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은 문질러야 향이 난다.

<배움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by 문수인


얼마 전, 페퍼민트 향을 맡으려고 코를 가까이 가져다 댔는데 깻잎 냄새가 났다. 당황한 나에게 옆에 있던 선생님은, 손으로 잎을 문질러야 본연의 향이 난다고 말했다. 지금껏 꽃이나 허브를 대할 때, 그냥 코에 가까이 가져가기만 하면 된다고 여겨왔다. 너무도 자연스럽고 익숙한 방식이라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내가 익히 알고 있던 방식, 즉 기존에 형성된 스키마를 어떤 상황에든 그대로 대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잘못된 스키마를 인식한 이후, 나는 ‘앎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혼자서는 답을 내릴 수 없을 것 같아 회사 근처에 있는 서점에 갔다. 인문 분야를 둘러보다, <배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지금의 고민을 향해 쓰인 책 같았다. 더욱이 저자가 인지과학과 언어심리학을 전공한 학자라는 점에서 깊은 관심이 생겼다.

자신의 사고나 행위를 스스로 모니터하고 오류를 발견하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좀처럼 과오를 발견하기 어렵고 지식의 수정 또한 불가능하다. 어느 분야에서든 진정한 달인은 상식으로 자리 잡은 ‘지레짐작‘을 배제하여 현장을 관찰하고, 기억이나 판단이 스키마로 왜곡되지 않도록 의식적인 컨트롤을 하고 있다. (205p)

책을 읽으며 나는 ‘지식’을 어떻게 정의해 왔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스스로를 ‘배우는 사람’이라 여겼지만, 실은 익숙한 사고방식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미 알고 있다고 여긴 지식에 대해서는 좀처럼 점검하거나 의심하지 않았다. 대인관계에서 감정이 충돌하거나 상황이 어려울 때는 비교적 ‘스키마 분석과 수정’을 해왔지만, 알고 있는 지식에는 같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지식은 사실이나 정답이 아니라, 끊임없이 점검하고 재해석되어야 하는 것임을, 이 책을 통해 깊이 깨달았다.

어떤 분야라도 최고의 달인들은 향상하기 위한 수단을 항상 모색하고 실천하는 탐구인이다. 탐구인이 되기 위해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탐구 인식론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은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다. 사용함으로써 신체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시스템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시스템과 함께 점점 변해가는 것이다.(245p)

‘탐구인’이라는 말에 오래 머물렀다. 그저 열심히 반복한다고 해서 숙련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인 점검과 수정, 질문과 끈기가 함께해야 진짜 ‘배움‘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와닿았다. 지식은 정지된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살아 숨 쉬고, 나와 함께 끊임없이 변화해 가는 존재다.

책은 메타인지의 중요성과 더불어,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천하는 자세를 탐구인의 조건으로 제시한다. 언어재활사로서 현장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말하고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가 탐구인으로 살아야 한다.

탐구인으로 길러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탐구인이 될 수밖에 없다.(269p)

스스로 메타인지를 잘 적용해 본 사람이 대상자에도 ‘생각의 흐름’을 언어화하도록 자연스럽게 이끌 수 있다. 나와 아이들을 위해, 끈기 있게 배움을 실천하는 탐구인으로 살아가 보려고 한다.

이제는 향기를 제대로 맡기 위해, 주저하지 않고 잎을 문질러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