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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마 Oct 21. 2015

2장 _ 두 번째 미국

Aug. 17. 2015





   미국과의 두 번째 만남이번엔 한 달이 아니라 무려 10개월이다. 작년에 샌 디에고San Diego에 갈 땐 설렘으로 잠 못 자던 나는 어디로 갔는데, 이날은 비행기가 이륙하기도 전에 딥슬립에 빠졌다.


인천에서 샌 디에고San Diego까지 8시간 정도 걸렸다면, 시카고까지는 14시간이 걸린다. 늘어난 비행 시간만큼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기내용 목베개와 허벅지가 알알할 때 붙일 쿨 패치 넉 장, 편한 반바지까지. I'm ready!




그렇게 하루 지나, 시카고에서 다시 8월의 17일을 맞았다. 


Eixt to Chicago

안내판 하나에 기쁨이 피곤함을 이겨냈다. 국제선을 타고 배달된 살인적인 무게의 캐리어 두개를 카트에 싣는 순간에는 살짝 위험했지만, 눈에 비친 창밖 풍경에 또 한 번 불평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진짜 미국이야!!


같이 미국에서 10개월을 지낼 J양과 어깨를 들썩거리며 공항을 뛰어다니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감정 기복 심한 사람처럼 우린 또 금방 우울해졌다. 국제 학생을 픽업하는 셔틀은 5시에 도착하는데, 지금은 오전 10시 반 밖에 안 되었기 때문이다. 시차 적응은 포기한지 오래, 엉덩이 비빌 장소 하나 찾지 못하고 우리는 공항 벤치에 찌그러져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를 우적 씹어 먹었다. 오후 2시까진 노트북으로 한국 예능을 보면서 어찌어찌 버텨보았다. 하지만 결국 졸음을 이겨낼 체력조차 바닥 난 우리는 공항에서 잠들이 들었다. 4시 반이 넘어서야 터미널 5에서 EIU(Eastern Illinois University)라고 학교 이름을 파랗게 박은 티셔츠를 입은 학생들을 따라 셔틀에 올라탈 수 있었다.



   지금 자면 시차 적응 실패야!

작년에 미국에서 일주일 내내 새벽 4시에 깼던 기억이 있던지라, 셔틀 안에서 어떻게든 안 자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졸린 걸 어떡하겠어, 시카고 공항에서 학교까지는 3시간이 걸렸다. 모두가 시체처럼 잠든 차 밖에선 비가 촉촉히 내렸다. 


오후 10시 30분. 식은 피자가 우릴 기다리는 학교에 드디어 도착했다. 한국에서 시작된 오늘은 미국으로 이어졌고, 12시간을 걸려 기숙사에 드디어 배달됐다. 힘들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10개월 교환학생 생활의 첫날이니까, 긍정적!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속으로 그렇게 많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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