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함을 기록하는 일

by 문수인


아침에 운동장을 돌며 감사 일기에 쓸 내용을 미리 떠올렸다. 물심양면으로 돕는 남편과 안위를 걱정하는 부모님, 항상 웃음으로 맞이해 주시는 동료 선생님들. 사랑하는 얼굴들이 차례대로 떠올랐다. 그러다 문득, 힘차게 움직이는 내 두 다리에 시선이 머물렀다. 그 모습조차 감격스러웠다. 감사 일기에는 잘 적지 않던 일상이었지만, 오늘도 무사히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단 사실이 유난히 크게 다가왔다.


나는 스스로 자주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감사한 마음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라고도 믿었다. 그러나 감사일기를 쓰며 알게 되었다. 나는 일상을 채워주는 ‘당연한 것들’을 쉽게 지나치는, 아주 보통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또 하나, 나는 생각보다 삶에 대한 의지가 굳건한 사람이었다.


많은 시간, 살아가는 일은 내게 버거웠다. 삶은 늘 숙제처럼 느껴졌고, 내게 붙여진 이름들과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이 마음 한 켠에 머물렀다. 그래서 나는 나를 삶에 대한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고 판단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행복하다고 늘 감사한 것은 아니고, 삶이 버겁다고 삶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나는 나를 단순한 기준으로 규정해 왔다. 세상을 제대로 본다고 믿으면서도, 여전히 색안경을 낀 채 살아온 셈이다.


내가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던 건 오롯이 기록 덕분이었다. 머릿속에만 두면, 기억은 마음대로 편집되고 왜곡되기 쉽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떳떳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는, 어쩌면 이 작은 기록 일지도 모른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