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주유소에 기름이 없다고 언론에서 난리다. 영국 언론뿐 아니라 한국 언론에서도 언급이 되니 그 정도로 심각한가(?) 싶다. 런던이나 남부 지방은 주유소에서 £30만 주유 가능하다고 올라오는 글들을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이 동네는 늘 그렇듯 태평하다. 인구 밀도가 적어서 그런가? 주유소에 그다지 줄이 없어서 차에 기름이 반 정도 남는 걸 그냥 내비 두고 있다. 곧 잠잠해지겠지…
내 추측으론 지난주 BP 주유소 1/3이 기름 부족으로 문들 닫았다는 기사가 뜬 게 트리거가 아니었나 싶다. 나도 그 기사를 보자마자 기름 넣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가 주유소 널럴한 것을 보고 지나쳤느니 말이다. 기사에는 그냥 기름 부족이라 닫았다 했는데, 영국의 BP와 쉘이 전 세계 대표 석유기업인데 이 나라에 기름이 부족하다는 게 좀 말이 안 된다 생각했다. 마침 이번주 뒤늦게 보리스 존슨이 기름 부족이 아니라 운송 트럭 기사가 부족해서 운송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 발표를 했는데, 우리가 받은 물건들 (최근에 포트넘앤 메이슨에서 주문한 잼과 차, HP 컴퓨터 도킹 장비)는 예정보다 훨씬 일찍 오기도 했고, 운송 기사 문제라고 하기엔 나는 여전히 아마존의 칼 배송을 누리고 있다. 마트에서도 필요한 물건과 식재료를 못사지는 않았다.
어쨌든 최근 상황을 보면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언론에서 나오는 것과 내가 체감하는 것에 약간의 괴리가 있었는데, 이런 기름 부족 사태가 오히려 영국 내 전기차 보급을 앞당기기 위한 큰 그림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이런 생각을 해서인지 요즘 산책할 때마다 전기차가 부쩍 많이 보이는 것 같다. 테슬라보다도 현대, 폭스바겐, 볼보, BMW, 벤츠 전기차들이 길에 정말 많이 보인다. 이제 웬만한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전기차가 다 나오는 듯하다. 실제로 이 기름 사태와 더불어 최근 몇 기사를 보면 전기차 오너들이 승자라느니, 전기차 문의가 최근에 폭증했다느니의 글도 심심치 않게 보이니, 지금의 이런 상황이 전기차 보급을 촉진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이 더 들 수밖에. 코로나로 인해 몇 년 뒤 적용될 기술이 삶 전반에 적용되었듯이, 전기차도 이런 트리거들로 더 빠르게 보급이 되는 것은 아닐까? 마침 10월 중 런던 시내 Ultra low emission zone (ULEZ) 확대되는 것과 맞물려서도 참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UK electric car inquiries soar during fuel supply crisis | Electric, hybrid and low-emission cars | The Guardian)
뉴스 기사들을 너무 의심의 눈을 가지고 봤는지 모르지만, 주유소가 문을 닫건, 전기차가 늘어나건, 결국 탄소 배출량이 줄어든다는 것으로 결과가 수렴된다. 영국에서 이런 의도치 않던 이슈로 전기차 보급이 가속화된다면 타 국가 대비 결국 탄소 배출 절감 목표치를 달성하기 수월할 것이고, 이는 반대로 후발주자 국가에게 탄소세 부담을 더 지워주는 것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 습성상 너무 가능성 있다고 생각이 든다). 결국 대부분의 자본주의의 논리가 그렇듯, 탄소세에도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영국이 여기서도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것일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