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환기가 필요해서

by 문수인


어제 아침, 남편에게 프렌치토스트를 해주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졸리지 않았지만 따뜻한 곳에 누워있고 싶단 욕구가 나를 다시 눕혔다. 핸드폰을 보다가, 잠이 들고, 다시 눈을 뜨고를 반복했다. 더 늦장 부리다가 회사에 지각하겠다 싶어서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세 시간이 지난 후였다. 바닥에 발을 디디며 폴 발레리의 명언을 한숨처럼 뱉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오늘 남편에게 아침을 주고, 찬찬히 집을 살펴보았다. 평소에 정리하지 않아 눈길이 자주 멈췄던 몇몇 군데가 또 눈에 밟혔다. 인덕션, 싱크대 상부, 커다란 책상, 너저분한 화장대, 바닥에 널린 머리카락들. 책을 읽고 다이어리를 쓰려고 했지만 발걸음은 창문을 향했다. 보일러를 끄고, 문을 열고 환기시키며 청소기를 꺼내 밀었다. 이후 책상과 화장대 정리를 하고 밀려있던 아침 설거지와 싱크대 정리를 했다. 싱크대 상부장을 열심히 닦았는데도 불구하고, 몇 군데는 잘 닦이지 않았다. 삶에 대한 게으른 태도가 흔적으로 남아있었다.


부지런히 살아야겠단 결심 뒤, 따라오는 마음은 의심이었다. 며칠 이러다 또 전처럼 돌아가겠지. 그동안 내 행동에 대한 데이터는 스스로 게으르다고 여실히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의심하고 부정하며,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냈던 지난날들이 꼭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계속 청소하다 보니 어느덧 집이 깨끗이 정돈되었다. 어지럽힌 것들이 정리되자, 놀랍게도 먼지 쌓인 마음도 단비가 내린 듯 투명해지는 것을 느꼈다. 정돈하는 시간이 길어질 만큼 공간과 마음을 오래 방관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어쩌면 그것은 자상일지도 모른다. 제때 정리하지 않으면, 상처는 금세 흉이 되어 남는다. 문득 나에게 그런 마음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알면서도 스스로 생채기를 내는 습관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내일이 되면 오늘의 결심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 또다시 후회와 노력이 쳇바퀴처럼 반복될 수도 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마음에 가뭄이 쉽게 들진 않을 것이다. 올해는 그런 단비가 자주 내리면 좋겠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