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38문화예술창작소 입주 작가 선정
나름 한 극단 소속이 되어버린 나. 지원 사업이라는 벽은 여전히 아리송하고 높기만 했고,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 하던 때였다. 포천에 새로운 창작 스튜디오가 생기는데 입주 작가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공유 받았다. 고민이 많았다. 일단 너무 멀었다. 우리 집에서도 차로 50분, 서울(끝)에서도 50분. 될 걱정부터 하는 게 우스웠지만 그래도 현실적인 문제였다.
7월에 완공되지 않은 창작소에 미리 답사를 다녀온 나는 '현실적으로 무리다'라는 쪽이었다. 그런데 마삐따의 대표는 좀 다른 의견이었다. 일단 해보자는 쪽. 일단 공간이 생긴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 그래서 나는 2026년을 꿈꾸며 지원서를 썼다. 아직 완성도 되지 않은 나의 그림책, 당시 제목 "아마도, 아무나 씨"를 활용한 퍼포먼스 계획을 야무지게 짜봤다. '되겠어?' 하는 마음으로 정말 마음껏 꿈을 펼쳤다.
그런데 웬걸, 덜컥 되어버린 것이다. 오오... 이게 되기도 하는구나. 사실 극단 소속으로, 그림책 작가로 어딘가 지원하는 일이 처음이었으니 조금 당황스러운 마음이 컸다. 그림책 작업도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내가 제대로 된 작가인지조차 확신이 없는 상태였으니 더더욱. 그런데 어쩌면 바로 그 불확실함 때문에 지원했는지도 모르겠다. '내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다짐했던 2월의 그 마음이 여전히 남아 있었으니까.
�입주 설명회, 그리고 스튜디오3
입주 설명회 날. 솔직히 포천은 작년 추석 때 친척들과 놀러 갔을 때 가보고 관광지로만 기억하던 도시다. 창작소와 가까워질수록 논밭과 산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매번 와야 하나?' 하는 생각이 스치는 동시에 '이런 곳에서 작업하면 집중이 잘 되려나?' 하는 기대도 생겼다.
창작소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훨씬 넓고 조용한 공간이 펼쳐졌다. 여러 동으로 나뉜 작업실, 전시 공간, 그리고 우리가 들어갈 스튜디오3. 설명회는 기대보다 매우 친절했다. 입주 작가님들의 얼굴도 처음 봤고, 창작소를 운영하는 분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시설 이용 방법, 전시 일정, 입주 작가로서 해야 할 것들... 연극 때도 그랬고 출판사를 만들 때도 그랬듯이, 나는 또다시 무언가의 시작점에 서 있었다. 뭘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로.
다른 입주 작가들을 보며 느낀 건, 다들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직도 "아무나 씨"를 붙잡고 헤매는 중인데, 이미 완성된 모습을 보니 괜히 작아지기만 하던 내 모습...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과 '그래도 나도!' 하는 자아 분열이 일어났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스튜디오3. 아직 텅 비어 있는 그곳이 마치 나의 모습 같아서 참 복잡했다. 아무나 씨를 완성할 수 있을까. 새로운 이야기도 만들 수 있을까. 어른 학생들과 함께한 작업들도 전시할 수도 있지 않을까. 뭔가 막연한 생각들만 떠올랐다. 항상 일단 부딪혀보고 배우는 방식으로 살아온 나에게 이곳이 어떤 걸 보여줄지 궁금하기만 했다.
�전시 준비, 텅 빈 벽 채우기
그런 와중에 10월에 열릴 입주작가 전시회도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스튜디오를 꾸미기 시작했다. 휑- 한 교실 같은 공간에 마삐따의 흔적을 남기러 왔다 갔다 하며 지문 등록도 하고, 임시로 현수막도 달고, 배너도 세웠다.
입주 작가 전시를 위한 준비는... 그동안 마삐따가 걸어온 길을 아카이빙하고, 최대한 완성해 놓은 그림책 원화를 걸어두는 방식을 선택했다. 포스터랑 대본집, 소품들도 모으고 아주 허접했지만 내 그림도 덕지덕지 붙여놨다. 완성되지 않은 그림들이지만 그 날것의 느낌을 그냥 드러내자고 뻔뻔한 마음을 먹었다. (시간이 없었다...)
<벽> 무대 미니어처 이미지가 포함된 전시 포스터도 나왔다. 출근 전이나 쉬는 날 가서 쫌쫌따리... 텅 빈 벽이 조금씩 채워지는 걸 보며 '이게 내가 하는 일이구나' 싶은 생각을 키웠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타이틀을 하나 더 얻었다. 아직은 어색하고 무겁게 느껴지지만, 역시 '내 것'을 하려면 이런 번거로움과 어색함을 받아들여야 하는 거겠지. 스튜디오3은 현재 여러 가지로 채워지고 마삐따의 일들이 사부작사부작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 공간이 나와 감상화시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는 여전히 물음표. 일단은 그림책부터 마무리 짓자. 포천까지 가는 길이 멀긴 하지만... 뭐, 어쩌겠어.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