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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Jun 04. 2020

코로나 이후의 삶, 게으름에 대한 예찬


아직도 다른 유럽 국가와 다르게 코로나가 진정되는 것이 느껴지지 않지만, 최근 3개월 동안 사람들의 삶과 일하는 방식은 많이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체감되는 것이 실제로 있다보니 코로나 이후 앞으로의 일과 삶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가장 크게 느껴지는 변화는 대부분이 재택근무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도 필요 없고, 다양한 IT 기능들을 활용해서 회의를 비롯한 업무를 할 수 있으니 어느 정도 정착이 된 느낌이다. 인프라가 잘 구축되지 않았던 곳에서도 뒤늦게나마 IT 인프라를 구축해서 코로나 이후의 회사 환경에 대응하는 분위기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니, Social distance를 유지하기 위해 Flexible working hour를 더 활성화시킬 조짐이 보인다. 예전에는 일부가 시행했다면 앞으로는 더 광범위하게 쓰일 것 같다. 한국과는 다르게 몇 개월 봉쇄를 해버렸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제도들이 빠르게 정착되는 효과를 낫지 않을까 싶다.  


출퇴근 시간이 줄어드니 상대적으로 개인의 여가 활동이 늘어난다. 20세기 공장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보자면 일이 곧 나이고, 일을 하기 위해 교육을 받아왔고, 일로써 성취감을 느끼라고 세뇌를 당한 것 같은데, 최근 몇 달간을 보자면 일이 주가 아닌 '부'가 되는 느낌이다. 아니, 영국에서 일하면서 쭉 그렇게 느꼈던 것 같기도 하고. 7일, 168시간 동안에  출퇴근 시간까지 빠지니, 대다수가 내 개인의 삶을 위한 것이고 일은 생계 정도를 위한 부수적인 활동이 된다. 일과 삶이 훨씬 유연해지고 경계도 모호해진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바로 4차 산업의 미래인 걸까?


'과거에 비해 기술이 엄청나게 발달했는데, 왜 사람은 계속 일을 해야 할까?'라고 가끔씩 생각하던 나에게 요즘 같은 시대는 더 큰 호기심의 대상이다. 실제로도 현재 기계가 사람의 많은 일을 보완 혹은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줄고 있고 그것이 많은 나라들에게 실업률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새로 생겨난 직업들도 무수히 많지만 인간이 하게 되는 일이 기술의 발달로 실제로 줄어드니 이어지는 실업난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본소득에 대한 개념도 나오고, 정부가 일감 자체를 주기 위해 어떤 산업을 육성하기도 한다 (영국은 NHS가 그 대표다).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고 인간은 어느 정도 보장된 소득 속에서 삶을 누리는 것. 책에서만 보던 이런 말도 안 될 것 같은 상상들이 코로나 때문에 촉진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그렇고 여러 나라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혹은 소비 촉진을 위해 재난 지원금이나, 보조금을 정책을  실제로 시도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일을 하지 않아도 혹은 하지 못해도 소득이 일부 보전되니 더더욱 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나'개념'이 변화하는 것 같다. 루소는 "수중에 있는 돈은 자유의 도구지만, 기를 써서 벌어야 하는 돈은 노예를 만드는 도구다."라고 말했다. 짧기는 했으나 모두에게 일정하게 소득이 주어지니, 실제로도 조금은 자유를 누리는 분위기다. 이를테면 기를 쓴 돈이 아니니 재난 소득으로 한우도 한 번 사 먹고, 평상시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던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등의 호사를 누려볼 수 있는 자유 말이다. 아, 미국에서는 그 돈이 모두 주식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카더라가 있다.  


내 필력의 한계로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떤 사회의 패러다임이 무엇인가 바뀌고 있다는게 느껴지는 요즘이라 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일'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인류 역사에서 고작 100년 정도 동안 이루어진 것이니, 일의 의미가 다시 희미해질 수도 있겠구나. 그럼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에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의' 저자 대니얼 서스킨스가 뼈 때리는 언급을 했다. '일이 우리 마음속에 워낙 깊숙이 뿌리내린 탓에, 우리가 일에 몹시 의존하는 탓에, 일이 줄어든 세상이 다가오리라는 생각을 흔히들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실제로 생각을 하더라도 중요한 내용을 전혀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난 본능적으로 이 변화가 마구 느껴지기는 하는데 말이지... 물론 작가의 말처럼 중요한 핵심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른다.


노동이라는 족쇄에서 이제 막 벗어나려는 노동자 사회에 산다, 그런데 이 사회는 이런 자유를 얻어낼 만큼 값진 더 고귀하고 의미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한나 아렌트-

고귀하고 의미 있는 활동이라 하면 예술 활동, 글을 쓰는 활동, 정치 참여 활동, 봉사 활동 등이라 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는 영국에서 귀족층들이 흔히들 하는 활동이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먹고사는 걱정 없이 풍족한 영국의 귀족들은 일/노동의 의미를 알지도 못할뿐더러, 자신의 시간을 다른 곳에 주로 썼고 (이를테면 언어 공부를 한다든지, 함께 운동을 하고, 토론을 하는 등의) 지금도 그러하다. 정치활동을 하는 의회(상원)의 많은 사람들이 귀족 출신이고, 조지 오웰이나 올리버 헉슬리와 같은 냉철한 사회비판을 했던 작가들도 의외로 노동계층이 아닌 귀족층이다. 또, 예술 활동을 하는 영국의 많은 배우들이나 예술가들이 상류층이다. 이것이 과연 우연이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건 노동이겠지만, 인간의 정신을 영글게 하는 것은 노동이 아니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는 먹고사는 것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면 저런 창작 예술 활동이나 개인의 삶에 치중한 자유를 인간이 보편적으로 누리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인간이 이러한 삶을  영위하게 하기 위해 이 시대가 기계나 로봇을 이용해 보완/대체하는 어떤 과정 속에 있는 것이라 추측했다.


궁극적으로 사회가 산업과 경제의 발전을 이용해 이루려는 목적이 돈이라면 돈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해소된 사회에서는 무엇이 목적이 될까? 삶의 의미를 좀 더 생각해보고, 앞으로 나의 여가 시간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것이 일과 관련된 커리어에 대한 고민보다 훨씬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글을 두서없이 쓰다 보니, 책의 내용들을 중구난방으로 인용해서 아래 모아서 언급합니다.

소득의 미래 -이원재-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초예측, 부의 미래 -유발 하라리 외 4인-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대니얼 서스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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