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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마 Feb 06. 2018

책 읽는 게 취미인 따분한 사람


취미가 뭐예요?

초면에 나오는 단골 질문이다. 


나에게 취미란 이미 토익 질문과 면접 준비를 통해 굳건하게 형성 되어 톡 치며 답이 나온다. 하지만 바로 대답진 않는다. 가증스럽지 않은 시간 뒤에 답을 꺼낸다. 



"음.... 책 읽는 거?"

웅변 대회의 소녀처럼 확신을 주지 않으며 독서라는 한문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마다 주변 반응은 비슷했다. 오오, 다들 선뜻 말하지 못하는 취미를 말하는 내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 후엔 오묘한 시선이 따른다. 독서란 취미로 두기엔 고상한 것인지 나는 책에 담긴 지식을 숭배하는 수녀가 된 기분이 들곤 한다. 

"아 그러면 쉬실 때도 책 읽는 거예요?"

쉴 때 하는 게 취미 아닌가요? 도대체 책 읽는 게 뭐길래 다들 궁금증이 많다. 

"저는 가만히 있는 건 취향이 아니라. 운동이나 액티비티 한 거 좋아합니다."

저도 좋아하거든요. 마치 나는 창으로만 세상을 구경하며 온화한 실내에서 편안함을 탐닉하는, 그런 따분한 사람이 되곤 한다. 책을 '읽는다'는 행동은 꾸준한 것이지 지루함의 반복이 아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만큼 역동적인 각오가 독서에도 필요하다. 

책장을 여는 행위는 굉장히 도전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새로운 책이 어떤 험난한 배경과 가혹한 상황, 지독한 인물들을 내 앞에 던져놓지 모르지만 일단 페이지를 넘긴다, 앞으로 닥쳐올 쓰나미를 온몸으로 맞을 각오하며. 일주일에 몇 번을 바다에 몸 던지는 사람이 어떻게 따분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내 취미를 밝히는 데는 시간을 부여한다. 당신만의 바다도 그만큼 거친 파도를 가졌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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