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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문덕 Dec 25. 2022

발가락 피멍 들고 싶지 않으면 하지마세요

안하던 거 하면 얻게 되는 것들




나는 확실히 버킷리스트충 인가보다.

2021.12.31일 작성한 버킷 리스트 중에 '마라톤 도전'을 써넣었고,


결국 2022.11.6일 42.195Km 완주 했다.


왜, 굳이 그 힘든걸 하냐 묻는다면

'그냥 해보고 싶었다'


해보고 나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는다면

'발가락 피멍 들고 싶지 않으면 풀코스 뛰지 마세요'

(허리, 무릎, 발목, 발바닥 물집 등 안아픈데가 없음)


다른 한편으로 느낀점도 있다.

'내 머리속 대뇌변연계 Limbic-Map 중 자극/지배 시스템 욕구는 확실히 충족된다'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 참조)


풀어서 말하면

- 내가 풀코스를 완주 했다는 승리감과 자부심
-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며 달릴때만 느낄 수 있는 기분전환(단, 초반에만)
- Finish Line 을 지날 때만 느낄 수 있는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느껴지는 전율과 짜릿함
- 오프라인 대회 참가자 수와 응원단의 열기를 통해 느끼는 놀라움과 에너지


이런 것들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출발 전 대기 시간부터 완주까지 전 과정에서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유쾌한 감정을 느끼고 다양한 건설적 욕구들이 충족되는 종합선물세트였다.

그래서 러너들이 마라톤을 하나보다.


나의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별다른 도전과 성취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을 보내면

금방 지루함을 느끼고 무기력해지는 기질이 강하다.

단조롭고 익숙한 업무, 쉽고 편안한 운동만 하면 금방 흥미를 잃는다.

그 탓인지 초등학교 때부터 크고 작은 성취를 모아가는 것을 좋아했다.

이러한 넥스트레벨도전&성취수집 행동이 뜸해지면 우울감을 느끼거나

의기소침 해지는 경험을 하였다. 이런 나에게 마라톤은 참 궁합이 잘 맞는 스포츠라는 생각이 든다.








모쪼록,

이 글의 부제

'안하던 거(이를테면, 풀코스 도전 등) 하면 얻게 되는 것들' 3가지를 소개한다.


1. 자동 미라클 모닝
2. Limit 제거
3. 근육과 재미


이번 풀코스 완주로 나는 위 세 가지의 맛을 봤다.

일시적으로 맛을 본거라 지속적이 추구하고 습관화 해야

내 것이 되겠지만, 적어도 '이맛이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은 된다.




1. 자동 미라클 모닝


우리 가족은 모두 안다.

내가 얼마나 게으르고 잠이 많은 사람인지를.


30년 넘게 잠과의 싸움에서 지고 있는 내가

무려 4시 30분에 일어나 1시간 11Km 씩 뛰었다.

매일 뛰지는 않았지만 대회 2~3주 전부터 총 5번 정도 뛴것 같다.

(그것도 출근해야하는 평일에 뛰었다)


누군가에게 이것은 별것 아닐 수 있으나, 지난 나의 삶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혁신이다.

(난 입대하는날, 소풍가는날, 시험보는날, 최종면접보는날, 여행가는날 도 늦잠 자는 사람이다)


여하튼, 나도 미라클 모닝이 가능한 인간이라는 것을

파일럿 테스트할 수 있었고, 나아가 미라클 러닝이 가능한

사람이라는 것을 베타 테스트 했다는 것.


'난 아침형 인간이 아니야.' 라는 방어적 신념에 스크래치를 냈다는 것만으로도

개인적으로 진일보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어쩌면 앞으로 미라클 모닝러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이거 하나 만으로도 참 기쁘다.  :-)




2. Limit 제거


난 태어나서 20Km 이상을 연속으로 뛰어본적이 없다.

이런 펙트 때문인건지, 아님 정말 육체적 한계 때문인건지

내 머리속에서 '내가 42.195km를 뛸 수 있을까?'

'아, 못뛸 것 같다', '안될꺼야..' 등 한계를 짓는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완주로 그런 생각을 완전히 박살냈다.

정신적 한계의 역할은

나의 체력, 능력, 재능, 가능성, 새로운시도 등을 제한한다.

체력향상, 능력제고, 재능개발, 가능성 발견 등을 할 수 없도록

내 두 발목을 쇠사슬로 묶어 놓는 역할을 한다.

얇은 쇠사슬로 된 고리에 발목이 묶여 자란 아기 코끼리가

성인 코끼리가 되어서 (쉽게 끊어낼 수 있는) 그 것을 끊어내지 못하는

이야기처럼, 내 정신이 세팅해 놓은 Limit 에 속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난 작은 한계를 깨보는 경험을 얻었다.

처음이 어렵다고 한다.

앞으로 나는 더 크고 많은 한계들을 깰 수 있을 것이다.




3. 근육과 재미


'No Pain, No Gain'

난 이말을 싫어한다. 고통없이 얻을 수 없다? 아니!

솔직히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게 많다.

그리고 누가 고통을 좋아하겠는가?

난 고통없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하지만 신이 짖궂게도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설계할 때

성장 필수요인으로 '고통'을 넣어두었나 싶다.

마라톤을 하면서 허벅지가 털리는 동안 욕나오는 고통을 견뎌냈다.

그 후 다리가 부은건지 근육이 붙은 건지 평소 입고 다니는 바지들의

허벅지와 종아리가 쨍기는 스키니? 느낌이다. (바지를 사야 하나;;)

마라톤을 완주하는 동안 다 때려치고 싶은 욕구 100번을 참아냈다.

그 후 정신이 약간 미친건지 뛸 때 느낄 수 있는 고통이 좋고

그 힘든 순간? 자체에 뭔가 재미를 느낀다(변태가 된건가;;)


근육이 성장하려면, 고통이 수반된다.

재미를 느끼려면, 고통이 있어야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No Pain, No Gain'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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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닝기록 >


1. 날짜 : 2022년 11월 6일(일)

2. 시작 : PM 7:00

3. 장소

    - (출발)상암 월드컵공원

    - (도착)잠실 올림픽주경기장

4. 시간 : 총 4시간 21분 25초

5. 거리 : 총 42.195km

6. 페이스 : 1km 당 6분 11초

7. 측정 : KAAF 대한육상연맹

8. 오늘 평가 및 다음 계획

- 마라톤 첫 도전 성공

- 2023년에 국내 3대 마라톤 풀코스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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