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전체적으로 처음 한 일이 많다. 그 시작의 1월을 떠올려본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 오픈
이렇다 할 준비도 없이 덜컥 그림책 성인반을 오픈해버렸고 감사하게도 몇몇 어른 학생들이 방문해 주었다. 소장용 그림책만 13년을 만들었는데, 정작 제대로 된 그림책을 만들 엄두를 이제서야 내본 셈이었다. 수업하는 어른 학생들이 책 출판에 관해 물을 때마다 조사를 하고 새로 공부를 해야 했다. 그때마다 필요한 게 생겼고, 가로막혀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렸다. 생각해 보면 책 인쇄까지는 아주 쉽다. 그런데 이걸 세상 사람들에게 닿게 하는 일은 여간 복잡 한 일이 아닌 것이다. 책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도 여러 분류로 나뉘었다. 내가 만든 이야기를 그냥 책으로 엮고 싶은 사람(자기만족형), 세상 사람들이 내 작품을 읽었으면 하는 사람(작가주의형), 서점 매대에 내 책을 올려두고 싶은 사람(인생 로망형) 등등... 욕망의 크기와 모양이 모두 달랐다. 나는 그것을 실현시켜주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너무나 부족한 채 일을 벌이고 만 것이다.
어쩔 수 없지. 하나씩 해보는 수밖에.
책 만들기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나의 첫 그림책 <해파리>를 만들었다. 2024년 말부터 준비했던 것이지만 더 서둘렀다. 레퍼런스가 간절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직접 출판사를 만들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고, 무료로 전자책을 만들어주는 플랫폼을 알아보며 그거라도 시도해 보자는 마음이었다. <해파리>는 내가 썼고, 혼자 아끼던 시였다. 그림책으로 만들 마음을 먹고, 시를 장면으로 쪼개서, 재료를 정하고, 콘티를 짜고, 종이에 옮겨 그렸다. '이게 맞나?' 하는 연속이었음에도 멈추지 않고 순식간에 한 권을 만들어냈다. 이게 진정한 한 권의 책인지는 다시 돌아봐야 할 일이다.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고민이 더 들어갔다면 더 좋은 책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의 그림책도 그렇고 무언가에 쫓기듯 만든 것들은 항상 그렇다. 어딘가 허전하고 부족한 부분만 보인다. 그렇지만 해파리라는 시를 다시 새롭게 들여다보게 되었고, 나의 표현력의 한계나 바닥도 많이 봤다. 또한 시에서 느껴지는 모호함을 그림책으로 만들면서 그림책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도 쌓였다.
연극 참여
이 와중에 연극 <벽>의 첫 리딩이 있었다. 첫 연습은 봄의 끝자락이었지만 1월부터 리딩에 참여하며 나의 연극 경험이 시작됐다. 추워서 온몸이 떨리는 지하 연습실에 한 번씩 얼굴을 본 배우들과 스텝들을 만나 극본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생전 처음 지원 사업 쓰기를 맡았고, 출판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모른 채 끌려가듯 임했다. 그런 지점들은 조금 후회된다. 나름대로 대본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고 굴러가는 상황들을 눈과 귀에, 머릿속에 담으려고 노력했지만 돌아보니 흘러가듯이 나를 그 안에 던져둔 느낌도 든다. 가시방석까지는 아니지만 매우 어색하고 불편한 자리이기도 했다.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나를 맞아주고 독려해 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렇게 나의 1월은 어설픔으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