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환경이 만든 건,

열악한 인터넷 환경은 변화를 만든다

by 글지마


콘크리트 바닥 열나게 뜨거운 날,

노트북에, 충전기, 필통과 두꺼운 노트를 들곤 숙소 근처 카페로 향했다.


숙소에서 두 블럭 지나, 첫 번 째 카페 문을 열었다. 세계 어디에도 있을 체인점 카페의 초록색 로고는 나에게 확신을 줬다, 빵빵한 와이파이와 곳곳의 플러그. 사과 뚫린 노트북을 쓰고 있는 백인 여성도 보였다.

허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빈 자리에 가방을 먼저 놓곤, 테이블 아래를 쑥, 고개 숙여 봤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하얀 플러그.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애플 여인이 말한다, "여긴 플러그 없어요. 되게 별로인 것 중 하나죠." 나는 실망의 고맙단 말을 남기고 다른 카페를 찾아나섰다.


지면은 여전히 뜨거웠고, 열을 내뿜는 자동차가 줄지어 있는 황단보도를 지나 두 번째 카페에 들어섰다. 카페 내부엔 통통한 민트색 의자와 다리 긴 노란 의자가 테이블과 같이 놓여 있었다. 벽에 칠해진 고동색 지도 데코는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왠지 좋은 느낌에 난 플러그도 찾지 않고 바로 카운터로 향했다. 하지만 커피를 받으며 조심스레 플러그의 유무는 확인했다.

난 상쾌하게 노트북을 충전기에 연결하며 전원을 켰다. 그리곤 저 멀리 카운터에 놓인 와이파이 연결 종이를 보러 걸음했다. 그러자 내 커피를 내려준 사내가 말했다. 그 음성만큼은 오아시스만큼 청명했다. "우린 주말에 와이파이 안 해요."


미국 와이파이는 주말도 지켜 쉬는걸까. 이젠 아무런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미국에서 당한 한국인으로써의 수많은 당황함이 내성을 만든 것인지 아 그래, 하곤 난 테이블로 돌아왔다.

오늘은 글 쓰는 날이구나. 그냥 그런 생각을 했다. 물론 원래도 글을 쓰러 온 카페지만, 오늘은 더 아날로그적인 글을 쓰는 날이 되었다.


미국의 휴대폰 터지지 않는 지하철은, 아침의 내가 자그마한 책을 챙기게 만들고, 플러그 없는 많은 카페들은, 내가 다이어리를 챙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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