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정보 : 말하고 싶은 VS 듣고 싶은

글칙연산

by 글쌤 류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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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글을 쓸 때 모든 것을 담고 싶어 한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이건 어쩌면 당연한 욕심이다. 앞서 ‘글감 더하기’에서 다뤘듯이, 우리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마다 내 안의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종종 잊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사람들이 생각만큼 타인에게 관심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독자들은 누구나 재밌는 이야기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진짜 이야기’만 골라내려 한다. 조금이라도 지루하다 싶으면, 바로 책을 덮거나 스크롤을 내려버린다. 특히, 나에 대한 너무 긴 설명은 독자들을 지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 글에서 정말 중요한 건 독자의 관심이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정보는 과감하게 덜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대학 시절 나는 자기소개서 부탁을 정말 많이 받았다. 채용 시즌이면 어김없이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주거나 봐 달라는 부탁이 몰려왔다. 흥미로운 점은 고쳐야 할 부분이 늘 같다는 것이었다. 바로 자기 자신을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업무적인 부분, 자기 경험을 소개하거나 역량을 드러내는 글은 표현의 차이만 조금 다듬어주면 되지만, 자신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늘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바로 ‘너무 길다’라는 것.

실제로 분량이 길지 않은 글에서도 길다는 느낌을 받은 이유는 빼야 할 것이 많다는 뜻이다.


자기소개는 ‘나’에 관해 쓰는 글이다.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으므로 쉽게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시작하려면 누구나 동공이 흔들린다. 내가 누구지?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그러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를 순서대로 나열한다. 내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몇 페이지가 금방 지나가 버리곤 했다. 하지만 이렇게 나의 삶을 길게 설명하다 보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흐릿해지고 글이 산만해진다. 결국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지루한 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이렇게 자기 소개에서 망치고 나면 스스로가 쓸모 없는 느낌까지 들며 글 전체에 자신감이 떨어져 버린다. 자기소개서 뿐만 아니라 모든 글쓰기가 이런 식으로 쓰는 사람을 멀어지게 만든다.


글 쓸 때 항상 염두에 둬야 할 질문이 있다.


“이걸 정말 읽고 싶어할까?”


이 질문을 던져보자. 무기력해지려고 하는 질문이 아니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내 글에서 무엇을 더해야 할 지, 빼야 할 지 더 선명해진다. 이 문장이 독자를 다음 문장으로 끌어당길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과감하게 삭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썼던 소개 글의 초안을 예로 들어보겠다. 얼마 전 에세이집 출간 캠프에 참여하며 작성했던 소개 글이다. 조금 부끄럽지만, 그 초안을 먼저 보겠다.



글쌤. 2013년부터 아이들과 그림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그때는 내가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할 줄 상상도 못했다. '글쌤'이라는 필명은 수업받는 5학년 친구가 지어줬다. 사실 그 친구는 평소 장난을 많이 치는 아이였는데, 나와 농담을 주고받던 중에 나온 별명이다. 어쨌든 나는 이 별명을 필명으로 삼게 됐다. 2016년부터는 기업 웹진이나 사보에 인터뷰 기사를 쓰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유명 인사부터 평범한 직장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글에 담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인터뷰는 송길영 마인드마이너와의 만남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인터뷰는 송길영 마인드마이너와의 만남이다. 그는 미래는 개개인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고 이 이야기는 현재 <시대예보:핵개인의 시대>라는 책으로 나왔으며 내게 굉장한 영감을 주었다.
그림책을 만드는 일도, 인터뷰를 하는 일도 질문하고 영감을 주고받는 과정이었다.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질문하는 걸 좋아했다. 궁금한 게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성격 덕에 글쌤으로 살아가면서 많은 질문을 던지고,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글쌤으로서의 성장은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컸다. 꿈이 있다면, 새로운 창작 수업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다.



이 초안은 너무 많은 개인적 경험을 포함하고 있어 읽는 이를 금방 지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송길영과의 인터뷰나 필명의 탄생 스토리, 어릴 적 질문을 좋아했다는 내용은 핵심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정보들이다. 놀라운 건 이 글 또한 엄청 뜯어 고친 글이라는 거다. 분명 처음 쓸 때는 이 모든 게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면 ‘글쌤을 소개한다’는 주제와 무관한 이야기들이 계속 추가되면서, 핵심 메시지는 희미해지고 글은 ’글쌤 소개’가 아닌 ‘글쌤의 일기’처럼 전락하게 된다.


이제, 이 글을 간결하게 다듬은 수정본을 보겠다.


(수정 후)

글쌤. 2013년부터 아이들과 그림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글쌤'이라는 필명은 수업받는 5학년 친구가 지어줬다. 2016년부터는 기업 웹진이나 사보에 인터뷰 기사를 쓰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글에 담았다. 그림책을 만드는 일도, 인터뷰하는 일도 모두 질문하고 영감을 주고받으며 나 자신을 확장하는 일이었다. 글쌤으로 살아가는 것은 영감을 주고받는 일이고,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꿈이 있다면, 새로운 창작 수업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다.


불필요한 정보를 덜어내니, 글이 훨씬 깔끔해지고 핵심이 분명해졌다. 읽는 사람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삭제한 것이다. 불필요한 정보가 많으면 글은 복잡해지고 산만해진다. 한 마디로 ‘읽기 싫은 글’이 된다. 나 혼자만 보는 일기라면 상관없다. 그렇지만 대부분 글쓰기르 통해 우리가 얻고 싶은 건 공감이나 소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달되어야 한다. 나의 생각과 마음, 나누고 싶은 메시지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면 모아야 하고, 상관 없는 문장과 단어 속에 파묻혀 있다면 꺼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글쓰기란 추가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필요 없는 것을 덜어내는 용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실습)

이제 자신에 대한 소개글을 한번 작성해 보세요. 글을 쓸 때 중요한 건 내가 쓴 글이 독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내 이야기를 다 담고 싶은 욕심은 당연해요. 하지만 독자가 과연 이 정보를 알고 싶어 할까? 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자, 그럼 독자가 궁금해하지 않을 만한 정보가 무엇인지 찾아보고, 지워내는 작업을 해봅시다 !

✅불필요한 정보인지 셀프 체크 리스트

이 정보가 나를 설명하는 데 꼭 필요한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
내용이 뜬금없거나 맥락에 맞지 않는가? 갑자기 튀어나온 이야기처럼 보이진 않을까?
너무 과도하게 설명한 부분은 없는가? 짧고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너무 개인적인 정보는 아닌가?

Step. 1 나의 이름을 한 가운 데에 적어보고 주변에 떠오르는 모든 문장과 단어를 나열해보세요. 나무 갈래처럼 뻗어 나가는 형태로 적어보면 더 부담 없이 적을 수 있습니다.

Step. 2 적어 놓은 문장과 단어를 활용하여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써봅시다. 처음부터 검열하고 뺄 필요는 없어요. 이곳에는 나에 관해 얘기하고 싶은 모든 걸 마음대로 적어보세요.

Step. 3 자, 이제 뺄 차례입니다. 아래 체크 리스트를 참고하며 뺄 부분에 표시를 해두고 차근차근 다시 한 번 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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