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은 영혼의 세탁기

마음을 씻는 시간

by 금샘



벅찬 하루가 지나고 목욕을 할 때면 종종 '다 잊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 그 말에는 육체적인 피로뿐 아니라 마음의 무게도 함께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 욕망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꽤 설득력이 있다.





1. 마음을 풀어주는 열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 몸의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낀다. 이는 기분 탓이 아니다. 온열 자극은 자율신경계 중 하나인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심박수와 혈압을 낮추고 긴장을 완화한다. 이때 분비되는 엔도르핀은 기분을 끌어올리고 불안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미국 정신의학회(APA)에 따르면, 일정 온도의 따뜻한 물은 신체적 긴장뿐 아니라 정서적 불안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경직되고, 마음도 예민해지는데, 물은 이 이중 자극을 동시에 완화한다.






2. 감정의 리셋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들어가는 냉온욕은 마치 감정의 리셋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마음에 맺힌 불쾌한 감정들을 초기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찬물의 자극은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즉각적인 각성을 일으키고, 따뜻한 물은 다시 안정감을 부여한다. 이 반응의 교차는 뇌의 혈류를 변화시키고, 전두엽의 기능을 자극해 기분의 전환을 유도한다.



실제로 스포츠 의학에서는 냉온욕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존재한다. 감정이 정체된 듯 느껴질 때, 물의 자극은 우리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어”라는 신호를 준다.






3. 마주하는 공간


목욕은 고요함 속에서 이루어진다. 사우나나 대중목욕탕처럼 외부 자극이 적은 공간은 자연스럽게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잔잔한 수면 위로 떠오르듯, 억눌렸던 감정들이 조금씩 떠오르고 정리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회복 환경’(restorative environment)이라 부르며, 정신적 탈진 상태에서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공간으로 해석한다. 도시 소음과 디지털 피로 속에서 벗어나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경험, 그 시작은 어디에나 있는 동네 목욕탕이 될 수도 있다.






더하며, 일본 드라마 <사도> 속 주인공 미노루는 이렇게 말한다.



"이 따뜻한 물속에서 내 고민과 스트레스가 조금씩 녹아내리는 것 같아요. 모든 걸 내려놓으니, 내 마음이 비워지는 기분입니다."



우리는 때로 무의식적으로 목욕을 찾는다. 하지만 그 행동은 어쩌면 매우 본능적인 회복의 행위인지도 모른다. 피로한 심신을 물속에 담그는 동안, 우리는 조금씩 자신을 회복하고, 또 하루를 견뎌낼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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