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씨의 '뭐요'부터 '사과'까지 20일

일상기록

by 글멋지기

[2024년 12월 28일 기록]


1. 사실 확인


간단하게 사실 관계부터 정리하고자 한다.


하나. 임영웅 씨는 12월 7일 토요일 본인의 SNS 계정에 자신의 반려견 생일을 축하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둘. 그날은 첫 번째 탄핵소추안이 표결에 부쳐진 날이자 부결된 날이기도 하다.

셋. 어떤 한 사람이 임영웅 씨에게 DM으로 비판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넷. 임영웅 씨의 첫 응답은 "뭐요"였다.

다섯. 이 대답을 본인이 직접 했는지를 '직접' 밝히진 않았다.

여섯. 이십일이 흐른 12월 27일 본인의 콘서트 무대에서 사과의 발언을 했다.


이 사안을 두고 임영웅 씨의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렸지만, 다른 관점에서 한 가지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2. 과정과 결과, 수단과 목적


친한 친구를 만났을 때 대뜸 욕 한 바가지 해 보시라. 즐겁게 웃어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무리 숭고한 신념과 목적도 전달 수단과 과정에서 공감과 동의를 얻지 못하면 색이 바래는 법이다.


일의 발단이 계엄령이었으므로 연결해서 보자면, 헌법과 법률을 깡그리 무시한 독단적인 계엄령이었기에 내란죄인 것이고 그리하여 탄핵소추안 의결까지 이어진 것이다. 주어를 생략해도 이해하는데 문제없을 것이라 믿는다.


임영웅 씨에게 DM을 보낸 사람의 첫 마디는 "이시국에 뭐 하냐"였다. 친한 형이나 누나가 보낸 것을 오해했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나머지 메시지의 존댓말을 감안하면 친하지 않거나 심지어 모르는 사이일 텐데 너무나 무례한 반말이다. 과연 이 말의 첫 대답인 "뭐요"를 비판만 할 수 있을까.


3. 과정과 결과, 수단과 목적, 그리고 논리


이 사람의 다음 메시지를 인용한다.


"목소리 내주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정말 무신경 하네요."


목소리 내주는 걸 바라지 않았다면 메시지는 왜 보낸 것인가. 그저 화풀이에 불과할 뿐이다. 상대의 행동을 비판하려면 격을 갖춰야 하고 그 격은 사소한 논리에서 시작이다.


'지금 시국에서, 특히 오늘은 탄핵소추안이 표결에 부쳐지는 날이고 잘 알고 계실 텐데요. 임영웅 씨 같이 영향력이 큰 분히 함께해 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다만, 반려견 생일을 축하하는 게시글은 자칫 반발을 살 수 있을 것 같아 우려됩니다.'


조잡한 실력이나마 예시를 써 봤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깊은 상상력을 발휘해 임영웅 씨가 이 글을 본다면 여쭙고 싶다. 이 말을 첫 메시지로 보냈어도 똑같이 "뭐요"라고 답하실 건지. 지금까지 보여준 품행을 돌아보면 아닐 것이라 믿는다.


4. 말의 품격, 행동의 품격


다시 짚어보자면 내란 시도의 망상에서 시작된 불법, 반헌법적 계엄령이 일의 발단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름 끼치는 행패를 어떻게 막아냈는지 또한, 온 국민이 이미 자랑스럽게 알고 있지만, 돌이켜 봐야 한다.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수행해야 할 의무와 역할을 두려움을 무릅쓰고 해냈기 때문이다. 국회로 달려갔고 국회를 보호했고 이웃과 연대하여 민주주의의 정신으로 눈앞에 닥쳤던 총칼의 위협을 물리쳤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땅히 발 벗고 나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저,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가치를 알고 감사하고 아낄 줄 아는 시민이기 때문이다. 임영웅 씨에게 DM를 보낸 첫 마디부터 반말을 뱉어낸 이의 행동은 이러한 품격을 훼손하는 '수단'으로,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 또한 훼손한 어리석은 행동에 불과하다.


한 가지는 명확히 하겠다. 27일 콘서트에서 임영웅 씨가 전한 사과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말 중립을 지키고 싶었다면 애초에 DM에 대꾸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 행동은 비합법적이지도 부도덕하지도 않다.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로 유명하다는 이유로 다수의 의견을 따라야 할 법적 도덕적 의무 또한 지지 않는다.


만약 이번 사태가 아니라 흔히 있는 정치적 대립의 문제에서 그와 같은 큰 영향력을 가진 이가 자신과 반대의 입장에 힘을 실어 준다면 그때는 무엇이라 항변하겠는가. 아쉬울 순 있다. 내란 선동 시도를 훌륭하게 물리친 우리의 입장에서, 임영웅 씨의 주요 팬 연령 분포도를 고려하면, 다른 유명 인물처럼 한 손 거들어 준다면 얼마나 힘이 되겠는가. 어떤 선배 가수는 그 때문에 콘서트가 취소됐다. 어떤 선배 가수는 그 때문에 CIA에 신고당하는 촌극을 겪었다. 아쉬울 순 있다. 그러나, 아쉬움이 모든 것의 면죄부가 될 순 없지 않을까.


악한 짐승을 상대한다고 해서 똑같이 짐승이 될 필요는 없다. 헌법과 법률을 논하기 이전에, 문명사회에 사는 인간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격이 존재한다. 선진국 대열에 접어든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시국에 뭐 하냐"라고 대뜸 반말부터 뱉어낸 익명의 그분께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를 읽어보시길 마음으로 권한다.

매거진의 이전글남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