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기: 모든 글의 완성도는 빼기에서 결정된다

글칙연산

by 글쌤 류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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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종종 길게 쓰면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글이 길면 대단한 거다! 라고 여기면서, 특히 글쓰기에 열정이 있는 고학년 아이들은 자신이 가진 생각을 전부 쏟아부어야만 좋은 글이 된다고 믿는다. 그런 아이들에게 내가 “이 부분은 빼는 게 좋겠다”고 말하면,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까지 충격인가?


“선생님, 이건 진짜 중요한 부분이에요!”

“이 문장은 정말 예쁘게 쓴 건데, 왜 빼야 하죠?”


그 마음, 이해한다. 당연히 자신의 글에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어렵게 쓴 문장을 빼라고 하면, 마치 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겠지. 특히 초고를 손본다는 건 마치 내 영혼을 한 번 더 갈아 넣어야 하는 기분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말해주고 싶다. 빼는 것은 글을 망치는 게 아니라 훨씬 멋지게 만들어주는 과정이라고.


수업에서 빼기에 관해 이렇게 설명하곤 한다.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야. 네 생각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작업이야.”


처음에 아이들은 고개를 갸웃하지만, 막상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고 함께 읽고 나면 눈이 반짝이는 순간이 온다. “오, 맞아요, 이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길게만 쓴다고 좋은 글이 아니다. 좋은 글은 길게 말하지 않는다. 짧은 문장으로 분명하게 전한다.


빼기란 말 그대로 무엇을 덜어내는 작업이다. 과도한 설명, 화려한 수식어, 누구나 할 법한 당연한 말들. 이런 것들은 모두 글의 흐름을 방해하는 군더더기가 될 수 있다. 아무리 멋져 보이는 수식어도 결국 글을 복잡하게 만들고, 읽는 이를 산만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말은 글을 너무 평범하게 만든다. 때론 더 많이 쓰는 것이 오히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빈약하게 한다. 핵심만 남기면 글은 훨씬 더 강렬해질 수 있다.


그러니 빼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처음엔 자신의 글이 난도질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겠지만, 막상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고 나면 글이 얼마나 매끄럽고 강렬해지는지 금방 알게 될 것이다. 더하기가 글을 써내는 과정이라면, 빼기는 글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모든 글의 완성도는 결국 빼기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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