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지마 Sep 09. 2018

십육. 인쇄 감리 보기

기장님, 감리 볼 때는 뭘 확인해야 해요?


기장님, 감리 볼  뭘 확인해야 해요?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했다.


많은 친구와 생각지도 못한 지인의 응원, 그리고 생에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감사한 이름의 후원자 분 들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이제는 좋은 책으로 보답할 시간이다.








저번 글에서 올렸지만 가독성이 떨어지는 듯하여 다시 올려본다. (뭐 이것도 그리 읽기 좋은 편집은 아니지만)


인디자인 파일을 어떻게 저장하는지도 몰라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지만, 이런 식으로 파일을 만들고 인쇄소에 보낸다. 




이것도 저번에 언급했지만 다시 한 번 정리해본다.




나는 디지털 인쇄를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아마 디지털 인쇄는 파일을 보내면 그것을 이용해 바로 인쇄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옵셋 인쇄의 경우 파일을 보낸다면 인쇄소에서 다시 리파인 된 파일을 보내준다.


맨 처음에는 인쇄서에서


"파일 리파인해서 보낼 테니까 확인하고 알려주세요."


이러시는데 "예?"라는 말 밖엔 하지 못했다. 리파인 파일이란, 즉 내가 보낸 디지털 파일을 다른 어떤 형태로 변형한 것을 말하는데 혹시 누락된 사항이 있나 없나 확인하고 컨펌을 내리라는 거였다.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돼서, 그냥 사진 빠진 곳은 없나 정도를 확인했던 것 같다. 참 다행이었던 것은 완성된 PDF 파일을 훑을 때조차 보지 못했던 오류를 확인할 수 있었던 거다.


그 오류 사항만 변경해서 다시 pdf 파일을 보냈고, 인쇄소에서는 3시쯤 감리를 보러 오라고 말했다.









이때의 이틀은 그렇게 인쇄소에 맞춰서 돌아갔다. 



새벽 4시까지 파일 수정 - 아침 8시에 인쇄소에 파일 보냄-9시에 바로 연락이 왔음. "리파인 파일 확인하고 전화 주세요." -  수정 사항만 고친 후 다시 pdf 파일 전송 - 이틀 만에 3시간 잠들고 다시 충무로로 Go -  피곤한데 배는 고파서 냉면을 사 먹음 - 4시가 돼서야 감리 시작









충무로는 뭐랄까, 내 초등학생 시절에 멈춰있는 느낌이었다. 여전히 실내에서 담배 피우는 작업 현장. 투박한 기계들과 매캐한 냄새. 종이를 잔뜩 지고 이동하는 아저씨들. 다만 달라진 것은 어린 시절, 그저 아저씨로 보였던 사람들이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 보였다는 것.









약속된 시간보다 1시간 뒤에 팀장님을 따라 감리를 보러 갔다. 


앞서 옵셋 인쇄는 되게 큰 판에 레이저로 '리파인 파일'을 입힌다고 했는데, 이 오른쪽 사진의 판을 왼쪽 기계에 넣으면 레이저가 알아서 파일을 입히는 공정을 거친다.








이렇게 완성된 판을 가져와 인쇄기에 얹은 후 잉크를 찍으면 종이가 후루룩 찍혀 나온다.







왼쪽 사진의 인쇄기는 정말 큰 소음을 내며 종이를 착착 찍는데, 기장님은 판이 찍힐 때마다 저렇게 종이를 구분해서 계속 찍어 내셨다. 처음에는 저렇게 옆면에 숫자를 쓰실 때 깜짝 놀랐다. 근데 생각해보니 어차피 책의 양옆 3mm씩은 잘라내니 상관없겠구나 싶었다.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몰라 멀뚱히 서 있는데 기장님이 종이 한 장을 꺼내 주셨다. 첫 판 첫 번째 페이지였다. 따끈따끈한 종이를 넓은 판에 펼쳐 놓으신 기장님이 한 번 보라고 말씀하셨다. 이때도 참 어리바리하게 인쇄 사항이 어떻게 나왔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그냥 진짜 눈으로 훑어봤다. (초보란 진짜.)



책 <미국 로망 깨기>는 가제본을 세 번 넘게 뽑아봤으니 어떤 색감이 나오겠다, 감이 있었고 예상대로 뽑혀서 좋다고 말씀드렸다.



인쇄소에 조금 익숙해진 후에는 눈치껏 기장님 안 바쁘실 때 여러 가지를 여쭤봤다. 일단 이 질문부터.




기장님, 감리 볼 때는 뭘 확인해야 해요?









초짜일 때는 확실히 나 잘 모른다고 밝히는 게 낫다고 본다. 괜히 아는 척하다 큰 실수를 하는 것보단. (그리고 아물 내가 출판 경험이 많다고 하더라도 이곳에서 30년 일하신 기장님보다 고수일까?)


기장님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사진 잘 나왔는지를 중심적으로 확인하다고 한다. 근데 진짜 이거 밖엔 할 일이 없다. 소설책인 경우는 표지만 보는 경우도 있고, 아예 감리를 안 보기도 한단다. (백분 공감하단다. 검정 100%인 종이인데 확인할 게 있을까.)


그래도 옵셋은 뽑을 때마다 색이 달라지기 때문에 끈질기게 감리를 보는 게 좋다. (나는 너무 졸려서 중간에 집에 왔지만.) 가끔 생각대로 색이 안 나왔다면 바로 기장님께 말씀드리면 된다. 그러면 기장님이 저 왼쪽 사진의 숫자가 적힌 판을 뚜닥뚜닥 만지신다. 오른쪽 사진의 CMYK라 적힌 모니터의 숫자도 바뀌는데 바로 수정된 종이를 뽑아 주신다. 

 







판에 따라 종이가 쌓여가고, 종이 한 면을 다 인쇄했다면, 기계를 거꾸로 다시 돌려 뒷면을 인쇄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면 표지를 확인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책의 인상을 좌우하는 표지 인쇄 감리에 가장 공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중요!)



이렇게 몇 시간 씩 감리를 보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기름 냄새와 기계 돌아가는 소리, 종이에서 나오는 가루가 기관지에 침투해 무척 피곤한 느낌이 배가된다. 하지만 며칠 후 종이가 다 마르고 엮여 우리 집으로 배송될 것을 생각하면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



나는 기장님께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남긴 채 집에 돌아왔다. 이날은 너무도 수면이 절실했다.






* 감리할 때 참고하면 좋을 것들 정리하여 올려봅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십오. 책에 찍는 마지막 온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