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관해 공부하기 : '나'만큼 좋은 글감은 없다

글칙연산

by 글쌤 류민정

"무슨 주제로 글을 써요?"


많은 아이가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 이 질문을 던진다. 처음에는 누구나 고민하기 마련이다. 내 삶이 특별하지 않은 것 같고, 딱히 흥미로운 주제가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때 나는 마법 도구와도 같은 대답을 꺼낸다.


"네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생각해 봐."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모두 나에 대한 탐구에서 출발한다. 내가 진짜 좋아해서 또는 너무 싫어서 이야기할 게 많기 때문에 이것들은 훌륭한 글감이 된다.


사실 나만큼 좋은 글감은 없다. 세상에는 다양한 ‘나’들이 존재하지만 완벽하게 똑같은 생각, 똑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은 없다. 결국 '나'라는 글감이야말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유일한 소재인 것이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통해 나를 알아보자.


좋아하는 색깔, 계절, 날씨, 물건, 사람, 장소, 가고 싶은 곳 등이 모두 글감이 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할 말이 많아진다. 좋아하는 계절에 대해 떠올려보자. 그 계절에 내가 왜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그 계절이 가져다주는 향기나 색감, 그 계절과 연관된 추억들이 어떤지. 그것을 구체적으로 적어 내려가면 그 자체로도 훌륭한 글이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이다.

많은 사람이 느끼듯 가을은 바람이 선선하고, 하늘이 높고 맑아서 좋다. 가을이 되면 하늘이 왠지 더 넓고 깊어지는 기분이고 나무들도 서서히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며 자신을 노랗거나 빨갛게 색을 입힌다. 농작물은 겨울을 맨몸으로 나기 위해 우리에게 수확할 수 있는 열매를 내어준다. 새로운 계절을 위해 털갈이를 하는 동물도 많다. 이렇게 따지자면 가을은 길지 않은 변화, 준비의 계절이다. 난 그런 과정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게 가을은 변화, 가능성, 기대, 설렘의 계절이다. 뻔하게 느껴지는 주제여도 좋아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파고 들어가다 보면 단순히 '가을이 좋다'는 말은 훨씬 더 풍부해진다. 자연스럽게 나만의 색깔을 입힐 수 있는 것이다.


만약에 싫어하는 계절을 여름이라고 쳐보자. 분명 싫어하는 요소는 많고 많지만, 가장 싫어하는 것, 싫어하는 부분 중에서도 진짜 너무 싫은 어떤 것을 꼽아보는 것이다. 나는 여름 하면 벌레가 떠오른다. 그리고 징그러운 벌레를 떠올리면 그늘도 없이 쨍쨍했던 여름날의 논밭을 걷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는 추억으로 가득할지도 모르는 여름의 논밭 산책이 나에게는 땀과, 찡그린 얼굴, 불편한 옷, 갑자기 나타난 뱀과 수많은 벌레, 거미줄까지 엉망진창으로 기억되어 있다. 그때 기억을 나열하라고 하면 더 상세하게 쓸 수도 있다. 이렇게 싫어하는 주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


사실 '나'만큼 좋은 글감은 없다. 우리가 글을 쓰면서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글감이 무궁무진하게 쏟아져 나온다. 좋아하는 색깔, 싫어하는 음식, 그리운 장소, 만나고 싶은 사람, 가고 싶은 곳 등 나에 관해 탐구해 보자. 글의 주제가 넘쳐서 쓰고 싶은 말이 많아질 것이다.


나에 관해 공부한다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다.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탐구하고,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를 고민하면, 글이 훨씬 더 진실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다.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결국 내면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고, 그 이해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이 나만의 특별한 글감이 된다.


이제 나 자신을 글감으로 삼아보자.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떠올리며, 그 속에 담긴 감정과 기억을 글로 풀어내 보자.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글감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겪은 모든 경험이 글감이 될 수 있다. 나만큼 독창적이고, 나만큼 흥미로운 글감은 세상에 없다.


+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나 떠올려보세요. 그게 색깔이든, 음식이든, 사람이나 장소든 상관없습니다.

질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무엇이고, 왜 그 색을 좋아할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언제이고, 그 계절과 관련된 특별한 기억이 있나?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음식은 무엇이고, 왜 그 음식을 싫어할까?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이고, 그곳에 왜 가고 싶을까?

-그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유를 떠올리고, 그와 관련된 구체적인 기억이나 경험을 적어보세요.
-내가 정말 싫어하는 것도 떠올려보세요. 그 싫어하는 이유와, 그것 때문에 겪었던 상황이나 감정들을 구체적으로 적어보세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기록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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