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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마 Dec 07. 2015

8장_학기 초의 시간들

Sep. 9th - Sep. 11th








새학기를 맞이하는 마음은 모두가 비슷하리. 


새마음 새뜻으로, 열심히 수업도 듣고 예쁜 연애까지 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하는 시간의 연속일 것이다.

 

특히나 미국에서 새학기를 시작하는 나는 위시 리스트가 빼곡했다. 가능한 한 모든 행사에 참여하고, 많이 행아웃hang out(친구들과 놀러 나가거나 함께 여유 시간을 보내는 것)하기. 


또, 성적에 연연하는 짓은 한국 돌아가면 충분히 할 테니, 미국에서는 평균 B를 목표로 했다. 되지도 않는 영어 실력으로 목표만 높게 잡으면 도서관에서 정말 '공부'만 하다 간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그냥 그 정도로 만족하자고 스스로를 달랬다. 




  

 내 다짐을 들은 듯, 미국에서는 참 매번 행사가 많았다. -생각해보면 한국 대학교도 행사는 많았다. 다만 그것들은 내 일상에 큰 울림을 일으키지 못해 그냥 지나쳤다. 그런 사소한 것들도 내가 특별히 본다면, 이름 불린 꽃처럼 특별해질 것을. 외국에 나왔다고 특별한 것이 아니다. 내가 특별하다 생각하니 특별해 지는건데. 갔다오기 전까지는 그걸 몰랐다. -


나는 수업만 끝나면 기숙사에 들어가 뻗고 싶은 마음을 굳세게 잡으며 나름 열심히 행사에 참여했다. -인생에 역마살이 세 개나 낀 것에 비해 집순이 기질이 다분하다-


Something 'party' / blah blah campus event



가장 위험한 단어였다. 사람 설레게 만들들어 놓곤 막상 놀러가면 '사실 별 거 없었어'라고 야속하게 말하는 이벤트에 얼마나 많이 실망했던지. 행사란 기대를 하면 무척 재미 없었고, 그쳐 지나가다 들리면 소소한 재미가 맛깔났다. 





그래도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Poster Sale! 캠퍼스 안에서 커다란 흰색 텐트를 쳐놓고 물건을 파는 것도 신기했지만, 워낙 엽서를 좋아하는지라 취저(취향저격)를 당해서 바로 들어갔다. 


"오오. 뭔가 전문적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판매업체가 아니라 학교 아트 전공자 친구들이 만들어서 팔았던 게 아닌가 싶다. 학교에 상인이 들어와서 물건을 팔았진 않았을 듯 싶다. 


어쨌든 포스터와 엽서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영화 별로, 혹은 캐릭터별로 큼지막하게 정리된 포스터부터 벽에 붙어 놓기 좋은 아기자기한 엽서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나는 여행 기념품으로 그 나라의 분위기를 풍기는 엽서 수집한다. *스타벅스 시그니처 컵이라든가 냉장고 자석도 좋지만, 유독 엽서가 모으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집에 저장하고 꺼내보기가 좋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으니, 예의를 차리고 **포스터 4장을 구매했다.



* 다른 나라에서 구입하는 스타벅스 시티 컵은 뭐랄까, 다 비슷한 느낌이다. 스타벅스 절대 안 마시는 이탈리아(대단해!)를 빼고 지금까지 다녔던 모든 여행지에서 스타벅스를 구경했지만, 딱히 사고 싶다 생각이 드는 컵은 없었다. 똑같은 디자인에 -디자이너님의 노고에 참 감사하지만- 각 나라의 랜드마크만 박아둔 컵은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은 넓은 땅 때문에 주마다 법이 다른것처럼, 주마다 스타벅스 컵이 다르다! 물론 시티 컵도 있지만, 특히 여행객들이 많은 장소에는 주마다 특유의 분위기를 컵에 담아 팔기도 한다. (마이애미와 시애틀이 특히) 미국에 계신다면 스타벅스를 안 갈 수 없으니, 그때는 한 번 컵을 구경해보시길 바랍니다. (다만 부피 차지 주의)



 **미국 온 지 얼마나 됐다고, 한국에 있는 엄마와 친구들에게 주겠다고 포스터를 3장이나 샀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첫 우편물이다! 목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생각보다 배달 속도가 놀라서 깜짝 놀랐다.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은 대부분 


'delivery에 3-5일 소요됩니다'


라고 사이트에 고지해둔다. 한국의 배송 속도에 비하면 무척 느리다고 할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한 선물-내가 구매했지만-을 받은 것 같아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미국에서 처음 배달시킨 물건은 외장형 하드 디스크였다.  '설마 하드 디스크 쓸 일이 있겠어?'라는 생각으로 한국에 두고 온 1테라와 500기가 조약돌이 그리워 결국 한 녀석을 또 사고 말았다. * 브랜드 TOSHIBA였는데 지금까지 잘 쓰고 있다. 


* 미국 쇼핑의 특징, 모든 리뷰는 판매 사이트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한국처럼 어떤 포털의 블로그가 왕성하게 쓰이지 않아서 (대부분 개인 사이트의 개인 블로거들이 많음) 쇼핑을... 감으로 해야 한다! 물론 리뷰가 많은 녀석도, 별이 많은 녀석들도 있지만, 다 따져보고 결국 내 마음에 찍히는 녀석을 사게 된다. '뭐가 요즘 좋다더라'와 같은 이야기는 친구들끼리 하지도 않고 흥미로운 이야기도 아니기에 입소문 때문에 물건이 유행하는 일은 없으니까. 



  






   

금요일에는 한국인 언니들 집에서 피자 파티를 열었다. 우리보다 찰스턴Charleston에 1년 먼저 온 언니들과 피자를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초반에는 서먹했지만, 지금까지 연락을 하고 서로를 그리워하는 것을 보면 미국에선 한국인을 조심해야하지만, 또 결국엔 한국인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곤 한다. 


이때 먹었던 피자 브랜드가 *피자헛이었는데, 한국 피자와는 아주아주 많이 달랐다. 한국 피자는 '피자'라는 것을 먹기보단 그 위를 장식하는 토핑! 쉬림프, 고구마에 이어 이제는 스테이크까지 올라가는 그 토핑을 먹고자 피자를 시켰다. 하지만 미국 피자는 일단 딱딱하고 투박하고, 위에 올라가는 것은 파인애플, 페퍼로니, 혹은 더블 치즈 정도였다. 


아아, 10개월 동안 미국에 있으면서 한국식 피자와 키친은 정말 불현듯 떠올라서 날 너무 괴롭게 했다. 



* 미국에서 교양으로 문화 지리Cultural Geography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이때 피자의 역사와 피자헛의 창립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뭔가, 김치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같은 수업을 듣는 기분이었다. 








   

카페cafe! 


카페cafe카페테리아cafeteria(음료는 물론 빵 같은 음식물도 취급하는 곳을 뜻함)든 난 정말 카페를 좋아한다! 단골 카페의 소파나 데스크 하나 정도는 내가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밖에 나가면 부모님은 '카페 가니?'라고 물으시고, 내가 밖에 있다고 하면 친구들은 '어차피 스타벅스겠지'라고 말 할 정도로 카페를 자주 간다.


그래서 사실, EIU에 입학하는 것이 확정됐을 때 나는 구글에서 학교 근처 카페부터 가장 먼저 찾았다. (한국을 제외한 모든 것은 구글맵이 짱이니까!) 사전 조사를 통해 학교부터 걸어서 20분 거리에 스타벅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곳은 내 아지트가 됐다. 




   







현재 텀블벅에서 책 <미국 로망 깨기> 펀딩 진행 중입니다 :-)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https://www.tumblbug.com/geulj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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