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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마 Jul 05. 2018

속초 사흘_2. 보름달의 영금정

강원도 여행 DAY 3







강원도 여행

속초 3일 차 일정_ 2

 - 헤리티지 펜션 (숙소)

 - 중앙 시장 (저녁)

 - 영금정 (야간)







   친구가 도착했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도보 3분 거리의 숙소에 체크인을 마친 나는 터미널도 곧장 향했다. 이미 버스에서 하차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친구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의 염려대로 서울에서 출발한 친구는 고속 터미널에서 내린 것이었다. 


   휴대폰 배터리도 얼마 남지 않은 친구는 결국 알아서 찾아가보겠다며 전화를 끊었고 나는 텁텁한 냄새가 나는 숙소에서 친구를 기다렸다. 에어컨을 틀어도 미지근한 바람만 방 안을 채웠다. 내키지 않지만 꿉꿉한 이불에 등을 대고 휴식을 취할 때쯤 친구가 스스로의 모험에 자축하며 금의환향하였다.



   3시간 반 동안 버스를 타고 오느라, 그런 친구를 기다리느라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 우리는 칠성 조선소를 들린 직후 중앙 시장으로 향했다.







   속초 여행 삼일 동안 인내하며 기다려왔던 시간이 왔다. 시장을 지날 때면 손에 저 하얀 박스를 든 여행객들이 그렇게 부러웠는데, 드디어 나도 닭강정을 맛 볼 순간이다.





   시장에서 사 온 닭강정과 오징어순대를 테이블에 풀어놓았다. 닭강정만으로 저녁은 충분하겠지만,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낙산사를 방문할 예정이니 식량을 비축해둘 요령으로 조금 푸짐한 밥상을 차렸다. 식어도 맛있는-그냥 튀긴 닭은 진리- 닭강정을 한껏 씹고 나니 배가 볼록 올라왔다. 


   "소화도 시킬 겸 슬금슬금 산책이나 하고 올까?"


   오후 9시. 저녁과 밤의 경계에 서있는 거리를 걸었다. 이틀 전 방문했던 영금정에는 잔뜩 미세먼지가 껴있었다. 오전이라 밝히지 않은 조명이 무수히 바닥을 수놓았었다. 밤의 영금정은 화려할 게 뻔했다.





   걷다 보니 까만 속초호가 나타났다. 부둣가를 따라 즐비한 포장마차는 촛불을 켜놓고 밤의 속초를 즐기는 술꾼들로 시끌벅적했다. 혼자 왔으면 조금 무서웠겠지만 친구오 함께 있으니 그저 즐거웠다.  저 멀리 네온사인을 번쩍거리는 국제 크루즈 터미널 옆으로 동그란 보름달이 떴다.  분명 수퍼문은 아닐 텐데 무척 커다란 모습에 흥분해버린 우리는 영금정으로 향하면서도 힐끗힐끗 뒤를 돌아봤다.


   "분명 영금정 가면 더 가깝게 보일 거야. "


   밍기적거리는 친구를 달래며 걸음을 재촉했다.






   저 멀리 암석 위에 반짝이는 영금정이 보였다.





   조금 더 걸으니 '영금정 해돋이 정자'도 보였다. 





   밤 모기를 피해 손을 휘저으며 계단을 올랐다. 수풀을 헤쳐 영금정에 올라섰다. 둥근 보름달이 떡하니 눈앞에 놓였다. 


   "어쩜 저리 크지?"


   저절로 합창을 하고 눈을 감았다. 벌써 두 번째 기도인 것 같지만 이 순간 벅차오르는 감정을 무시할 수 없었다. 마음에 품고 있던 염원을 풀어놓으니 낮에는 집중하지 못했던 파도 소리가 세차게 몰려왔다. 사람들이 가끔 밤 산책을 즐기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사진에 찍힐까?'


   언제 얼마 주고 산지 기억도 나지 않는 필름 카메라 렌즈를 줌 업해봤지만 역시 본 대로 담기지 않았다. 필름의 마지막을 보름달로 채운 후 나와 친구는 정자에 기대 고요한 시간을 보냈다. 파도 소리 철썩 거렸고 네 명의 수녀님들이 소녀처럼 웃음꽃을 피웠다. 관광객들의 카메라 촬영 소리가 들렸고 운동하다 잠시 숨을 고르는 동네 주민의 이어폰 음악소리도 들렸다.


   내일이면 속초를 떠난다니. 이 수많은 풍경과 자연의 소리가 벌써부터 그리웠다.








다음날엔 양양의 낙산사와 강릉의 오죽헌을 방문합니다. 다시 회상해도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네요. 월요일에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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