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게으른 회고록 *2월

by 글쌤 류민정

https://blog.naver.com/thegeulssam/223775219044


출판사 신고를 했다.


엄청난 마음가짐이나 대대적인 목표가 있던 게 아니었다. 오히려 '굳이 지금 해야 하나?' 싶었던 일에 가까웠다. 학원 책 작업은 본사 시스템이 있어서 인쇄 과정엔 관심도 없었고, 사업자를 만들면 세금 구조도 달라질 테니 망설여졌다. 프리랜서로 살아가고는 있지만 월급 받는 자리가 제일 낫다고 여겼던 것도 있다. 나를 가로 막는 여러가지 벽을 뚫게 된 건 의외의 순간이었다.


2월 초, 친구 잠꾸리를 만났다. 그간의 정신 없고 오리무중한 일상을 나누다가 고민을 털어 놓았다. 어른들 그림책 수업도 시작했고, 출판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계속 만나게 되니 ‘이제는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였다. 잠꾸리는 다양한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과 지내고 본인도 꾸준히 작업물을 만드는 사람이라 내 말을 잘 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대화 중 들은 한 문장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


"결국 네 거를 해야 한다면 직접 해야지. 그런데 그 과정은 아주 번거로울 거야."


'내 것'이라는 단어와 '번거롭다' 라는 단어가 유난히 선명했다. 아, 내 것을 하려면 번거로움을 받아들이면 되는구나. 그래, 귀찮고 어려운 것을 그냥 맞닥뜨리면 되는 거였어.


그즈음 우연히 <나와의 워크숍>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에서 하라는 대로 워킹working 그래프를 그려보며 다짐했다. 나는 ‘내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코로나가 끝난 뒤 단둘이 학원에 남은 나와 원장님은 여러 가지 수업과 방향을 고민하면서 감상화시 라는 이름을 만들어 냈었다. 시를 듣고 그림 그리기, 오브제를 보고 시 쓰기, 색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수업 등을 기획하며 색채심리상담사 자격증도 함께 땄다. 뭐가 그리 조급했는지 감상화시는 이미 특허까지 딴 상태였고, 수업 소개글에 쓸까 싶어 신청했던 ‘동심테라피’라는 단어도 1월에 특허 허가가 났다. “설마 이런 단어가 되겠어?” 했는데 된 것이다. “이거 하는 계시다!” 싶어서 출판사 등록을 마음먹었다.



출판사 이름을 감상화시로 하는 것은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출판사 등록은 내가 총대를 메기로 했다. 갸웃하던 원장님께 “이걸 해야 어느 쪽으로든 갈 것 같다”고 설득했고, 일단 마음을 먹고 나니 어차피 책 판매를 통한 수익이 목표가 아니었기에 세금 문제든 뭐든 상관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출판사 등록은 나에게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



책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더 모였다. 1월에 시작했던 어른 학생들의 책이 완성되었고, 새로 시작한 두 학생의 책도 진행됐다. 여덟 번 만에 책을 만든다는 건 어떻게 보면 단순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글 수정부터 재료 학습까지 진지하게 임하는 어른 학생들의 모습에 감동했고, 나도 많이 배웠다.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각자의 표현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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