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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Oct 20. 2021

영국은 노동력이 부족하다?


2019년 기준 영국 65세 이상의 인구는 20%인데, 이는 한국이 2025년쯤 도달하는 수치라고 한다. 사실 이곳 잉글랜드 북부로 이사 오면서 노령 인구가 많다고 ‘생각’만 했었는데 실제로도 많은 것이다. 노령 인구가 많다고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런던이나 맨체스터 같은 대도시 정도 가야 유학생 포함 젊은 사람이 많다고 느껴지지 그 외곽 조금만 나와서 마을들을 살펴보면 젊은 사람들을 보는 빈도보다 노인을 마주치는 빈도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육안상 80세 이상 정도 되어 보이는 고령 운전자들도 굉장히 많다. 밖에서의 걸음은 느리지만 운전했을 때 속도를 많이 즐기는(?) 꽤 많은 사람들이 노령인구 같다는 느낌도 많이 들었다 (주토피아의 나무늘보는 분명 여기서 모티브가 되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출처:https://www.ft.com/


현재 진행 중인 선진국들의 인구 노령화로 인해 어찌 보면 노동력 부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영국에서 대형 트럭 운송 기사들이 부족하다고 기사가 크게 한 번 났지만 사실 그쪽만 아니라 많은 데서 노동력이 부족하다. 한 예로, 나와 남편은 엔지니어링 컨설팅을 해주는 다국적 기업에 다니고 있는데, 영국 내 프로젝트를 하면 그렇게나 중년 이상이 많다. 젊은 직원 찾기가 생각보다 힘들다. 회의에서 주변에 사람 추천해달라는 것은 꽤나 단골 주제다. 극단적으로는 새로 채용된 직원이 70세인 경우도 봤다. 그래서 그런지 일하는 전반적인 과정이 느리다. 런던에서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친구도 항상 하는 넋두리가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비자도 지원해 줄 수 있고, 복지와 연봉도 회사가 가능한 한 늘리고 있는데 사람이 없다는 게 항상 달고 있는 걱정 사항이다. 대학 입학하는 순간부터 항상 취업을 걱정하고 있던 한국에서 온 우리도 가끔은 영국의 이런 모습을 보고 이런 상황이 일어날 수 있나? 싶긴 한데, 나라가 성숙되고, 인구가 나이를 먹고, 그러면서 생기는 구인난은 영국, 일본을 비롯하여 많은 선진국에서 이미 겪고 있는 문제다. 그래서 문득 비자 신청할 때 넘겨봤던 영국 내 ‘Shortage 직군 리스트'를 다시 찾아봤다. 마침 지난주에 새로 업데이트가 되었다. (참고: Skilled Worker visa: shortage occupations - GOV.UK (www.gov.uk))


부족 직군에 있는 경우 비자를 더 수월하게 내주는데, 그 부족직군의 범위가 굉장히 넒다. 사회 전반이라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를테면 대부분 산업의 엔지니어, 과학자, 디자이너, IT 전문가, 개발자, 수의사, 계리사, 경제 통계 전문가, 건축가, 연구원, 예술가, 댄서, 뮤지션, 그래픽디자이너, 헬스케어 전문가 등인데, 이들에게 비자 문턱을 낮추어줌으로써 브렉시트로 인해 더 악화된 구인난을 돌파하려는 영국의 시도로 느껴졌다.


노동력이 부족한 사회에서 느껴지는 사회적 분위기는 사람이 귀한 줄 안다는 것이다. 어떤 포지션이 누군가로 대체될 수는 있지만, 막상 대체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사람을 쥐어짜거나 갈아 넣는 일을 하진 않는다. 사람을 가는 대신 시간을 간다. 그래서 일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예산이 초과되고, 딜레이도 잦다.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회사가 오히려 사람을 영입하기 위해 복지를 강화하고, 최대한 구직자의 조건이나 요구 사항을 맞춰주려 한다 (물론 최고의 복지는 연봉이지만). 물론 경쟁이 치열한 다른 산업군은 또 다른 얘기일 수는 있겠다.


내가 최근 본 인구학 서적들에서는 한국이 이런 시기로 접어드는 것이 대략 2030년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기가 많은 분야에서의 티핑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40이 넘은 나이에 그 시기가 도달한다는 것인데, 다가오는 시간 동안 내가 어떤 스탠스를 유지해야 하는지는 영국에서의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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