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책 만드는 곳입니다" : 학원 벽 꾸미기
우리 학원에서 일어나는 일은 대체로 갑작스럽다. 원장님이 파워 P인 덕분이라서일까, 어느 날 갑자기 책장이 사라지기도 하고 벽에 그림이 그려지거나, 새로운 재료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번 6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미술 학원인지, 글쓰기 학원인지, 책 읽는 곳인지, 논술 학원인지. 늘 따라붙던 여러 오해와 추측에서 벗어나기 위해 겉모습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여긴 책 만드는 곳입니다~ 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과감하게 책 속 내용을 분해(?)해 공개했다. 전면 벽은 아니고 맥락 없이 그림만 걸려 있던 곳을 다시 정리했다. 책 만드는 곳이라고 하면 너무 출판사처럼 보이지 않을까, 오히려 진입장벽이 더 높아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조금씩 우리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
드디어 연극 올라감
연극 <벽>이 드디어 무대에 올랐다. 나는 나대로 홍보며 프레스콜 준비로 애를 태웠지만(제발 보러 와주세요) 무대 하나를 위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준비된 일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무대도 리허설도 전날에서야 보게 된 나는 꽤 많이 놀랐다. 처음 리딩 때나 중간 연습 때 보았던 장면들과는 다른 지점도 많았고 선명해진 것도 많았다. 뒤늦게 이해한 것들이 생기면서 프로그램북도 몇 번이나 다시 손보게 됐다. 연극은 올리는 내내 계속 새로워졌고, 그 과정을 지나며 ‘연극이라는 게 이런 매력이 있구나’ 하고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작은 소극장이다 보니 표를 직접 나눠주고 관객을 맞이하는 일도 내가 맡았다. 공연이 7시가 넘어서 했는데도 해가 지지 않아 뙤약볕에 앉아 조금 웃긴 모습으로 관객을 맞아야 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중간에 구석에서 표를 나눠주기도 했다. 잠깐씩 현타가 오긴 했지만 그 모든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나름 즐겁게 한 듯.
어렵사리 올린 연극이어서 많이 헤매고 힘들었지만, 여러 군데 도움과 응원을 많이 받았다. 공연 기간 동안 학원을 30분 일찍 퇴근해야 했는데, 원장님도 흔쾌히 이해해 주셨고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따로 연락하지 않아도 내가 올린 포스터나 홍보 글을 보고 많은 지인들이 보러 와주었다. "너가 웬 연극이야?" "하다 하다 연극까지" 하는 반응들이 대다수였다. 물론 긍정적인 방향으로... 맞겠지? 염치불구하고 오랜만에 연락드린 교수님부터 친척언니오빠들, 무려 잠실에서부터 와준 그림책 학생들까지 내 인맥을 총동원하여 최대한 관객석을 채웠다(^^...) 연극인들에게는 몰라도 내 개인적인 커리어에는 많이 뜬금없고 새로운 도전이었기에 오는 사람마다 꽃이며 선물이며 바리바리 들려주어 민망하면서도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어떤 일을 하든, 지금보다 조금 더 성장한 상태로 조금 더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쪼끔 더 자라 있었다.
블로그에도 따로 연극 후기는 적었지만 지금도 남아 있는 건 새로움과 감사함이다. 돌아보니 더 그렇다. 어쨌든 지금은... 내가 어떤 일을 하든 지금보다 조금 더 성장한 상태로 조금 더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