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괜찮다 안 괜찮다
여행, 특히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관광지든 식당이든
완전 유명해서 갔는데
생각보다 별로였던 경험은 한두 번 정도는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이런 의심이 든다.
“왜 이 많은 사람들은 여기가 좋다고 하지? “
"왜 이렇게 평점을 높게 주지?”
그러면서도
슬며시 좋다는 후기를 남기거나
나쁘지 않은 평점을 주는 경우가 있다.
물론
솔직하게 "별로다" "좋지 않다"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분명 많지만
여기서 이런 경우는 제외하겠다.
나는 장거리여행을 적게 다닌 편은 아니다.
그런 만큼 준비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
그리고
실망스러운 경험도 많이 하였다.
유명한 식당이어서
동선 꼬여도 굳이 시간 들여 갔는데
가보니 평가보고 온 특정국가 여행객들만 잔뜩 있는데,
감사할 줄도 모르고 불친절한 데다가
심지어
같은 메뉴를 다른 집 가서 먹었더니
양도 질도 가격도 더 좋았던 류의 경험이나
사진 엄청 예뻐서 시간 들여 어렵게 갔는데
너무 작거나 생각보다 초라해서
그 예쁜 사진 한 장 외에 건질 것도 없는데
사진이라도 건지면 다행이지만,
인파에 파묻혀
그 사진 한 장 조차 제대로 찍을 수도 없었던 류의 경험 말이다.
그리고 다니다 보면
이런 유명 장소나 식당보다 더 예쁘고 더 맛나고
비교적 한산한 곳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장거리 여행은
바쁜 일상에서 어렵게 시간을 만들고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만큼의
기대와 환상이 생기는 특별한 경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출발 전부터 투자 대비
최대한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 장소를 고르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
기대만큼이 전혀 아니거나
너무 실망스러운 경우는
이 투자대비 성과가 망하는 것이다.
망한다고까지 할거 있냐 싶겠지만
남들도 다 찍는 사진 몇 장으로
내가 투자한 시간과 비용과 에너지가 보상이 되느냐는 말이다.
기회비용을 잃는 것까지 고려하면 -다른 장소방문할 시간-
그 순간만큼은 망하는 것이라 표현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런 불만족스러운 경험에 대해
“이 조차도 새로운 경험이니 좋다”라고
긍정하는 경우도 많겠지만,
사람의 감정과 계산은
이렇게 쉽고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이 손실을 정당화시키려고 무의식적으로
“여기 좋다!” “여기 맛나다”
“후기가 좋더니 역시 좋구나" 라며
스스로를 설득하기도 한다.
또한 여기엔
다수의 평가에 대한 '동조의식'도 작용한다.
다들 좋다 하니
왠지 나도 좋아야 할 것 같은,
그러는 게 맞는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 모든 게 맞물려
그 장소에 대한 "그만큼"의 평가와 후기가
유지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타인들은 또 '그만큼'의 평가를 보고 가게 되는 것이
반복된다.
그리고
어쩌면 제일 중요한 부분은
이런 경험이 여러 번 반복되면
마음 한켠엔
"나만 다르게 느끼나?"
"내가 이상한가?" 하는
'자기 의심' 비슷한 것이 생길 수도 있다.
간단히 말하면
다들 좋다 해서 열심히 갔는데
막상 가보니 별론데
별로라고 인정하기엔 내 시간과 돈도 아깝고
내가 별난 사람 같기도 해서
그냥 "이만하면 좋은 거다" 하며 타협한다는 거다.
심지어 주변에 추천을 하기도 하고.
물론 기대이상으로 완벽한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러나
이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한 얘기다
우리는
나에게 특별한 경험이라면
그 경험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게 비록 약간 비합리적이거나
자신을 조금 기만하더라도
실패한 기분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부정적이었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나를 위해서도 타인들을 위해서도
더 나을 수 있다.
이것이 내 취향을 찾아가는 길이 되면
긍정적인 작용이 되지만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다 식으로 넘어가다 보면
남 따라 하기로 전락할 수도 있어서이다.
돈 들여 시간 들여 여행 가는데
남들만 따라 하면 내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겠는가.
내가 들인 돈과 시간이 아까워 억지로 꾸며낸 만족감은 진짜가 아니다.
그러니
실패의 경험을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는 계기로 삼아
진정 나에게 맞는 여행을 준비하는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
By 금자
[혹시 필자가 여행 다닐 때 써먹는
‘장소나 식당 찾기 방법‘이 궁금하면 댓글로 알려드림
참고로 엄청 특별한 비법 같은 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