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호][학내] 덕성의 봄을 위하여

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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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마음으로 시작되는 봄 학기. 차츰 날이 풀리고 겨우내 잠들었던 캠퍼스에 활기가 돈다. 설렘의 에너지가 학교에 가득하다. 학생들은 깨끗하게 청소된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고 교정을 거닐며 학교생활에 적응해 간다. 새 친구를 사귀고 학식을 먹고 도서관에 간다. 그런데 잠깐, 이게 무슨 소리지?

“생활임금 보장하라”, “진짜 사장 원청이 책임져라”, “노동환경 개선하라” 캠퍼스 한 편에서 구호가 박자에 맞춰 반복된다. 고개를 돌려보니 삐뚤빼뚤한 글씨가 담긴 피켓과 현수막이 즐비하다.


봄마다 대학에서는

봄마다 대학 청소 노동자들은 빗자루를 놓고 마이크를 잡는다. 대학에 새로운 신입생이 입학하여 모두의 환대를 받는 그 시기, 평균 근속 연수가 15년 이상인 우리 학교 청소 노동자들은 매년 유사한 의제로 학교가 협상에 나서길 요구해 왔다. 청소 노동자뿐만이 아니다. 청소노동자를 비롯한 서울 지역 대학의 간접고용노동자는 각 사업장의 하청업체와 단체로 교섭을 진행한다. 피켓을 들고 현수막을 건다. 단체로 노동을 멈추고 외친다.

봄마다 각 대학에서 이와 같은 모습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잠깐 멈춰서 이들이 외치는 말을 들어보자. “진짜 사장 원청이 책임져라” 정답은 깔끔해 보이는 피라미드 안에 있다.

1.jpg ▲ 간접고용구조를 나타내는 피라미드

이들의 투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청-하청-간접고용노동자로 이어지는 피라미드를 이해해야 한다. 이 피라미드 구조에서 꼭대기에 있는 원청은 바로 아래의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하청업체는 다시 그 밑의 간접고용 노동자와 계약을 맺는다. 이 구조가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피라미드 가장 아래에 있는 간접고용노동자들은 이중의 구속에 놓이지만, 이들 노동에 대한 책임 주체는 모호해진다는 것. 이 피라미드에서 하청업체와 원청은 간접고용노동자들이 제공하는 노동력을 이용하지만, 간접고용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나 임금 등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된다. 특히 원청은 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이득을 직접적으로 보는 집단이지만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아니기에 마땅히 져야 하는 책임을 노동자의 법적 사용자인 하청업체에게 돌릴 수 있다. 깔끔해 보이는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에서 노동자는 불안정한 고용1)과 적은 임금이라는 하중을 그대로 감수한다. 간접고용구조2)는 이렇게 완성된다.

그런데,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정말 없는 것일까? 이 구조를 조금 더 살펴보자. 대개 원청은 가장 낮은 용역비를 제시한 업체를 선정하는 ‘최저가 입찰제’를 통해 하청업체를 선정하고 용역비를 절감한다. 이에 하청업체는 경쟁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자연스럽게 노동자의 임금은 줄어든다. 하청업체가 원청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청의 청소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구조 속에서 하청 업체가 주체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것이 매년 각 대학의 청소 노동자들이 교섭에 실패하고 투쟁에 나서게 되는 이유이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이 있는 원청이 직접 나서야 하지만, 원청이 본인의 마땅한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인 것이다.


이처럼 불평등한 피라미드 맨 아래에 있는 간접고용노동자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이 있다. 바로 노동자들의 연대, 즉 ‘노동조합’이다.3)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진짜’ 책임의 주체를 교섭 테이블로 끌어오기 어렵다는 점에서 간접고용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엔 큰 의미가 있다. 이는 기업 단위의 교섭과 ‘위로부터의’ 노조에서 벗어나 ‘아래로부터의’ 초기업 단위 집단교섭4)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집단교섭이 아닌 사업장⸱기업별로 교섭을 진행하면 노조의 힘이 분산되어 실질적인 임금이나 노동조건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반면, 기업별 노조가 연합하여 진행하는 ‘집단교섭’은 여론을 모으는 데 효과적이라는 면에서 교섭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이는 대학이나 용역업체가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형식의 최저임금 수준을 넘어선 ‘생활임금’ 수준의 임금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생활임금이란 노동자가 존엄성을 잃지 않고 문화적이고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주거비, 교육비, 문화비 등을 반영해 최저임금보다 높게 측정하는 임금이다.

고령의 간접고용노동자 대부분은 한 가정의 가장이다. 물가 상승률이 고려되지 않고 최저임금을 웃도는 수준의 임금은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기도, 한 가정을 책임지는 이들의 삶을 보장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5) 그렇기에 생활임금 쟁취를 가능하게 하는 집단교섭은 노동자들의 삶에 직접적이고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애경 이화여대 청소노동자가 “쓰다 버리는 신세였던 비정규직들이 ‘참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기회’”6)라 표현할 만큼, 집단교섭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주었다. 이들은 ‘집단교섭’을 통해 생활임금을 쟁취하고 간접적으로나마 원청인 대학을 교섭장에 끌어냈으며, 서울 지역 대학 비정규직 간접고용노동자들의 표준적인 고용 노동조건을 만들어냈다.7)


“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일에 대한 저항심은 있었지만,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에는 부담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자본과 권력에 의해, 나도 모르는 사이 ‘노조’ 그리고 ‘투쟁’이라는 단어들이 불온한 것이라고 느껴지고, 숨죽이며 살아가도록 길들여졌다는 것을.”8) -이애경 이화여대 청소노동자


이처럼 힘의 균형이 비대칭적으로 설정된 사용자와 노동자 관계에서 노동자들은 ‘생존’이 아닌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받기 위해, 일하다 죽지 않기 위해, 노조를 만들어 단결하고 교섭하고 행동해 왔다.9)


‘우리’ 학교는_2022

필수 노동인 청소노동을 하청업체에 외주화해 온 덕성여자대학교 역시 집단교섭을 진행하는 서울 지역 대학 중 하나다.10) 2022년 봄 매년 그러했듯 임금협상과 처우 개선을 의제로 덕성여대에서도 농성이 시작됐다. 간접고용이 불안정성을 내재하고 있기에 이는 매년 반복되던 일이었다. 다행이었던 건 임금협상이 대개 일주일 미만으로 빠르게 합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12대 총장 김건희의 임기 시작과 함께 봄에 시작된 시위는 여름과 가을, 겨울을 넘어 이듬해 봄이 올 때까지 이어졌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에도 멈추지 않은 이들의 시위는 ‘청소 노동자 대 학생 갈등’으로 편협하게 다루어지기도, 집단 이기주의로 왜곡되기도 하였다. 그 사이 이 문제에 진짜 책임을 지고 있는 김건희 전 총장은 끝내 그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389일을 보냈다.

당시 청소 노동자들은 서울시 생활임금을 고려한 임금인상 및 휴게시설 개선, 인력충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해결할 권한을 가진 원청 대학이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앞서 살펴봤듯, 청소 노동자의 법적 사용자는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이지만 실 사용자는 대학이기 때문이다. 간접고용구조의 맨 꼭대기에 있는 원청으로서 덕성여자대학교의 용역비 재량권은 모두 총장이 가지고 있다. 이는 학내 간접고용 노동자인 청소 노동자의 노동 환경 및 권리에 관한 결정은 총장의 의지에 달려있으며 이를 책임지는 것 역시 그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학내 구성원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애써야 할 김 전 총장은 청소 노동을 외주화해 온 것에서 나아가 ‘갈라치기 담화문’을 통해 학내 구성원 사이 갈등 관계를 형성하고, 갈등에 숨어 청소 노동자와의 대화를 무작정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해당 담화문에서 김 전 총장은 “수준 높은 교육으로 학생들이 희망하는 목표대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대학 역량에 집중해야만 하는 시기”11)라며 청소 노동자들의 정당한 쟁의 행위가 마치 학생들의 학습권과 미래를 방해하는 요소인 양 갈등을 조성했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앞으로 사회에 진출할 덕성여자대학교의 학생들이 노동자로서 마주할 현실이, 혹은 이미 노동자로서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덕성여자대학교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경험했던 것과 다를 것이라는 확신은 어디에서 오는가. 학교는 작은 사회이고, 총장은 이곳을 책임지고 운영해 가는 주체이다. 대학 운영에서 '가성비'와 '최저가'를 따지고, 직접 고용해야 할 필수 노동을 싼값에 외주화하는 태도는 단순히 '합법'이란 이유만으로 합리화될 수 없다. 사회의 불평등한 노동환경과 구조적 성차별을 고스란히 되풀이하며 차별적인 구조를 강화하는 학교에서 학생들은 그 무엇도 배울 수 없을 것이다. 특히나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마땅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여자대학에서 학생들은 여성으로서 어떤 자긍심도 간직할 수 없을 것이다.

청소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에도 불구하고 2022년도 협상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발생하는 정년퇴직자 11명의 인원 충원 문제를 다음 교섭으로 미루는 데 동의한다는 조건으로 임금 인상만이 받아들여진 채 끝이 났다. 이로써 덕성여자대학교는 집단교섭 13개 대학 중 가장 늦게 임금 협상에 이른 대학이자 유일하게 처우개선에 합의하지 않은 대학이 되었다.12) 그때 우리 학교는 ‘우리’ 안에 청소 노동자를 포함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우리’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 학교는_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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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기준 덕성여자대학교 쌍문 캠퍼스 각 건물별 청소 담당자 인원수를 표시한 지도.

3명이 담당하던 학관(학생회관)은 현재 한 명의 청소노동자가 담당하고 있으며, 인사관(인문사회관)은 7명에서 4명으로 줄었다. 그 사이 인문사회관에는 새로운 이용 공간이 생겨 청소 구역은 더 늘어났다. 유교관(유아교육관)과 덕우당 두 건물은 한 명의 청소노동자가 담당하며 해당 구역 노동자는 두 건물 사이 약 263m를 오가며 근무하고 있다. 약대와 체육관은 원예 측에서 담당했던 외부 제설 및 제초 작업도 맡고 있다.


덕성여자대학교의 청소 노동자 수는 2022년 51명에서 2025년 44명이 되었다. 3년 사이 총 7명이 감소한 것이다. 이에 2025년 9월 한 달간 덕성여자대학교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실태조사단을 꾸려 인원 감축으로 인한 청소 노동자의 노동환경 변화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13)

전반적인 조사 결과, 인원이 감소함에 따라 업무 강도가 높아진 것이 확인되었다. 줄어든 인원만큼의 업무를 남은 인원이 분담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청소 노동자들은 공식 출근시간보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일찍 출근하며 맡은 업무를 해오고 있었다. 인원 감축이 일어났음에도 학교의 청결 상태가 전과 유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청소 노동자들이 근무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휴게시간을 일정 부분 반납해 가며 업무를 수행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청소노동자들은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 신설되어 늘어난 업무는 언제든 괜찮다고, 학교가 청소노동에 드는 비용을 아끼는 것은 곧 학생과 직원이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앗아가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 말한다. 이들에게 청소 노동은 그만큼 무리해야 하는 노동이자 생계를 위한 노동이기도 했지만, 자신들의 노동이 가지는 가치에 대한 자부심과 학교의 한 구성원으로서 학교와 학생을 아끼는 마음으로 하는 일이기도 했던 것이다.

미비한 샤워실과 열악한 휴게실 등의 환경 문제 역시 드러났다. 현재 덕성여자대학교에는 청소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샤워실이 없다. 청소 노동의 특성상 화장실을 청소하고 쓰레기를 처리하는 등 악취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나 땀 흘리는 일이 많아 샤워실 설치는 필수적이다.14) 22년도 시위 당시 청소 노동자들은 임금인상과 더불어 샤워실 설치 및 휴게시설 개선을 요구했지만, 인원감축을 수용하라는 조건하에 임금인상만이 받아들여졌다. 때문에 청소 노동자들은 작업복만 갈아입고 퇴근하거나 학생 샤워실을 눈치 보며 사용하고 있었다. 휴게실 역시 마찬가지다. 청소 노동자 휴게실은 각 건물의 가장 구석에 위치해 있으며 창문 등의 환기 시설이 없어 자유로운 취식이 어렵고 곰팡내가 심해 휴식을 취하기 위한 장소로는 부적절했다.

이처럼 청소 노동자들이 역악한 노동환경을 감내하며 노동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대학 본부는 2025년 임금협상 당시 당해 말 새로 발생하는 정년퇴직자 3명만큼의 인원감축을 수용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15) 그렇게 되면 2026년 청소노동자 수는 41명으로 2021년의 20%에 해당하는 감축이 일어난다. 이미 진행된 감축으로 근로 시간 내에 다 끝내지 못하는 업무를 개인 시간을 사용해가며 부담하고, 열악한 휴게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학교 측의 일방적인 교섭안에 공공운수노조 덕성여대분회 조합원의 91%가 쟁의행위에 찬성했다. 이는 24년도 임금협상이 결렬됐을 때 진행했던 쟁의행위 찬성표 16%와 비교했을 때 매우 큰 찬성률이다.16)

행동하기로 마음을 모은 청소 노동자들은 대학 당국의 부당한 요구를 알리며 25년 12월 교내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3주간의 서명운동에 1,400여 명의 덕성여대 구성원이 동참했다.17) 특히 화제가 되었던 것은 온라인 서명자 절반이 남겼던 430여 개의 연대 메시지다. 학생들은 깨끗이 비워지는 쓰레기통과 빠짐없이 채워지는 휴지, 깔끔한 강의실을 의심 없이 이용하던 평범한 일상에서 청소노동자의 노고를 이해하고 있었다. 말을 섞거나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시간을 함께 보내진 않아도, 내가 학교에서 보내는 일상이 그들의 일상과 이어져 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 이는 2022년도 당시 청소 노동자 시위가 학생과 청소노동자의 갈등 구도로 흘러갔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정규직으로 번듯하게 시작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그중에는 우리처럼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졸업생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일, 노조의 의미와, 그런 울타리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18)


일상에서의 마주침 외에도 학생과 청소 노동자가 ‘우리’가 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청소 노동자의 노동권과 학생들이 현재 경험하는 노동권, 미래에 경험하게 될 노동권이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 당국이 ‘집단 이기주의’19)로 이미지화하고자 했던 2022년도 덕성여자대학교 청소 노동자 투쟁을 비롯하여 그 전에도 지속되어 왔던 이들의 투쟁은 단순히 “임금 조금 올리자는 싸움이 아니라, 인간답게 노동할 권리를 위한 주장”20)이었다. 이처럼, 청소노동자들이 경험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로서의 경험은 분명 사회에서 노동자로 살고 있고, 살게 될 학생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겹겹의 이야기 안에서 2025년도 덕성여대 학생들은 “배움의 공간이 착취 위에 설립되지 않았으면 합니다”21)고 말하며 학교의 모든 발전을 위해서는 청소 노동자의 정당한 노동권 보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학교측에 주장하고 청소노동자와 연대했다. 덕성여자대학교에서 생활하는 청소 노동자와 학생은 자연스레 공유하는 일상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가오는 봄에 우리는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22) 덕성여자대학교는 청소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에 동의하는 학내 여론에도 불구하고 2026년 퇴직자 3명의 자리를 ‘아르바이트’로 배치한 상태다. 아르바이트 형식의 고용은 동료 간 호흡을 맞추며 일하는 것이 중요한 청소 노동에 대한 단편적인 이해와 더불어, 더욱 불안정한 비정규 노동자를 고용함으로써 필수 노동인 청소 노동의 중요성에 대한 부족한 이해를 보여준다. 다가온 3월, 이들은 개정된 노조법23)에 따라 청소노동자와의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노동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한 실질적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원청까지 노동자와의 교섭에 나서야 함이 강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적 강제력이 생겼다 해도, 여전히 같은 구성원들의 관심과 연대는 중요하다.24)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고, 씨앗은 무엇이든 피울 준비를 마쳤다. 학생들이 새 마음으로 등교를 한다. 그렇게 들어선 학교는 여전히 깨끗하다.

이번 봄에도 박자에 맞춘 구호가 들릴까? 빼뚤빼뚤한 글씨가 담긴 피켓과 현수막이 보일까? 무엇보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새 친구를 사귀고, 학식을 먹고 도서관에 가는 길목 사이사이마다 청소 노동자의 손길이 닿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당연한’ 일상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그 옆에서 함께 봄을 맞을 테다.


1) 노동자는 원청이 하청과의 계약을 해지할 위험, 하청업체가 해고할 위험에 시달린다. 또한 원청의 업체변경 과정에서 근속연수가 초기화되어 퇴직금이나 연차휴가 등에서 불이익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퇴직금, 연차휴가는 근속연수가 오래될수록 유리한 노동자의 권리이다.

2)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직접고용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대학교 필수 노동자인 미화·경비 업무의 경우 간접고용이 가능하다는 예외가 있어서 이러한 불안정한 고용관계가 합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확산 배경에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IMF 외환위기 당시 진행된 고용 유연화 과정이다. 1997년 진행된 고용 유연화 과정에서 ‘핵심 업무’가 아닌 많은 ‘비핵심 업무’ 영역들이 외주화되었다. 이전에는 대학 청소노동자의 경우 대부분 학교의 교직원 신분으로 정년을 보장받으며 근무하였다. 문재인 정부 시기 시⸱국립대학은 청소노동자를 직고용하기 시작했다.

유광호⸱이영면. 「대학 청소노동자의 직접고용 가능성에 관한 연구」,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27(4): 57-86.

3)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한국의 노조는 태초부터 산업별 노조 형태로 성장해 가고 있었다. 다시 말해 개별 사업장에서만의 노동자 연대가 아닌 같은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의 폭넓은 연대를 이루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해방 이후 자본과 손잡은 보수 정권이 집권하면서 통제 가능한 어용노조 이외의 노조 활동을 막고, 자본가와 함께 그들을 ‘무법’의 ‘이기적’인 활동을 하는 집단으로 이미지화했다. 또한 노조의 힘을 분산시킬 수 있는 기업별 노조를 택해 기업에 유리한 노조 형태를 만들었다. 이와 같은 부정적인 노조 이미지와 ‘위로부터의’ 노조는 정권의 정치 성향만의 문제는 아니었으며, 현재까지 한국의 지배적인 노조 형태로 남아 있다.

박태주. 「벼농사 유전자 넘어선 산업별 노조의 역사」, 『시사인』, 2021.06.23.

4)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낯선 개념으로 여겨지는 ‘집단교섭’이지만, 점점 강해지는 자본의 힘에 대항하여 노동자가 권리를 유지 및 쟁취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는 산별노조는 이미 대다수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노조 형식이자 교섭 방식이다. 현재 서울 지역 14개 대학 사업장에서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 일을 하는 간접고용노동자들은 15년째 집단교섭을 이어오고 있다.

5) 청소 노동자들은 대부분 중⸱고령 여성이다. 이들은 나이와 성별 차별을 동시에 받기 때문에 또래 남성에 비해서도, 청년 여성에 비해서도 노동시장에서 낮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 시기 여성들은 주 소득원이었던 배우자의 사망, 은퇴 혹은 이혼 등으로 소득 불안정성을 경험하다 열악한 노동시장에 진입한다. 이처럼 이들의 취업은 생계형이기에 열악한 노동시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으며 이들의 임금이 가계의 주 수입원이 된다.

이승윤. 「청소노동자는 왜 불안정(precarious)한가? -하청 여성 청소노동과 한국 사회안전망의 허구성」, 『산업노동연구』, 24(2): 247-291.

6) 김온새봄. 「대학 비정규직들의 집단교섭, ‘법정 최저임금’을 넘어서는 한 걸음」, 『참여와 혁신』, 2024.06.05.

7) 집단교섭은 노조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같은 사업장 내 노동자를 비롯하여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있지 않은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집단교섭은 노동시장 내 공정성과 형평성을 높인다.

김온새봄, 위의 글.

8) 이애경. 「대학 청소노동자의 폐에 새겨진 검은 얼룩」, 『일다』, 2025.11.05.

9) 노동 삼권인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다.

10) 고려대, 광운대, 동덕여대, 서강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덕대, 중앙대 카이스트 서울캠퍼스, 홍익대, 그리고 덕성여대까지 14개 대학과 고대안암병원, 세브란스병원, 연세재단빌딩 등 3개 사업장이다. 이 가운데 소수노조로 교섭권을 갖지 못하는 서울여대와 중앙대, 세브란스병원을 제외하고 14개 사업장이 집단교섭에 참여한다.

김온새봄, 앞의 글.

11) 덕성여자대학교 자유게시판.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께 드리는 글, 덕성여자대학교.

12) 덕성여대가 1년이 넘은 투쟁 끝에 합의에 이르자 집단교섭을 진행하는 다른 12개 대학 청소⸱경비⸱주차 노동자들도 임금 인상에 따른 소급분을 지급받고 정식 타결을 이룰 수 있었다.

장현은. 「김건희 덕성여대 총장에 13개 대학 청소노동자 임금 달린 이유」, 『한겨레』, 2022.10.09.

13) 노동자⸱학생 연대 기획단 ‘손잡이’의 제안을 시작으로 덕성여대 교지편집위원회 ‘근맥’과 퀴어네트워크 ‘이오’가 함께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혜리. 「“비싼 학비 내고 더러운 학교 보고싶지 않다”…청소노동자에게 학생들이 다가갔다」, 『주간경향』, 2025.12.29.

14)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 79조2’에서도 환경미화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 세면·목욕시설, 탈의 및 세탁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5) 따라서 2025년 임금협약이 결렬되었기에 현재 덕성여대 청소노동자의 임금은 다른 대학에 비해 4만 8천 원 적은 월급을 받고 있다.

16) 이때 당시 쟁의행위 찬성률이 낮은 이유는 22년도에 시작되어 23년 초까지 진행된 2022년도 임금협상 시위 당시로 인한 상처와 체념 그리고 학생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17) 대다수가 학생이었던 오프라인 서명자 400여 명과 온라인 서명자 996명 중 학생 참여자 885명을 놓고 보면 5,350명의 덕성여대 재학생 4명 중 1명이 서명에 참여한 셈이다.

18) 상기 발언은 김다현⸱김수빈⸱김희연의 2024학년도 2학기 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전공 현장연구실습 보고서 중. 「“우리는 제 살 깎아먹는 거예요”:2022년 D대학 청소노동자 시위와 소외 경험」 18쪽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19) 대학 당국은 22년 10월 19일 “외부인 주도 미화용역 억지농성은 ‘특혜 바라는 집단 이기주의’”라며 이들의 정당한 쟁의행위가 학교 행정과 학생의 학습 그리고 수시모집 실기고사 기간의 학교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이기적 행위라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덕성여자대학교 자유게시판. 담 화 문

20) 장현은. 「김건희 덕성여대 총장에 13개 대학 청소노동자 임금 달린 이유」, 『한겨레』, 2022.10.09.

21) 이혜리, 위의 글.

22) 2026년 1월 26일

23)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참여 노동자에게 내려진 벌금을 시민들이 노란 봉투에 넣어 모금한 일에서 유래해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린다.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뿐 아니라 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해 실질적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까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한 법으로, 원청인 대학 역시 청소노동자와의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24) 원청이 빠져나갈 핑계는 언제든 만들어질 수 있다. 교섭창구단일화가 대표적이다. 기업별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면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하고 노조를 무력화하거나 파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개정된 노조법에만 기댄다면 실질적인 원청교섭을 성사시킬 수 없다. 학내외에서 강력한 사회적 연대를 형성하여 대학 당국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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