은 무릇 번쩍이는 조명 아래 드레스를 입곤 제 젊음을 뽐내는 거였다. 드라마에서는 그렇게 나오니까. 그래서 나는 룸메들에게 드레스 업(파티나 클럽, 교회 등을 가기 위해 평소보다 격식 차려 입는 것을 뜻함)을 해야 하냐고 물었다. 하지만 룸메들은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고 말렸다. 


하지만 파티인 걸! 미국 파티를 처음 간다는 마음에 들떠있던 모양이다. 평범한 옷차림을 하곤 아쉬움에 립스틱만 짙게 바른 채 파티장으로 향했다. 




그래, 너희 말을 듣길 잘했네. 아무리 봐도 다들 평범한 차림이었다. 중간중간에 셔츠를 입고 온 남자애들도 보였지만 그뿐이었다. 오히려 꾸미고 왔다면 촌스럽게 보였을 정도였으니. 


  미국의 '파티'는 참 많은 의미를 지닌다. 밥을 같이 먹어도 파티, 저녁에 함께 모여 보드 게임을 해도 파티 (혹은 game night). 그냥 저녁 무렵에 무리 지어 행동하는 무엇이든 파티라고 친구들은 말해서, 초반에 나를 무척 헷갈리게 만들었다. 


지금이라면 누군가 "우리 오늘 파티 할 거야!"라고 했을 때 분위기 보고 재미 없겠다 싶으면 슬쩍 거절하겠지만, 초반에는 다 따라다녔던 것 같다. 그때는 파티 하나라도 빠진다면 손해 본다는 생각에 쫓아다녔지만, 기대보다 재미 없는 상황에 실망을 반복하니 나중에는 요령이 생겼던 것 같다.



 

이 날도 특별한 일은 없었다. 누군가가 열심히 준비했을 무대가 2시간 동안 장르 상관 없이 이어졌고, 그 뒤로는 팝콘과 스냅백을 무료로 나눠줬다. 줄 서서 기다리면 스냅백에 미술 전공인 친구들이 멋진 캘리그래피를 새겨줬는데, 나는 'EIU'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참 별일 없었는데 무척 신 났던 것 같다. 경쾌한 라틴 음악을 연주하는 무대에 국제 학생 친구들과 다같이 스냅백을 쓰고 리듬에 들썩거렸다. 다들 제 흥에 취해 소리 질렀고, 무대 뒤에서는 친구들이 친구들을 소개시켜주며 슬기로운 대학생활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었다.



그냥, 생각보다 별 거 없어서

가벼워서, 그게 참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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