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지마 May 29. 2016

불편한 환경이 만든 건,

열악한 인터넷 환경은 변화를 만든다


    콘크리트 바닥 열나게 뜨거운 날,

노트북에, 충전기, 필통과 두꺼운 노트를 들곤 숙소 근처 카페로 향했다.


    숙소에서 두 블럭 지나, 첫 번 째 카페 문을 열었다. 세계 어디에도 있을 체인점 카페의 초록색 로고는 나에게 확신을 줬다, 빵빵한 와이파이와 곳곳의 플러그. 사과 뚫린 노트북을 쓰고 있는 백인 여성도 보였다.

허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빈 자리에 가방을 먼저 놓곤, 테이블 아래를 쑥, 고개 숙여 봤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하얀 플러그.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애플 여인이 말한다, "여긴 플러그 없어요. 되게 별로인 것 중 하나죠." 나는 실망의 고맙단 말을 남기고 다른 카페를 찾아나섰다.


    지면은 여전히 뜨거웠고, 열을 내뿜는 자동차가 줄지어 있는 황단보도를 지나 두 번째 카페에 들어섰다. 카페 내부엔 통통한 민트색 의자와 다리 긴 노란 의자가 테이블과 같이 놓여 있었다. 벽에 칠해진 고동색 지도 데코는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왠지 좋은 느낌에 난 플러그도 찾지 않고 바로 카운터로 향했다. 하지만 커피를 받으며 조심스레 플러그의 유무는 확인했다.

난 상쾌하게 노트북을 충전기에 연결하며 전원을 켰다. 그리곤 저 멀리 카운터에 놓인 와이파이 연결 종이를 보러 걸음했다. 그러자 내 커피를 내려준 사내가 말했다. 그 음성만큼은 오아시스만큼 청명했다. "우린 주말에 와이파이 안 해요."


    미국 와이파이는 주말도 지켜 쉬는걸까. 이젠 아무런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미국에서 당한 한국인으로써의 수많은 당황함이 내성을 만든 것인지 아 그래, 하곤 난 테이블로 돌아왔다.

오늘은 글 쓰는 날이구나. 그냥 그런 생각을 했다. 물론 원래도 글을 쓰러 온 카페지만, 오늘은 더 아날로그적인 글을 쓰는 날이 되었다.


    미국의 휴대폰 터지지 않는 지하철은, 아침의 내가 자그마한 책을 챙기게 만들고, 플러그 없는 많은 카페들은, 내가 다이어리를 챙기게 만든다.

작가의 이전글 깊은 새벽 전화에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