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이유

2025. 2. 12.

by 글러먹은

나는 하루에 어느 정도 글을 쓸까?


위생과에서 인허가 업무를 한 지 약 2년 반 정도 되었다. 민원인에게 서류를 안내하고 법령에 맞게 구비서류를 확인한 후 영업신고를 진행한다. 업무의 특성상 보고서를 쓸 일이 거의 없다. 쓸 일이 있어도 챗GPT를 사용하지 바쁜 와중에 글과 씨름하지는 않는다. 매번 쓰는 공문도 대부분 기존 내용을 복사 붙여넣기 하는 일이 빈번하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른할 때쯤 틈틈이 친한 직원들과 메신저를 주고받는다. 웃긴 내용에는 ‘ㅋ’이 도배되어 있고 ‘헐, 대박, 진짜’ 같은 단어들은 빠지지 않고 중복된다.


회사가 끝난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오면 오늘 있었던 일을 어플에 정리하여 마무리한다. 어차피 나만 보니까 간단하게 끄적거린다. 물 자주 마시기 완료, 헬스장 가기 등. 평상시와 똑같은 하루가 흘러갔다.


최근 읽은 책에서 니체가 한 말 중 하나가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나의 언어는 나의 세계다. 늘 오래된 사고에서 벗어나려고 분투하라. 내가 펼칠 수 있는 언어의 한계가 곧 내가 살아갈 세계의 한계를 결정한다.

데미안 소설 같은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내가 살아갈 세계의 울타리가 명확해 보였다.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헐과 대박만 외치며 내 기분을 표현하는데 세계가 좁아지지 않는 게 이상할 따름이다.


찬찬히 생각해 보니 억울한 면이 있기도 했다. 회사에서는 요즘 대세인 챗GPT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일하려 노력했고 메신저를 할 때는 정말 웃겨서 엄청 재밌다는 것을 문자로 표현했을 뿐이다. 상황에 맞게 행동했을 뿐인데 어느새 나라는 인간은 작아져만 가는 것 같다.

그래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소믈리에처럼 내 감정과 생각을 살피며 취향에 맞는 단어를 선별해 글을 쓴다면 내 세계는 조금 더 넓어지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도 글 쓰는 게 어려워서 챗GPT를 이용할까 말까 수백 번 고민하다가 자존심 상해서 안 썼다. 맞춤법검사기는 사용했는데 이 정도는 매너니까 그러려니 한다. 꾸준히 한 글자씩 내디디며 지평선 너머의 세계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