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호][사회] 지구인 관찰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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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지구인들은 겸손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나무를 베면, 땅을 파면, 강을 들어내면, 그 아래엔 뭐가 있을지 궁금해 미칠 지경인가 봅니다. 발명품을 생산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자원을 모으는 모양새이지만, 이러한 방식은 지구를 갉아먹을 뿐입니다.

또, 기술 개발이 권력의 척도가 되는 구조가 놀랍도록 견고하고 비효율적입니다. 하나의 기술을 개발하고 물품을 생산할 때마다 지구 오염이 심각해집니다. 환경과 교환 중인 셈이죠. 그들은 그들의 하나뿐인 삶의 터전을 깎아내리는 근시안적인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100년밖에 못 사는 종족답습니다.

또, 행성 하나로는 모자랐는지 지구 밖 우주까지 나서고 있습니다. 온갖 비행물체를 대기권 밖으로 수도 없이 쏘아 올립니다. 지구인들은 이것들을 ‘우주선’ 이라든지 ‘인공위성’으로 부르곤 하는데요, 관측 임무를 마친 인공위성과는 연결을 끊고 그대로 방치합니다. 비행물체에서 나온 온갖 잡동사니를 공중에 뿌려놓고 수습조차 하지 않습니다. 관측 자료 옆에 추가하겠습니다.


이렇게까지 경쟁적으로 비행물체를 우주로 내보내는 이유는 방송 통신이나 우주 관측 등 다양하겠지만, 정치적인 이유도 끼어 있습니다. 나라 간의 기술력 대결, 즉 ‘우주로 진출할 수 있는 힘’ 겨루기를 넘어, ‘우주 질서를 확립할 자’를 가리고 있는 중이죠. 우주민들과 마더, 우리 모두가 애써 만든 지배자 없는 우주, 공생하는 우주는 무너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우주 소유권에 대해서는 지구 안에서 많은 논의가 있어왔습니다. 지구인이 달에 깃발을 꽂을 무렵인 1966년, 달은 ‘전 지구적 공유지’라는 우주조약 선언이 발표되었습니다. 이는 곧 우주가 공공의 영역이라는 합의였습니다. 그러나 누가 먼저 우주기술을 개발해 우주를 운영하느냐는 여전히 경쟁의 영역으로 남아있습니다.

스승님. 우주는 '누군가'의 것인가요? 우리 모두의 우주가 아니었던가요?


만약 발 빠르게 우주를 선점한다면, 그들은 그토록 원하던 자원을 독차지할 수 있습니다. 현재 자신들의 서식지를 파괴하면서까지 발전시키고 있는 에너지·자원·환경·통신·첨단 군사무기 체제를 절대적인 자원의 양과 신영역 개척 권력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미국’이라는 국가의 전 통치자였던 도날드 트럼프라는 지구인은 ‘우주 정책령 1 (Space Policy Directive I)’을 선포했습니다. 우주에서 취득한 광물을 비롯한 모든 물질을 더 이상 ‘공공재’로 정의하지 않겠다는, 쉽게 말하자면, ‘먼저 갖는 자가 임자’ 법이지요. 뿐만 아닙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우주 궤도에서의 도킹¹기술과 우주유영기술²을 완벽한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들은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화성에 독자 우주정거장 ‘천궁’을 완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우주 패권을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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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 정책령에 서명하는 트럼프 ©NASA / 중국의 탐사선 텐원 1호 ©아시아경제


이렇듯, 지구에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들은 모두 가질 생각입니다. 우주는 머지않아 침범과 수탈로 고통받을 것입니다.


아름답고 가여운 지구는 이미 그들에게 내줄 것을 모두 내어주고,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우주는 자원이 산처럼 쌓인 제 2의 지구와도 같습니다. 그것도, 아직은 주인이 없는 미개척지죠. 인간이라는 종족과는 또 다른 수많은 생명체가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주를 고작 지구의 대체공간으로 취급하는 지구인들이 두렵습니다. 그들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분합니다.

지구인들의 관점은 하나입니다. 자연을 하나의 ‘개척지’로서 본다는 것입니다. 호기심의 영역을 넘어선 수탈의 대상으로서 지구를 해쳤습니다. 우주 또한 그 대상이 되었고, 공방의 미래는 멀지 않은 듯 합니다.


마더. 지구 폭파 협의안은 무산되어야만 합니까? 당신은 참혹하고 잔인한 방법, 생각지도 말라 말씀하셨지만 저는 기어코 찬성하는 쪽에 서고 싶습니다.

그들은 평화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막지 않으면, 끝없이 빼앗을 것입니다.




마더. 앞서 말씀드렸던, 우주를 부유하고 다니는 쓰레기들을 기억하십니까? 지구인들이 우주에 흩뿌려놓고서는 수거해가지도 않는 비행물의 부스터, 수명이 끝난 인공위성, 냉각재 등등 그 양과 오염도는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우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질 않습니다.

그런데 이 쓰레기들을 처리하는 청소부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여론이 뜨거운데요, 마더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아래는 청소부 단체 ‘쓰레기 인 블랙’을 찍은 사진을 첨부해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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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에 호의적인 우주민들은 대체로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점점 수가 불어나고 있는 우주민들 사이에서 반길만한, 새롭고 안정적인 일거리가 생겼다는 주장인데요. (‘안정적인’이라는 부분에서 참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지구인들은 쓰레기 만드는 것을 멈추지 않을 테니까요.) 우리 우주민들이 쓰레기를 없앨 때 자주 사용하는 쓰레기 소멸기계, ‘바이바이 지구인’을 이용해서 청소하는 단체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주민들에게 의뢰를 받아 처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반대하는 측의 목소리도 상당합니다. 어째서 우리가 지구인들이 버려놓은 쓰레기들을 처리해야만 하냐고, 불쾌해하고 있죠. 의뢰를 받고 청소해주는 것조차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사례 받는 것에 정신 못 차리는 모습이 지구인과 다를 바 없다고 폭언까지 퍼붓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더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어떻게 해결해야만 할까요?

현명한 답을 내려주세요.

온 우주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주에 영원한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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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 인공위성·우주선 등이 우주 공간에서 서로 결합하는 일

² 우주선 밖으로 나와 우주 공간을 유영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기술. 우주복 제조기술이 이에 포함된다.



참고문헌

신동윤, 「화성 찍고 목성 밖까지...미·중 ‘우주패권’ 경쟁 가속」, 『헤럴드경제』, 2021. 05. 26

신성호, 「21세기 미국과 중국의 우주 개발: 지구를 넘어 우주 패권 경쟁으로」, 「서울대학교 국제학 연구소 국제.지역연구」, 제29권 제2호, 2020

안선희, 「우주 쓰레기가 온다…지구 둘러싼 90% 물체가 ‘폐기물’」, 『헤럴드경제』, 2021. 07. 02

임세정, 「코로나 뚫고 불붙은 新우주패권 경쟁」, 『국민일보』, 2021. 02. 20


*‘쓰레기 인 블랙’은 영화 ‘맨 인 블랙 2’에서 따온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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