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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마 Jun 12. 2016

현실에 돌아온 지, 일주일

1년 전, 한국에서의 나는 이랬구나




야, 한국 오면 현실이니까 미국 있을 때 많이 놀다 와


    한국에 먼저 돌아간 일행들이 말했다, 한국은 현실이라고. 한창 미국에 있을 때는 이 말이 전혀 와 닿지 않았다. 내 딴에는 1년 만에 돌아가는 한국에, 그립기도 하면서 빨리 가고 싶었는지 모른다. 돌아온 당일만 해도 초록색 신호등이 이상했고, 한국어로 방송 나오는 전철을 탄 내가 외국인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렇게 한국에 돌아온 지 일주일, 친인척에게 인사를 하고, 먹고 싶었던 것은 어지간하면 다 먹었으며, 만날 친구들은 다 만나고 나니 이제 나도 현실에 떨어졌다. '복학하면 무슨 수업 듣지, 알바는 지금 시작하는 게 낫나, 이제 4학년인데 졸업하면 뭐 하고 살지, 소설은 뭐에 대해 써야햐나.'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고, 나는 시차 적응이란 핑계로 틈만 나면 잠에 빠져들곤 했다.  


    다들 바쁘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카페 안을 둘러봐도 그렇다. 모두들 자신들의 일에 몰두해 있다. 그게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무척 집중력 있어 보인다. 미국의 카페에서 난 어땠을까. 그들도 똑같이 바빴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바라보는 내 시선만 바뀌었으리라 짐작해 볼 뿐이다. 미국에서 가져온 물건들에 둘려있으면 뭐할까, 그리 미국에서 다짐하고 다짐했던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자는 의지는 조바심에 몸 밖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아마 미국에선 당당히 요구할 수 있던 부모님의 용돈에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선 외국인 유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법이니 미국에서의 난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알바가 일상이 된 한국에서 내가 과연 영어 공부와 글을 쓰는데 집중하겠다며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것이 눈치를 안 보고 가능할까. 그렇지 않으니 이리 마음이 무거울 것이다. 그렇지 않으니 한국에 도착한 이틀 날, 난 잠 못 드는 새벽에 알바 어플을 그렇게 많이 깔았을 것이다.


    일주일 만에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종이가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넘치는 생각의 한 글자도 옮겨 적을 수가 없다. 현실에 던져진 내가, 얼마 만에 친구에게 전화해 술을 마시자고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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