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를 읽고
‘사랑’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 또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처음엔 사랑을 깊이로만 해석했다. 그래서 아주 가까운 관계가 아니면, 마음 깊은 곳에 다가오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그 울타리 안에 나 혼자만 남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알게 됐다. 사랑에도 여러 결이 있다는 것. 따뜻한 눈길, 조용한 배려, 작고 조심스러운 마음도 충분히 사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 깨달음 이후, 나는 매일 만나는 사람들에게 작은 사랑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얼어붙었던 마음에 조금씩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는 그런 나에게 또 하나의 전환점을 건넸다. 사랑을 전하는 방식에 있어서 마음의 여유가 중요하다는 것을 책을 통해 깊이 깨달았다. 주인공의 친부모는 분명 메리를 사랑했지만, 그 사랑은 어딘가 불안하고 늘 조급해 보였다. 경제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여유가 없었기에, 사랑은 일상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반면 킨셀라 부부는 기다려주고, 바라봐 주고, 강요하지 않고 묵묵히 곁을 지켰다. 그들은 말보다 행위로 사랑을 건넸다. 메리는 그 사랑을 천천히, 그리고 온전히 받았다. 그리고 그 사랑을 통해 기다림과 침묵을 배워갔다. 소설의 마지막 즈음, 우리는 자기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한 메리를 만나게 된다. 그 모습은 곧, 내가 꿈꾸는 사랑의 형태이기도 하다.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닿는 사랑. 기다릴 줄 아는 마음. 나도 그렇게 누군가의 계절이 되고 싶다. 부모님이 내게 찬란한 사계절을 선물하셨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