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도장이 생겼다

by 글쌤 류민정

출판사 전용 도장을 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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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만들고 이래저래 필요한 것들을 일단은 다 갖췄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게 없다는 걸 최근 견적서를 만들면서 깨달았다. 서명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인)이라고 적힌 곳을 딱 마주하고 나니 아차 싶었다.


그동안 필요하지 않기도 했지만... 책 만들고 ISBN을 받고 전자책 납품이나 국립중앙도서관 납본에는 도장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니까... 그렇게 도장 없이도 잘 지내왔기 때문에 별생각이 없었다. 역시 나는 경험의 동물.


담당자분이 "도장 하나 만드세요~" 라는 말에 바로 제작 주문했다. 진작에 만들어둔 심플한 로고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의 로고는 네 글자 그대로 감상화시, 서체는 훈민정음 체다. 네 글자가 정사각형 안에 꽉 차게 해서 로고와 거의 비슷한 모양이 됐다.


급하게 주문한 것치고 작고 소중한 도장을 흰 종이에 찍어보면서 예상 밖의 뿌듯함이 들었다. 필요해서 만든 건데, 괜히 애착이 생긴다.


사실 출판사를 만든 뒤에 이런 것들이 하나씩 생긴다. 어떠한 자격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가입과 계약을 맺고, 새로운 각종 번호들을 만들고. 사업자등록증, 출판사 전용 계좌, 계약서 양식, 이제는 번듯한 도장까지. 하나하나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들, 별것 아닌 것들인데 쌓이고 나면 그게 출판사의 모양이 되는 것 같다.


우리는 상업적인 출판사가 아니다. 베스트셀러도 없고, 꿈꾸지도 않는다. 그저 많은 이들이 직접 책 만드는 시간을 쌓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를 섭외하고 상품을 만들기 보다, 수많은 잠재적 작가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들고, 세상에 내보내는 공간이 되고 싶다. 기껏 도장 하나뿐인데, 이런 다짐들이 또 생겨난다.


도장 같은... 그니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은 작은 것들이 오히려 나를 움직이게 한다. 조금 돌아가고, 조금 희한하지만 어떤 방향이든 천천히 감상화시답게 가는 중이다.


2026년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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