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리×정리력 : 이야기의 흩어진 점을 연결하자

글칙연산

by 글쌤 류민정
글칙연산 스토리와 정리력.jpg


이야기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흔히 어떤 소재나 주제부터 떠올린다. 예를 들어, 사랑 이야기, 추리 이야기, 가족 이야기, 또는 복수 이야기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소재들은 그저 이야기의 시작일 뿐, 스토리 전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니?"라고 물으면 로봇 이야기, 모험 이야기, 동물 이야기 등을 제일 먼저 말하곤 한다. 이건 나쁜 일이 아니다. 소재를 정했다는 건 이야기의 시작점을 잡은 것이기 때문에 좋은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주인공은 누구인가? 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세계는 어떤 곳인가? 조금만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면 아이들은 쉽게 당황하거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른다. 이게 왜 문제가 될까?


소재만 정하고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풀어나가지 않는 것은 마치 목수를 찾아가 "의자 하나 만들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 의자는 어떤 용도로 쓸 건지, 아이가 앉을 건지 어른이 앉을 건지, 어디에 놓을 건지 같은 세부사항을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면, 목수가 제대로 된 의자를 만들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를 쓰려면 소재를 정한 다음 그 이야기의 점들을 먼저 뿌려야 한다. 점이라는 건 주인공, 주인공의 친구들, 주인공이 살고 있는 공간, 그가 자주 가는 장소, 그리고 주인공의 성격, 목표, 욕망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점을 뿌리는 것만으로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그 점들을 정리해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곱하기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이 바로 스토리와 정리력의 결합이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정리가 되어 있지 않으면 독자는 물론이고 작가 자신도 길을 잃기 마련이다. 정리력은 글을 명확하게 만들고 이야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마치 흩어져 있는 점들을 하나하나 연결해 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정리력이 탄탄할수록 독자는 이야기를 더 쉽게 따라갈 수 있게 된다.


상담하다 보면 부모님들이 자주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우리 아이는 이야기 만드는 걸 정말 좋아해요.”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대체로 주인공이 어떤 사건을 벌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 속에서 계속 사건이 벌어지기만 하면 그 자체로는 흥미로울 수 있다. 하지만 사건만 벌어지면 이야기가 정돈되지 않고, 어느 순간 흐름이 엉키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중간에 막히거나, 결말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 속에서는 사건이 그저 일어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사건과 사건이 서로 맞물려 있어야 설령 이야기의 순서가 조금 바뀌더라도 금방 새로운 스토리로 변신시킬 수 있다.


한 7살 아이가 만든 이야기를 한 번 살펴보겠다. 아래 원래 이야기는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야기를 정리하는 연습을 하기에는 매우 좋은 예다.


[원래 이야기]

①동물원에 살던 사자가 있다.

②사자는 동물원에 살기 싫어서 땅굴을 파서 탈출한다.

③땅굴 끝에서 어떤 성과 금은보화를 발견한다.

④금을 만졌다가 지옥에 떨어졌다.

⑤겨울 탈출해 동물원으로 돌아가니 동물들이 구박한다.

⑥사자는 동물원에서 쫓겨났다.

⑦쫓겨난 뒤 성을 다시 찾아가보니 사육사가 살고 있었다.

⑧사자는 사육사를 설득해서 같이 산다.


이 이야기를 처음 봤을 때 나의 첫 느낌은 사건이 벌어지기만 하다가 끝난 기분이었다. 이야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읽는 사람이 쉽게 집중하기 어려운 건 물론이고 작가 자신도 사자가 왜 동물원을 탈출했는지조차 모르고 있어서 결말도 사실상 대충 마무리 지은 느낌이다. 핵심적인 이야기가 없고, 흐름이 잘 정리되지 않으니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 줄 요약]

사자가 동물원에서 탈출해 성에 갔다가 지옥에 빠졌다가 다시 탈출해 동물원으로 돌아갔지만 쫓겨나고, 성으로 돌아가 사육사와 같이 살게 됐다…(?)


이렇게 사건이 벌어지기만 하면, 결말을 어떻게 내더라도 흥미나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이야기를 정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야기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왜 주인공은 그곳에서 살기 싫었을까?”


위 이야기는 주인공인 사자가 동물원을 탈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탈출하기 시작한 이유가 불분명하다.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지려면 주인공이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왜 이 사자가 동물원을 떠나려는 걸까? 이 이유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야기의 결말이나 주인공의 성격, 혹은 반전 요소를 추가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주인공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질문해보자.


“성은 사자에게 무엇을 의미할까?”

“주인공이 성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


이 이야기는 동물원과 성이라는 두 공간에서 벌어진다. 성에서 주인공이 금은보화를 발견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사자가 그 금은보화를 왜 만졌는지, 그리고 왜 성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주인공을 움직이게 간 공간의 ‘무엇’을 잘 설정해주어야 한다. 이야기 속 공간과 여러 장치들은 그저 배경일 뿐 아니라 주인공의 욕망이나 목표와도 깊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주인공이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물어보자.


이 질문은 주인공의 목표와 관련이 있다. 주인공이 동물원을 탈출한 이유가 단순히 자유를 찾기 위함인지, 아니면 더 구체적인 목적이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주인공의 목표가 명확하면,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이 훨씬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질문을 던진 후, 다시 정리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스토리+정리력]

①동물원에는 매일 구박만 받는 나약한 사자가 산다.

②어느 날 사자는 매일 먹는 사료가 아닌 자기 요리를 해보고 싶어 땅굴을 파서 탈출했다.

③사자는 어느 성을 발견했고 그 안에 있는 금으로 요리 재료를 사고 싶어서 금을 건드린다.

④금을 만지자 지옥에 떨어졌고 어떤 버튼을 통해 가까스로 탈출한다.

⑤알고 보니 성의 주인은 사육사였다.

⑥사자는 사육사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같이 살게 됐다.

⑦그리고 <사자 레스토랑>을 차리게 된다.


개연성에 있어서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이 여전히 있지만 7살 아이의 이야기니 모른척 해주자. 어쨌든 정리된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캐릭터는 보다 명확해졌다. 그래서 이전의 이야기에서는 한줄로 정리되지 않던 이야기가 단 한문장으로 정돈됐다.



[한 줄 요약]
요리를 좋아하는 나약한 사자가 동물원을 탈출해 금으로 된 성에서 레스토랑을 차리는 이야기.


이야기를 정리하는 방법은 주인공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된다. 왜? 무엇을? 어떻게? 이 세 가지 질문을 반복하다 보면, 이야기가 점차 정돈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정리하는 힘은 소설이나 동화 뿐만 아니라, 오늘날 브랜딩에도 꼭 필요한 능력이다. 브랜드 스토리, SNS 운영자의 스토리, 그리고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스토리까지. 스토리의 영역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브랜딩에서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드러나야 하므로 더더욱 탄탄한 정리력이 필요하다. 아이디어는 있는데 정리가 안 된다면, 한 문장으로 내 스토리를 설명할 수 있는 정리력이 바로 그 열쇠가 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 정리력을 키울 수 있을까? 이미 있는 이야기를 분석해보면 된다. 좋아하는 소설, 영화, 드라마를 10개의 장면으로 간단히 정리해보는 연습을 해보자. 이 훈련을 지속하다 보면, 내가 머릿속에서 막연하게 생각하던 이야기도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브랜드의 스토리를 정리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완성된 스토리 뒤에 숨어 있는 정리의 과정을 되돌아보며, 좋은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실습) 자신이 알고 있는 드라마나 영화, 웹툰 또는 웹소설을 떠올려보세요. 그 이야기를 10개의 장면으로 나눠서 핵심 장면을 정리해봅시다. 이렇게 이야기를 정리하다 보면 스토리의 흐름을 파악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을 거예요.

예시 :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10문장 정리

1. 해리 포터는 이모 집에서 학대를 받으며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2. 어느 날, 해리는 호그와트 마법 학교로부터 초대장을 받는다.
3. 해리는 호그와트에서 친구들인 론과 헤르미온느를 만나게 된다.
4. 호그와트에서 해리는 마법과 주문을 배우기 시작하며 마법사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5. 해리, 론, 헤르미온느는 학교에서 이상한 사건들을 목격하게 된다.
6. 그들은 비밀의 방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찾아내고, 그곳에서 마법사의 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7. 세 친구는 마법사의 돌을 지키기 위해 여러 가지 장애물을 통과한다.
8. 해리는 볼드모트의 부활을 막기 위해 최종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9. 해리는 교수 퀴렐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며 마법사의 돌을 지켜낸다.
10. 해리는 학교의 연말 연회에서 그리핀도르가 집 우승을 차지하며, 첫 학년을 마무리한다.


이전 15화× 경험×자기만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