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첫 출간 계약
감상화시 출판사의 첫 계약서도 썼다. 수업하는 8주 내내 스토리, 그림, 글 가리지 않고 성실하게 배우며 예습까지 마다하지 않고 잘 따라와 준 스물한 살 대학생의 첫 책이었다. 이야기와 그림 모두 너무 예쁘게 나와서 전자책으로라도 내보자며 우리가 먼저 제안했다. 흔쾌히 수락을 받았고 처음으로 전자책 등록도 해봤다.
막상 해보니 역시 책을 만든다는 것과 책을 ‘세상에 내보낸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원고를 다듬고 그림을 완성하는 일보다 이후에 따라붙는 과정들이 훨씬 많고 번거로웠다. 출판사마다 시스템은 제각각이었고, 파일 크기나 규격도 다 달랐다. 국립중앙도서관 납본 역시 말로만 듣던 절차보다 훨씬 손이 갔다. 그제야 사람들이 왜 이 과정을 정리해두지 못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출판사로서 처음 맺는 작가 계약이자 첫 출간이었는데 우물쭈물했던 기억만 난다. 그림책 특성상 전자책이 과연 맞는 형식일까 고민도 했었지만, 그래도 알라딘, yes24, 교보에 올라간 책을 보며 괜히 뿌듯해졌다. 이미 프로인 작가들의 책이나 기획된 책도 무척 소중한 것이겠지만, 그림이나 글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던 사람이 만들어낸 창작품이라는 것, 그리고 그 첫 과정을 함께했다는 사실에는 다른 종류의 무게가 있었다. 그것이 출판사라는 이름을 붙이고 하는 일의 의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자면 대학 동기의 책도 완성되어 인쇄가 됐다. 처음 그림책 수업을 열었을 때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려준 친구였다. 매번 두려움을 안고 수업에 임한 것과는 반대로 매우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역시 문창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민망해하던 친구의 그림책은 현재 학원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누군가의 가능성을 오래 붙잡아주는 일 역시 출판이라는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일 거다. 내가 조금 더 단단하고 능력이 많은 사람이 된다면 그 일을 더 많은 사람과 멋들어지게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연극
연극을 진짜 올리는 건가? 내가 연극에 참여하고 있는 게 맞나? 물음표로 가득 차 있을 때도 연습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난 MT까지 따라갔다. 지원사업이 되지 않아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던 와중에 MT는 없다는 걸 배우들이 밀어붙여주어 성사된 여행이었다. 감사하게도 전주의 멋진 숙소와 맛있는 음식을 지원받아 간만에 자유롭게 음주 가무를 즐겼다. 모두가 취한 김에 내 시도 보여주고, 낭독 전문 배우인 준서 배우의 낭독까지 들으며 따뜻한 기억이 남았다. 종이에만 가둬 주었던 텍스트가 목소리를 만나 전혀 다른 결로 전달되는 순간을 가까이서 보는 경험은 생각보다 오래 남아 있다. MT라는 명목이었지만 숙소가 워낙 좋아서 내친김에 배우들의 사진도 직접 찍었다. 무언가 우당탕탕한 느낌이었지만 그것대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MT를 다녀온 뒤 포스터 제작도 됐고 본격적인 연극 홍보를 위한 준비가 시작됐다. 여전히 무엇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연극이란 이런 식으로 사람과 시간을 묶어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간다는 사실만큼은 몸으로 알게 된 한 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