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근아 Jun 07. 2024

둘. 러봐 뭘 해주면 가장 좋아할지

어쩌면 요즘 힘들어하고 있을지 몰라.

해주면 가장 좋아할게 뭘까?

나 스스로에게 가장 묻고 싶은 것을 생각하니 가장 먼저 떠오른 것.


요즘 평안하니?


대답은 No. 전혀 평안하지 못하다.

특히 요즘은 원인이 너무 여러가지여서 원인을 모르겠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있다. 심지어는 향할 곳 없는 분노가 늘 잔잔히 치밀어 있을 지경이다. 어벤져스에서 다른 멤버가 브루스 베너 박사에게 지금 당장 헐크로 변할 수 있겠느냐 묻는다. 지금 이 전투를 위해 당장 분노할 수 있겠느냐고. 그러자 박사는 답한다.


이게 바로 내 비밀이에요. 난 늘 화가나있죠.


그러면서 순식간에 헐크로 변하는 장면. 그게 요즘 나다. 화를 열심히 다스리고 있을 뿐, 늘 잔잔하게 화가 나 있다. 이 '화'는 나를 정말 힘들게 만드는 중이다. 일단 그리 좋아하는 맑은 날씨에도 숨 한 번 시원하게 쉬지 못하고, 하늘 한 번 높이 바라볼 수가 없다. 여유가 없다. 사람들의 예쁜 점들이 가장 먼저, 많이 눈에 들어오곤 했는데 지금은 미운 모습먼저 들어온다. 그냥 내 속이 황무지처럼 황폐하다.


이런 현재의 나의 마음에 들기위해 수 만가지의 예쁜 짓을 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런 나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되려면 저 '화'를 처치해주어야겠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할까. 스트레스에 지쳐 간신히 버티고 있는 나를 편히 뉘어 쉬게할 곳. 그게 어딜까.




나의 눈에 들기 위해,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줄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아. 그 순간 하나의 중요한 정보가 입력됐다.

나는 뭔가를 '더 해주는'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 아니다. 예로 맛있는걸 먹는다던지, 소비를 한다던지 그런 것들 말이다. 바로 '어딘가'라는 장소이동을 떠올리는 것으로 보아 익숙한 공간(스트레스를 준 공간)을 떠나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사람인 것이다.


자. 그럼 그 곳이 어디일까.


시작은 어렵지 않았다. '어디를 가고싶니?'라고 물었을때 바로 머릿속 눈앞에 녹음이 우거지기 시작했다.

숲이다. 푸른 잎사귀와 키가 큰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곳. 햇빛을 좋아하지만 휴식이 필요할땐 햇빛이 가리워져 시원한 그늘이 만들어져 있는 곳. 숲이다. 성수, 그것도 코 앞이 서울숲인 곳에 살고 있지만 그건 내게 공원이지 숲은 아니다. 정말 제주도의 사려니숲 정도 되는 그런 깊은 숲이 필요하다.


아 그러면, 제주도를 가면 되겠구나.

가서 무얼 하면 좋을까. 일단 수분 가득한 풀냄새를 만끽하기 위해서는 달려야하니, 차를 렌트해야한다. 그리고 창이 큰 숙소를 구하면 된다. 이왕이면 사려니 숲 근처로. 떠오르는 곳이 하나 있다. 시내에서 꽤나 떨어져있어 밤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덕분에 별이 유달리 반짝이는 곳. 그 곳을 예약해야겠다. 그리고 그 때의 나를 기억하기 위해 사진과 영상을 잘 찍어둬야겠다. 그러니 카메라 잘 챙기고.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신기하게 마음이 조금은 평화로워졌고, 눈에 잡히는대로 미워하던 독기가 조금 옅어짐을 느낀다. 이런 결과는 글을 쓰기 시작했던 나 자신조자 예상하지 못했다. 아, 나 글 쓰길 잘했네.


독기가 사르르 녹기 시작하니 서러움이 밀려온다. '분노'다음의 단계는 '서러움'인가보다. 힘들었구나. 어쩌면 힘든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에너지는 '분노'밖에 없었나보다. 말랑한 마음으로는 도통 힘이 나지 않으니 분노해서라도 힘을 냈어야 했나보다. 그 누구보다 사랑이 좋은 사람인데, 살아야 하니 그 사랑 내려놓고 분노하기로한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분노하고 있는 나 자신도 싫었을텐데, 살기위해 힘을 내지만 점점 더 싫어지는 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삶을 포기하지 않고 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내어 열심을 다한 나에게 숲을 주어야겠다.



지친 그 한 몸, 풀밭에 가만히 둘 수 있게 숲으로 가자.

가자.



♡ 오늘 나에 대해 알아 낸 것들 ♡
- 스트레스에 가장 취약함
- 좋은 것을 하기보다는 '내려놓음'이 중요함
- 숲을 좋아함
- 책임감이 강함



매거진의 이전글 헛.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