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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문덕 Feb 26. 2023

성공보다 행복을 찾는 당신에게

이것이 무료함을 이긴다



  어느 화창한 주말 오후 가벼운 러닝 후 시원한 포카리스웨트 한 캔 먹고 싶어 편의점을 향했다. 입구 문을 여는데 눈길을 끄는 품절 안내 문구가 있었다. 내가 본 마지막 품절 문구는 '코로나19 진단키트 품절'이었다. 그런데 내용이 바뀌었다.



포켓몬빵 품절

 


  추억의 포켓몬빵이 다시 돌아왔나 보다. 아니, 추억의 포켓몬스터 '스티커'가 다시 돌아왔나 보다. 어렸을 적 광적으로 스티커 수집에 몰두했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한때 친구들 사이에서 치토스 안에 들어 있는 따조 모으기로 획을 그었던 사람으로서 감회가 새롭다. 포켓몬빵이 또다시 광풍이 부는 이유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포켓몬 스티커 모으기 열풍이 부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인간의 뇌 속에 간직되어 있는 그것 때문일 것이다.



수집본능




 

  돌아온 포켓몬빵이 증명 해주 듯 나이불문 시대불문 인간의 DNA에 뿌리내리고 있는 본능임이 분명하다. 모으는 재미, 모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게 뭐라고 모아 놓은 결과물을 보며 스스로 뿌듯해하는 마음의 흔적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내 안에만 자리 잡고 있는 게 아닌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공존하고 있음을 느낀다. 우표수집, 동전수집  수집가들끼리 만나면 처음 만난 사람끼리도 오랜 친구처럼 편안해하는 것을 보면 그들의 마음속에 어떤 것이 공명하고 있음을 느낀다.


  문득 '이 본능을 활용하면 재미 좀 볼 수 있겠는걸?' 하는 생각이 스쳤다. 본능이 이 생각을 끌어당긴 건지, 내가 이 본능을 끌어당겼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최근 반복되는 내 일상을 향해 지루함을 느끼고 있던 터라, '재미'를 찾고 있던 나였다. 특히 일에서 운동에서 재미를 느끼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요즘 화두였다. 왜 재미를 찾으려 하는지? 그건 내 마음속에 파수꾼을 쫓아내고 싶기 때문이다.



출근하기는 싫은데 일은 잘하고 싶고
운동은 귀찮은데 체력은 기르고 싶다



  좋은 결과를 원하면서 지루한 과정은 하기 싫은 마음. 욕심만 많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 이 모순 가득한 도둑놈 같은 심보가 껌딱지처럼 내 마음에 딱 붙어있도록 파수꾼이 지키고 있다. 매서운 눈빛을 가진 '피지컬: 100' 출신의 파수꾼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록 가드를 치고 있다. 결국, 난 미루는 선수가 되고 게으름의 끝판왕이 된 상태다. 또 신은 게으른 나에게 괘씸죄를 선고하여 남들보다 뒤처지게 했고 자존감 갉아먹고사는 상대적 박탈감, 자괴감 등의 부정적 감정 유도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형벌을 주고 있다.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마음의 목소리는 ‘그럼, 이 본능을 활용해 보라’ 고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밑져야 본전이니 한번 해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이 '수집본능'을 활용해서 일 자체에서 재미를 찾아내고, 운동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가능하다면 과정에서 즐거운 감정을 느끼면서도 더불어 원하는 성과와 체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난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포켓몬빵의 스티커가 준 인사이트를 내 삶에 응용해 보았다. 포켓몬빵이 스티커 모으는 재미를 활용해 매출을 극대화한 것처럼, 내가 원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에 ‘재미’를 가미하여 덩달아 성과까지 올리는 방법이다. 개인적으로 체력 기르기와, 업무적으로 보고서 작성 실력 늘리기에 적용해 보았다.



#1. 체력 기르기(ex:러닝)
      Step-1 운동성과기록 by 나이키 런 클럽
      Step-2 인증사진 찍기
      Step-3 운동일지 쓰기(소감 등)
      Step-4 온라인에 올리기 in 인스타그램
      Step-5 운동기록 '모으는' 재미 느끼기
      Step-6 한마디로, ‘운동기록 모으기 캠페인’
#2. 보고서 실력 늘리기
      Step-1 마인드셋 하기
                 (내 손을 거친 보고서는 작품이 된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몰입하는 시간을 즐겁고 행복하다, 난 완벽한 보고서를 쓰는 사람이다 등)
      Step-2 보고서 작성 과정의 몰입감 즐기기
                 (미켈란젤로가 고도의 집중과 몰입 상태로 천지창조를 그려내는 것처럼, 보고서에 좋은 내용은 기본이고 행간, 띄어쓰기 등 모두 세세하게 써낸다)   
      Step-3 보고서 히스토리 폴더 만들기
      Step-4 완성 보고서 파일(PDF, 엑셀, 워드 등) 저장해 놓기
      Step-5 내손으로 정성껏 작성한 보고서 '모으는' 재미 느끼기
      Step-6 한마디로, ‘보고서기록 모으기 캠페인’

 


  다만, 내가 쓴 보고서 모두가 기안문으로 전자결재받는 상황이면 그룹웨어에 차곡차곡 잘 쌓여갈 테니 굳이 파일 저장을 할 필요 없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거나, 전자결재가 아닌 보고서라면 내가 손품을 팔아서 PC에 별도로 예쁘게 저장해 둔다. 이렇게 하면 쌓아가는 맛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방법은 나처럼 어렸을 때부터 딱지, 팽이, 포켓몬스터 스티커 등 모으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기록 모으기 캠페인이 효과가 있었을까? 수집본능을 충족시키고 수집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었을까? 결과는.



성공


 

  이렇게 하니까 내 운동기록, 업무기록(보고서) 등 쌓아가는 재미가 느껴졌다. 10개, 20개, 50개, 100개 쌓여갈수록 성취감, 자긍심, 뿌듯함도 커져갔다. ‘아, 작은 것을 착실하게 쌓아나가는 과정이 이렇게 신나는 거구나! 작은 것 하나하나에 성취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거구나!’ 생각이 들었다.


비로소 난 과정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과정을 귀찮아하고 결과만 중시하던 내가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이다. 그동안 나는 과정은 지루하고 재미없으며 하기 싫은 대상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다. 너무 '성취편향적'이었다고 할까. 그러나 이제는 '과정지향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지나친 성취지향적 행동은 과정이 주는 행복을 놓치기 쉽고, 과정 자체를 즐기지 못하기 쉽다는 것을 수도 없이 경험하며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성취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믿는다.

 


어렵게 깨달은 인사이트와 관점을 되새김질하며 마음에 새긴다.

18년 시행착오 끝에 알아낸 즐거운 인생의 비밀은 이거다.


성취가 중요하다는 편향된 마인드를 가진 사람보다
과정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성취하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



  때마침 사이토 히토리의 '철들지 않은 인생이 즐겁다'를 읽었는데 '아하! 이거야' 싶었다. 즐거운 인생을 사는 철학을 다운로드하기에 정말 좋은 책이었다. 철없는 아이처럼 '재미'를 추구하는 것. 과정을 '즐겁게' 하는 방법을 찾아내어하는 것. '과정'에서 '재미'를 중요시하는 이 관점이 경이로운 이유는 외적동기가 아닌 내적동기라는 것. 내부 '자기만족'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외부의 자극 없이도 지속가능한 행동이 가능하다. 외부에서 오는 보상과 자극은 오래가지 못하고 부작용이 있음을 감안할 때 이 관점을 내부의 장착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과 기쁨을 느낄 가능성이 높고 성과도 탁월할 것이다.


  예를 들어, 김연아 선수가 소름 끼치는 트리플악셀을 완성시키기까지 연습과정이 그저 힘들기만 한 고통의 시간이었을까? 손흥민 선수가 월드클래스가 되기까지의 훈련 과정이 지루하고 괴로운 시간들 뿐이었을까? NO.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는 내적동기가 있었기에 노력을 지속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서야 지난한 트레이닝의 과정을 견뎌낼 수 없기 때문이다.



행복한 사람은
일, 운동, 취미 등의 과정을 매 순간 즐길 줄 아는 사람



  이런 건설적인 관점과 태도가 가랑비처럼 내 마음결에 촉촉하게 스며들게 되어서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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