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서투르고 그래서 명랑하게

나태주의 행복수업을 읽고

by 문수인


삶의 방향은 늘 흔들린다. 나 역시 어느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마음의 기류를 따라 조금씩 흘러가고 있었다. 행복이란 울타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간을 지나, 무탈이 주는 안정감도 행복의 일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행복하려고 애쓰기보다는, 현재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사는 삶. 사소한 것에 행복을 찾으며, 비어 있는 마음의 구멍들을 채워가며 그렇게 잘 지냈다. 모든 것에 다정을 깃들이는 하루의 끝은 마음이 배불러서, 다음날까지도 허기가 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많은 날 평안했고, 또 많은 날 지쳐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어떤 일을 맡게 되었을 때, 책임감으로 더 열심히 했었다. 어쩌면 나태주 선생님의 말처럼 스스로 졸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피해 주지 않으려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마음이 늘 떳떳한 것은 아니었다. 모든 일에 전문가가 되려면 3년이 걸린다지만, 언어재활사라는 직업은 3년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시간과 노력, 애정… 모든 것이 필요했다. 11년 차인 지금까지도, 늘 부족하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일을 하며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때면, 미래를 낙관적으로 그리기보다 ‘이러다 몸이 상하겠다’는 생각을 더 자주 했다. 글을 쓰며 위안을 얻어 괜찮아질 때도 많지만, 가끔은 극복하지 못한 마음이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 날이 잦아지다 보니, 내 몸이 염증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인생의 본질은 서투른 거예요. 서투른 걸 편안하게. 담담하게 받는 거죠. (Ebook 66p)
산다는 건 말이지요. 매우 비참한 가운데 명랑한 거예요. (Ebook 69p)
흔들려야 안 무너져요 (Ebook 71p)


<나태주의 행복수업>을 보며 깨달았다. 완벽한 사람으로 가닿으려는 노력보다 되지 못했단 것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찼던 나 자신을. 그 증오는 끝없는 자기혐오와 무기력을 낳았다.


일상에서 사소한 행복을 찾으려 애쓰던 나와 달리, 회사 안으로 들어가면 딴사람이 되어 있었다. 스스로를 더 날카롭게 만들었다. 할 수 있다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부족한 것을 되뇌기만 하는 사람에게 낙관적인 미래가 있었을까.


내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남는 건, 남한테 잘해라 그것밖에 없어요. 내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남한테 잘하는 것, 오직 그게 남는 거예요. (Ebook 90p)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평범한 과일 한알에도 호기심이 동하는 거죠. 궁금해하는 마음, 탐색하는 마음을 잃지 마세요. 그게 신로심불로입니다. 몸은 늙었으나 마음은 늙지 않는다. (Ebook 296p)


맡은 일을 해내려는 생각이 커질수록, 오히려 온전히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매일 만나는 모든 것을 처음 보는 꽃처럼 보고, 호기심을 가지며, 다정한 마음을 기울이자. 그곳에서 피어난 열락이 오래 남는다고 믿는다, 사소한 것들에서 행복의 허기를 채웠던 것처럼.


그냥 살면 됩니다. 너무 잘 먹고 잘살려고 하지도 말고 너무 겁먹고 도망가듯 살지도 마세요. (Ebook 419p)


다시 한번 복기하자면, 삶은 비참하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능동적으로 행복을 살피다 보면, 그런대로 살만한 인생이 될 수도 있다.


내 인생의 배낭엔 무엇이 담겨있을까. 그게 무엇이든 너무 무겁게 담지는 말자. 짊어진 것들이 많아질수록 쉽게 지치니까. 동행하는 모든 것들에 다정한 인사를 건네며 천천히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