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자기만의 시선

글칙연산

by 글쌤 류민정
글칙연산 곱하기-자기만의 시선.jpg

글을 쓸 때 작은 변화가 글 전체의 느낌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순간이 있다. 그 변화는 때론 작고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기억에 오래 남는 글로 거듭나게 한다. 이 드라마틱한 효과를 주는 것이 바로 ‘자기만의 시선’이다. 아주 평범한 경험도 나만의 독특한 시선과 만나면 완전히 새로운 글이 탄생할 수 있다.


한번 생각해 보자. 사소한 경험이란 이런 것이다.


-치킨은 맛있다.

-하기 싫은 일을 하니 시간이 느리게 갔다.

-불꽃놀이 구경을 하는데 모조리 바다 위로 떨어졌다.


위 문장은 얼마 전 아이들이 동시 공모전을 준비하며 선택한 글감들이다. 겉보기엔 조금 평범하지 않은가? 이런 경험들이 재미있는 시로 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나만의 시선’을 찾으면 된다.


시선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눈의 방향이다. 위 문장에서 시선은 모두 ‘나’다. 내 입장에서, 내 시선으로 본 경험들이다. 그렇다면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겨보면 어떨까? '나'를 중심으로 쓰지 말고,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까?


-치킨은 맛있다 : 튀김의 시선

-하기 싫은 일을 하니 시간이 느리게 간다 : 시간의 시선

-불꽃놀이 구경을 하는데 모조리 바다 위로 떨어졌다 : 바다의 시선


이렇게 시선을 바꿔본 뒤 다시 적어본 문장이다.


-치킨은 맛있다 : 튀김의 시선

→포근한 천국같이 맛있는 치킨. 난 모든 것을 튀겨 보기로 했다. 숙제를 튀겼다.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다. 아침을 튀겼다. 왠지 하나도 먹기 싫다. 내 꿈을 튀겼다. 자신감이 생겼다. 나를 튀기면 무슨 맛이 날까?


-하기 싫은 일을 하니 시간이 느리게 간다 : 시간의 시선

→수학 문제를 멍하니 바라보니 블랙홀로 빠진다. 저 별은 나눗셈, 저 행성은 곱셈, 저 별똥별은 뺄셈, 저 우주선은 덧셈. 그러다 노는 시간, 블랙홀은 사라지고 나는 논다.


-불꽃놀이 구경을 하는데 모조리 바다 위로 떨어졌다 : 바다의 시선

→펑! 무슨 소리일까. 이 소리 때문에 내 파도 소리를 빼앗겼다. 아무도 내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빛나는 친구들이 나에게로 오고 있다! 너무 뜨겁잖아? 두고 보자, 빛나는 녀석들.


이렇게 같은 경험도 시선을 옮기면 전혀 다른 글이 된다. 특별한 시선은 평범한 경험을 독창적인 이야기로 바꾼다. 같은 상황을 봐도 누군가는 스쳐 지나가고, 또 누군가는 그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발견한다.


내가 겪은 경험을 어떻게 해석할지, 그리고 그 해석에 나만의 시선을 더하면 글은 배가된다. 더 깊고, 다채로운 글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실습)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보고, 그 경험에 다른 시선을 더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세요. 기본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나만이 볼 수 있는 특별한 각도에서 그 경험을 다시 해석해 보는 것입니다.

<시선을 바꾸는 5가지 팁>
1. 내가 아닌 다른 존재의 시선 : 이 상황을 다른 사람, 동물, 또는 사물의 눈으로 본다면 무엇이 다르게 보일까?
2. 감정의 시선 : 내가 느꼈던 감정을 하나의 인물로 만든다면, 그 감정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까?
3. 시간의 시선 : 과거의 나 또는 미래의 내가 이 상황을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4. 공간의 시선 :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를 바꿔본다면, 이 경험은 무엇이 다르게 보일까? 위에서 보거나, 뒤에서 본다면?
5. 반대 상황의 시선 : 지금과 정반대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보일까? 만약 이 일이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나 시간에서 일어났다면?




이전 14화×곱하기 : 글에 키링 다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