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칙연산
글감을 찾고, 글을 쓰고, 수정할 힘이 생겼다면, 이제 내 글에 새로운 키링을 달아줄 차례다. 키링이란 열쇠고리다. 원래 의미는 그랬지만 열쇠가 사라진 지금은 자동차 키나 가방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액세서리를 모두 키링이라고 부른다. 키링을 달면 단순했던 디자인이 생동감 있게 변하고 내 취향이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키링처럼 글에도 작은 변화를 주면 글이 훨씬 빛나고 돋보일 수 있다. 바로 이 작은 변화가 곱하기의 역할이다.
글을 쓸 때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내 글이 심심하다거나,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 때 말이다. 곱하기는 글을 더 재미있고 아름답게, 그리고 나만의 문체와 색깔을 갖기 위한 첫걸음이다.
곱하기가 키링과 닮았다고 해서 단순히 액세서리나 꾸밈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더하기가 글에 재료를 하나씩 더하는 것이라면, 곱하기는 작은 변화를 통해 글의 효과를 배가시키는 것이다. 곱하기가 들어가면 그 글은 단순히 풍부해지는 것을 넘어서, 배로 확장된 감동과 재미, 힘을 갖게 된다. 곱하기는 글의 전체적인 의미를 풍성하게 하고, 읽는 이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도구다.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 만화 <누구나의 일생>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인 만화가 나쓰코가 길을 지나가다가 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들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이 아이들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방금 입에 넣은 새 껌 같은?”
생각에 키링을 다는 ‘곱하기의 순간’이다.
나도 아이들에게 뻔한 생각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보라고 가르친다. 다른 분야의 단어와 예상치 못한 연결을 해보라는 것이다. 이렇게 글에 색다른 곱하기를 하면 일반적인 시선도 새롭게 보이게 된다.
사계절의 변화를 묘사하는 글을 쓴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사계절에 대해 당연한 묘사를 해왔다. 봄은 벚꽃, 여름은 푸른 바다, 가을은 알록달록 나무, 겨울은 새하얀 눈사람. 모두가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계절이 변하는 걸 표현하고 싶은 거니? 아니면 계절마다의 특징을 말하고 싶은 거니?”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계절이 변하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런데 변하는 속도가 다 다르고 자기들끼리 경쟁하는 것 같아요.”
계절을 새롭게 바라보기 위해서 한참을 대화한 우리는 ‘줄다리기’라는 단어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계절이 변하는 게 경쟁처럼 느껴진다는 것을 ‘줄다리기’라는 게임 이미지로 연결한 것이다.
수정한 문장은 이렇다 :
겨울은 다 가버린 자기 계절이 아쉬워 왼쪽을 엮고, 여름은 곧 다가오는 자기 계절이 설레어 오른쪽을 엮고, 봄은 그 사이에서 배배 꼬이고 엮이고 엎치락뒤치락. 줄이 완성되면 겨울이 날씨가 춥게, 여름이 날씨를 덥게 만든다
각 계절의 특징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도, 계절의 변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묘사할 수 있었다.
이렇게 곱하기는 글을 다채롭고 입체적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단순히 경험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읽는 이를 만족시킬 수 없다. 하지만 곱하기를 통해 그 경험에 독특한 시선을 더하고, 논리적 흐름을 강화하며, 묘사에 깊이를 주면 글이 더욱 풍성하고 강렬해진다. 곱하기는 내가 가진 재료(경험)에 새로운 시각을 더하거나, 논리적 정리를 통해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만들고, 은유와 묘사를 곁들여 독자에게 상상할 여지를 남기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