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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퀴리 Aug 01. 2018

짧고 빠른 것에 대한 반항

 짧은 것, 간편한 것, 빠른 것, 즉각적인 것에 계속해서 익숙해져 간다.

 

 빠른 결과물이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불편 혹은 불안을 느끼는 시대다. 커피잔을 들고 창밖을 지긋이 바라보거나 조용히 상념에 잠기는 일은 CF에서나 볼 수 있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음악을 듣지 않으면 허전하다. 그래도 지루하면 유튜브를 시청하고, 뉴 피드가 업데이트 되지 않은 인스타그램의 피드백도 보고 또 보게 된다. 관심있는 이성에게 카톡이 오면 약간의 뜸을 들여 답장을 보내고,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를 수시로 확인하는 경우도 다반사. 밤새 고민하며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를 그녀에게 전달 할까말까 수십차례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여주면 낭만 있는 사람이 아니라, 왠지 바보 취급을 당할 것만 같다.

 

 2년 전, 수능 언어영역에 긴 텍스트가 많이 출제되어 짧은 문장에 익숙한 SNS세대가 어려움을 호소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세대는 SNS와 인스턴트 한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쏟아내는 ‘세상’을 탓해야 할까, 아니면 평소 긴 글을 자주 접하려 노력하지 않은 ‘자신’을 탓해야 할까.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요즘 사람인지라 짧은 문장을 읽는 게 편하긴 하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인기 많은 맛집이어도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 미련없이 다른 가게를 찾는다. 정성을 얼마나 들였는지와는 상관 없이 업무나 과제에 있어서 즉각적인 결과를 얻고 싶어 한다. 각박하고 치열하게 돌아가는 삶에 ‘여유’란 사치라는 느낌이 든다. ‘힐링’은 시간이 흐른 뒤, 노년에 해도 충분해 보인다.


 사람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짧고 빠름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인스턴트(Instant)한 모습으로 변모해가는 우리들이 이상하다고는 할 수 없다. 살아가는 최선의 방식이 주어지면 그 방식에 맞추어 변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과 빠른 결과만을 원하게 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은 분명 생긴다. 숙고하기 싫어하고, 떠오르는대로 말하는 단편적인 인간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작은 저항을 함으로써 스스로 이러한 생활방식에 견제를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 애쓴다.

 

 영어 학원에서 독해를 강의하시던 선생님이 자주 하셨던 말씀이 있었다. "긴 호흡을 가져라"였다. 문자메시지 같은 단문과 이모티콘에 익숙한 우리 젊은 세대의 문제점을 지적 하시고, 항상 경각심을 갖게 하셨다. 언제부턴가 짧은 문장에만 잘 반응하고, 긴 문장에는 조바심을 갖고 얼른 읽어버리려 하는 습관이 생겨났다. 긴 글을 접할 때 문장 하나하나를 어루만지며 음미하기 보다는 그저, 그 글을 '넘겼다'는 행위에 집착하게 되었다. 그 글을 완전히 소화하지도 못했으면서.

 요즘 나는 긴 호흡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긴 호흡으로 텍스트를 읽어 내려가고 생각을 정리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려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싶다. 대화를 할 때에도 짧은 언어로 피상적인 단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어휘를 구사하고 싶다. 그렇다고 지루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또한 ‘생각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생각이 깊은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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